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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너와 나는 작은 별

chap.06 멈춰있는 거 같지만 조금씩 커가는 아로에게

2023년 12월 15일


"아로야 너 이제 더 높이 뛴다!!"


오늘도 어김없이 사냥놀이를 해주고 있던 나는

나의 고양이 아로가 평소에 비해 더 높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보면서 동시에 드는 생각


"짜식, 많이 컸네."


"아.. 그렇지 너도 시간이 빨리 흐르는구나."


그렇게 뭔가 갑자기 좋으면서도 씁쓸한 생각에 잠겨 있는데


그런 나를 아로는 똘망똘망 쳐다보았다.


"그니까 우리가 더 나이가 어가고 있다는 뜻이야 ㅎㅎ"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성숙해진다는 뜻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점점 앞으로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아로한테 어릴 적 추억 얘기를 해주었다.

왜 그런 거 누구나 있지 않은가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좋은 기억

그리고 신비한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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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의 꼬마 나는

싫으면 싫다 말을 못 하는

어떻게 보면 착하지만 매번 내 거는 챙기지 못하는

나한테는 바보 같은 아이였어.


그런 나의 모습을 매력으로 봐주는 친구도 있었고

보호해 주려는 친구도 있었고

이용하려는 친구도 있었지.


어릴 때, 내 모습이 우리 지금의 아로 모습 같다 ㅎㅎ

아로는 아직도 양보를 너무 많이 하잖아 머루한테..


아로가 그런 모습이 나를 많이 닮은 거 같아.


그런 나의 성격이

동물, 곤충 등 다양한 생명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졌지.


관련 얘기를 좀 더 해보자면



어린 시절 나는

잠자리들을 정말 많이 구해줬었어.


어떤 친구는 계곡 물에 빠져 있었고 그래서 내가

햇볕에 말려주기도 했고


어떤 아이는 날개 위에 껌이 붙어 있길래

조심히 떼어주고 얘를 날려 보내주었어


주로 그런 이유들 때문에 날지 못하는 아이들을
저 하늘로 다시 돌려보내주었었어.



그러던 어느 여름 새벽,

이상하게 나는 눈이 새벽 5시 34분에 정확히 떠졌어

어스름히 어두움이 공존하지만 분명 아침이 다가오고 있다고

느껴지는 그런 색깔의 공기와 하늘이 보였고,


정말 놀랐던 게

나의 오른쪽 엄지발가락 위에 잠자리 한 마리가 착지해 있는 거야


와, 어린 나는 너무 신기했어

어떻게 자고 있는데 내 발 위에 잠자리가 가만히 앉아있었지??


나는 그 상태로 움직이지도 않고

그 순간을 내 마음속에 맘껏 간직하는 중이었어.


순간 나는 그 잠자리가 하늘나라에서 내려온

이전에 내가 구해줬던 잠자리 영혼이 인사하러 온 건가 싶더라고.


그렇게 정말 내 발가락 위에

체감상 10분은 있었던 거 같아.


그러고 고개를 양옆으로 까닥까닥거리더니

구멍이 뚫린 방충망 사이로 날아갔고


하늘은 노랗지만 시원하게 타오르고 있었어.


신기하지.


그 이후 나는 습관이 생겼는데

잠자리가 많은 곳에 가서


일부러 양팔을 벌리고

가만히 허수아비처럼 서 있는 거야.


또 다른 잠자리와 인사를 나누고 싶어서 ㅎㅎ


11살 때, 13살 때까지는 내 위에

잠자리들이 그러면 앉아주었는데


점점 커가니까

잠자리들이 나의 곁을 피하더라.


내가 순수함을 잃은

성인이 되어가서 그런 건가 했어.


섭섭했지.

그 와중에도 나는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 못했던

시기도 있었으니까


아 나는 모든 생명들한테 사랑받지 못하겠구나 했어.


그러던 어느 날,

이제 점점 힘들었던 일들이 해결이 되어가고

대학생활에 찌들어 있던 여름 새벽


나는 또다시 꿈을 꾸었어.


이번에는 정말 큰 잠자리가

밝은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어.


이상하게 곤충이 엄청 크면 무서워야 하는데

하나도 안 무섭고 신성해 보였어.


그러고 나를 향해 미소 지어 보이는 거 같더니


그렇게 꿈에서 깼어.


하늘을 봤는데

분명 아침이 밝아오는 하늘이었는데


작고 큰 별들이 아직 내 눈에 반짝반짝

보이더라고.


왠지 그냥 그 별들을 보는데

눈에 눈물이 그냥 고이더라 ㅎㅎ


뭔가 내가 구한 그

잠자리들이 나한테 위로하는 거 같은

잘 커줘서 고맙다고 응원하는 거 같은

그런 눈빛이었고

나에겐 그런 아이들의 날갯짓이


작고 가볍고 순수한 별이었던 거야.


내가 커가고 있다고 해서

어린 시절의 나의 모습과 좋은 기억이

다 사라지는 건 아니더라고 아로야.


너의 시간이 빨리 흘러도

우리 항상 서로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큰 별이 아닌

작은 별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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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는 그러거나 말거나 놀아달라고


내 손에 있던

낚싯대를 탁탁 치고 있었다.


집사는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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