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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머루다움이 솔직히 진짜 좋다.

chap.05. 머루포도는 오늘도 머루다움



요새 비가 참 많이 오는데

어느 순간 부터 나는 비가 더 많이 오길 바란다.


그 이유는

나의 첫째 고양이 머루가
비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아주 골똘
쳐다보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머루가 좋다.


머루를 보면 머루는 머루답다.



그러기 쉽지 않은데, 머루는 머루가 하는 것을 하고


머루다운 실수를 한다.


그게 머루이기에

머루는 나의 대체불가 하나뿐인 고양이이다.


나는 7월 16일 오전 5시 45분

최근에 시작하게 된 아침 7시 카페 알바 일을 위한 

수많은 알람소리에 깨어 일어났다.


역시나 머루는 창밖의 비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정말 그러기 쉽지 않은데,

어떻게 저리 질리지 않고 물끄러미 쳐다볼 수 있을까


아침 준비를 하며 

머루를 빗어주면서 말을 걸어보았다.




이거도 재능인 거 같다.

머루야


머루야 오늘은 그냥 허심탄회하게 엄마 속얘기 좀 해볼까봐


요새 작년부터 일하던 카페 운영이 잘 안 되서


급하게 알바를 하게 되었고

투 잡을 뛰고 있지


근데 요새 듣는 소리가 


"나이가 많아서" 라던지


"왜 그 경력에 여기서 일하냐" 라던지


처음 적응하느라 사실 

나보다 어린 선배들의 눈치를 보느라 


솔직히 내가 요새 뭐하는 건가 싶어.


나는 '나답지' 않게 행동하는 거 같달까.



그냥 사람이 원래 나는 힘들었어.


'나답게' 살자는 생각이 들어도

그게 항상 그렇지는 않드라고....


그렇다고 내가 열심히 안 산 건 절대 아니라 생각하거든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온 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더 많이 배우기 위해 돈을 버는 거고

나를 키우기 위해 참고 또 참아온거거든


근데 요새는 사실

버겹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항상 같은 사람이 아닌 거 같애.

너네 고양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지 

모르겠지만


상황에 따라 우리는 우리의 최대치의 능력을

발휘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자괴감이 들 때도 있고

자신감이 들 때도 있고

왜 스스로 자책하지 말아야 하는 지

아주 조금은 알겠다.

우리는 서로 다르고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고 있으니까.



머루의 시간이 엄마보다 더 빨리 흘러가서


어떻게 보면 우리 머루가

더 의젓한 거 같애


엄마도 세월이 너랑 같이 

빠르게 흘러갔으면 좋겠다.


나의 천천히 흐르는

인생을 보며


너가 쳐다보는 그 눈빛은 어떤 눈빛일까


궁금하네


나도 나답게 살고 싶다 얼른.




화장을 마치고

현관문 앞에서 신발을 신고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나의 고양이

머루 토끼는

깡충깡충 뛰어와 나에게 인사를 한다.


오늘 따라 나의 눈을 더 마주쳤는데

씩 웃는 거 같달까


그게 무슨 뜻일까 엘리벵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면서 생각이 들었는데


아...

"먼소리야, 엄마 이미
엄마답게 살고 있잖아.

엄마 내 엄마잖아.

그럼 됬잖아.

뭘 더 바래 엄마 집사야."


그래 너 츄르 벌러 간다 임마



물론 내 미래 츄르도 벌러 가는 거긴 해 ㅎㅎ

노력할게 머루포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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