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08 심근비대증이 올 가능성이 높은 나의 고양이 머루에게..
2024년 02월 03일
나는 처음으로 하늘이 무너지고 원망스러웠다.
하늘이 원망스러웠던 게 처음이었던 것은 아니다.
엄마의 마음으로서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나의 껌딱지 고양이 머루가
심장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확연히 크다고 한다.
다른 말로 심근비대증이 올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오늘은 머루, 아로의 건강검진 날이었다.
나는 평소에 몸이 약했던 아로가 걱정이었는데 오히려
아로는 너무 정상이었고
머루의 xray 사진 속, 큰 심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생님의 조심스러운 권유로
심근비대증 관련 혈액 수치 검사를 추가로 진행하였다.
의사 선생님과 머루가 나가고
나는 진료실에서 눈물이 스르륵 흘러나왔다.
이게 바로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없다는
그 심근비대증이구나...
다행히 머루의 혈액수치는 정상이었으나
심장이 많이 큰 편이었기 때문에
심근비대증 증상이 3-4살 때 갑자기 나올 수 있다고 하셨다.
오래 못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그래도 너무 다행인 건,
나의 고집 때문에 머루가 심근비대증 증상이 나올 확률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아낸 것.
나는 처음 아이들을 입양한 순간부터
매년 정기검진은 꼭 가야겠다고 했는데
그 고집이 예방이 될 수 있던 것이다 다행히...
그래서
머루가 몇 살까지 우리 곁에 함께할지 모르겠지만...
머루를 보면서 슬픈 생각만 하면
머루와 함께한 시간에 행복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지 못할 거 같아서
차라리, 이왕에 이렇게 된 거 머루에게
해주고 싶고 같이 다니고 싶은 거
더 자주 해줄 생각이다.
그리고 나도 이제 취준생활은
이번 연도를 끝으로 접고 나의 본격 직장생활에 돌입해야겠다는 것을
간절히 느꼈다.
오늘은 머루에게 편지를 쓰면서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보겠다.
사랑하는 나의 첫째 딸, 고양이 머루토끼에게..
안녕, 머루??
찹쌀이??
오리고양이?? ㅎㅎ
머루, 오늘 처음 정기검진이라는 것을 받아보았구나.
병원은 역시 낯설고 무서운 곳이지?? 엄마도 얘기 때 그랬어
그래도 커 가면서 엄마는 병원 가는 게 두렵지가 않아졌어.
왜냐면 엄마가 어디가 아프고 어디가 약하다는 것을
미리 진단받으니까 대비를 할 수 있어서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가 있거든.
우리 머루는 그래서 오늘 어떤 결과가 나왔냐구??
우리 머루는 오늘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머루가 마음도 크고 세상에 대한 열정도 커서
심장이 조금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큰 편 이래 ㅎㅎ
그래 엄마도 자랑스럽다.
우리 머루처럼 세상 순하고
하악질 할 줄도 모르고
착한 고양이니까 마음도 큰 게 당연하겠지.
근데, 머루가 마음이 큰 게 항상 좋은 거만은 아니야.
왜냐면, 마음이 너무 크면
머루가 조그만 몸뚱이로 들고 다녀야 하는데,
머루한테 무리가 올 수 있어서 그래.
그래서 적당히 큰 거도 좋아.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흠...
일단은 엄마랑 약속 몇 가지만 해줬으면 좋겠어.
1. 지금처럼 물이랑 사료, 습식 잘 먹기
2. 엄마가 이제 머루가 너무 마음이 커서 조금씩 짐을 덜어주는
영양제를 줄 거야. 그거 먹을 때 힘들지만 꾹 참고 먹는 거 조금씩 같이 해봤으면 좋겠어.
3. 엄마가 주는 거 중에서 오메가-3라고 노란색 생선 비린내 나는 기름이 있어.
그거 거르지 말고 꼭 다 먹자.
아 너무 껌이라고??
그렇지 말도 잘 듣고 뭐든 잘 먹는 머루한테는 껌이지
그래도 엄마는 머루랑 더 오래 같이
큰 마음을 간직하고
좋은 기억도 같이 더 많이 쌓고 싶어.
엄마도 매년 우리 마음씨가 큰 머루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돈도 벌고
더 시간 관리 잘하고 그럴 테니까
우리 머루야 항상 행복하자.
그리고 아프면 언제든 아프다고
지금처럼 옆에 와서 말해주렴
사랑해 머루야.
너의 이전 생에도 이번 생에도 그다음 생에도
만났을 것이고 만났고 또 만날
친구이자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