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이 또한 '한 여름밤의 꿈'이야 아로야.

chap 09. 셰익스피어 선생님의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그 여름밤.


'셰익스피어 카운슬링'

-체사레 카타


2024년 3월의 중반 즈음이 흘러가는 시점

다 읽었다.


새벽 2시 아마 주말이었던 거 같다.

난 그때의 기분을 잊을 수 없다.


'내가 평생 소장하고 다시 한번 더 읽어야 되는 책'


일상의 반복됨과

참고 또 참는 사람들의 거친 행적 속에서

살아남아


주말 새벽에 내가 인생에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책을 만났고.


나는 그 책을 마무리했다.


그런 책을 만났을 때,

나에게는 느껴지는 특유의 기분이 있다.


내가 책을 읽었던 책상 위

은은한 주황빛 전등 속의 고요함은

나의 물 잔에 은은한 울림과 눈물을 선사하는 거 같은....


그런 이상한 느낌이 있다.




오랜만에 깊은 위로와 깨달음


2024년 나에게 가장 큰 선물 중 하나가 된 거 같다.


그런 나를 보며, 아로는 오늘은 무슨 책을 읽었냐면서

갸우뚱하며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아로에게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한 여름밤의 꿈'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_'셰익스피어 카운슬링'_체사레 카타 지음.




---------------------------------------------------


아로야, '한 여름밤의 꿈'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어... 길게 얘기하면 너가 지루해질 거 같으니까 쉽게 얘기하면


어느 마법의 숲 속 한 여름밤에
'퍽'이라는 요정의 장난으로 인해
두 쌍의 남녀가 사각관계에 빠지는 이야기야.

어질어질하지??


어릴 때, 이 이야기를 동화책으로 읽었었는데

당시 10살이었던 나는


'와우, 이게 무슨 사랑 장난 이야기이지?? 정말 심각한 드라마네.'


라고 생각하고 다시 거들떠보지도 않았어.


그런데, 나는 약 16년의 세월이 흘러서야

오늘 내가 읽은 이 책을 통해서


깊게 깨달은 부분이 있어.


바로, '한 여름밤의 꿈'을 통해

셰익스피어 선생님이 모든 세기의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씀에 대한 이야기야.



살다 보면 내 마음대로 안 될 때가 있어. 아니 너무 많지.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자책을 하거나 그 이유를 외부에서 어떻게든 찾으려고 해.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거야.


왜냐하면, 어떻게 보면 우리 인생의 좋은 일 나쁜 일들은 우리의 '힘'에 의해서 일어난 게 아니라


‘퍽’과 같은 요정의 장난처럼
어쩔 수 없었거나
우리의 잘못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는 거야.



우리가 멋대로 목표를 설정해 둔 게 문제였던 거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



엄마는 이 말에서 큰 위로를 받았어.


사실, 그래도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하기는 해.


그러니까

어떤 안 좋은 일이 있었을 때, 좌절도 하지만

다시 그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내가 좀 더 대비하고 노력할 수 있던 거는 무엇이었을지

기억해 두고 노력하는 부분은 있어야 된다고 말이야.


그런데, 사실 정말 그 일들이


일어나길 바라서

일어나야 해서


일어났다기보다



'그냥' 일어난 일들이 더 많은 거야.



근데, 나도 생각해 보니까.


죄다 '내가 잘못했지.' '내가 부족해서.' '내가 이렇게 했어야 되었는데.'

'내가 이렇게 되어 먹어서 그래.'라고 스스로를 엄청 자책하고 힘들어했던 거 같아.


'그냥' 일어난 일들인데. 생각해 보면.


정말 '퍽'과 같은 요정들이 된통 당해보라고

장난쳤을 수도 있는데


내가 그동안 너무 깊게 생각해서

오히려 스스로를 더 아프게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왜 아로도 머루한테 쥐 장난감 뺏길 때,

시무룩해질 때 있지??


그게 아로가 머루보다 서열이 낮아서라고 생각하지 말고


아주 장난기 많은 요정이

머루한테 찰싹 달라붙게 장난친 거라고 생각해도 된다는 거야.


마치 이 모든 일들은

어느 한 여름밤에 일어난 꿈같은 일이었구나라고 생각하고


그 아픔 속에서 깨어나서

또 다른 하루를 향해 나아가라는 것.


그게 셰익스피어 선생님이

전하고자 했던


'한 여름밤의 꿈'의 중요한 메시지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엄마는 앞으로 힘든 일이 올 때,

다시 그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잘 버틸 수 있을 거 같아.



내가 열변을 토로하고 있을 때.

나의 사랑스러운 아가는


책을 물어뜯고 있었다...





그래도 뭐, 듣고는 있었을 것이다.



책 읽고 나서 생각에 잠긴 나를 똘망똘망 쳐다보는 아로의 모습.







오늘은 4월 2일이다.


유독, 꼭 브런치에 그날의 순간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이 제격인 거 같아 글을 올려본다.


4월 1일

나의 27살 인생에 나는 왼쪽 가슴에 작은 종양을 발견했다.


나의 어머니는 유방암 환자셨다.

나도 혹시 몰라 매년 정기 검진을 해왔었는데,


작년에 있었던 아무렇지 않았던 덩어리가

무려 10배나 커져있다고 한다.


다행히 암은 아닐 거라 하시지만


아마, 수술은 해야 할 것이다.


큰 수술은 아닐 거라고 한다.


그리고 나는 그 수술이 두렵지 않았지만


어제 진단받고 나서 나는 유독 힘이 없었다.


'내가 왼쪽 가슴에 이런 종양이 생기면서까지

너무 힘들게 무리하게 살아왔구나. 차라리 그렇게 살지 말았어야 했나.

얻는 게 대체 뭐가 있지.'


그런 생각 속에서 일을 하다 보니


화장품 잡화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던 나는 오늘따라

더욱더 힘이 없었다.


평상시에 재밌게 응대하던 고객님들에게도

나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그들에게는 나의 힘든 기분이 전파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마음도 힘들고

취준생활로 인해 이미 지쳐있고

전체적으로 공격적으로 변한 매장분위기

그리고

실수를 하면 알바생에게 두 배의 스트레스로 돌아오는...



평소엔 밝게 이끌어가다가도

오늘은 힘이 없었고


물류 정리하다가

매니큐어도 실수로 깼다.


다행히 마음씨 따뜻하시고 평소에 나를

좋게 보시던 점장님은


나무라시기보다는


'아이고, 오늘따라 평소의 너의 모습이 아니네ㅜㅜ

많이 힘든 일 있었어??

오늘따라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보이니.'


걱정해주시기도 했다.


그 순간 알았다.


아.... 내가 진짜 힘든 걸 또 참았네.

힘들어 보이긴 하나보다.


오늘도 나는 이렇게 힘든 거 티 안 내려고 했는데


속으로는 정말 울고 싶을 정도로 순간적으로

큰 탈진이 온 듯한 기분이었다.


고된 알바가 끝나고

한 참 낮잠을 자고


다시 일어나서 포트폴리오 작업을 하면서


순간, 나는 다시 셰익스피어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얘야, 퍽이라는 개구진 요정이 장난을 친 모양이다.
한 여름밤의 꿈이라 생각해 주렴."


이렇게 생각하니

나는 마음이 한 결 편안해졌다.


모든 일을 다 내 마음대로 컨트롤할 필요 없고

모든 상황에 '똑똑하게' 대처할 필요 없다.


'나'에 집중하자.


이 또한 한 여름밤의 꿈이니까.

이전 09화 착한 마음씨만큼이나 심장이 큰 머루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