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수학 선생님의 Atrix 핸드크림

chap.10. '하얀 비' 핸드크림 냄새에 킁킁 거리는 머루에게.

새벽 2시다.


어김없는 목요일.

나는 또다시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왜냐하면..


다음 날은 나의 포트폴리오 피드백을 받는 과외 날이기 때문이다.




주중에 아르바이트하면서 시간 쪼개면서 해도

시간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는 내가 하는 분야의 특징인 거 같다.




그날따라 손이 거칠었다.

갑자기 왔던 봄바람이 나한테는 맞지는 않았나 보다.


하얀 비 냄새가 나는 스카이보틀 브랜드의 핸드크림을 바르며

나의 손등에 수분을 축여주는 와중


냄새가 나서 그런가

머루가 그새 또 와서

킁킁 맡고 있다.


"엉, 머루야 이거는 핸드크림이라는 거야.
너네랑 다르게 엄마는 손등에 털이 많이 없어서

요즘에 건조하네"




알아듣는 건지 머루는 신기하다는 듯이

핸드크림을 요리조리 살펴본다.


그런 머루를 보니

옛날

어린 시절 수학 선생님께서 발라주시던 Atrix 핸드크림이 생각난다.









참말로 그때, 뭐를 그렇게 스스로를 갈구며 살아야 했을까.



다시 생각해 봐도

나는

스스로를 지나치게 억누르는 상황에 많이 놓여 있었다.


'힘들어도 힘든 티 내면 안 돼.'
'집안 힘든 일은 밖에서 얘기하지 마.'


엄마는 아마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를 까봐

그게 걱정이 돼서 그렇게 가르치신 거 같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 나의 외모를 가꾸는 거는 1순위가 아니었다.


하루하루가 생존 오직 생존

사회에서 살아남는 지위를 얻는 것


그게 나의 1순위였다.



그런 탓인가


 나는 가을 겨울만 되면 손등이 짝 갈라지면서

그 사이로 피가 자주 나기도 했다.


그 정도로 피부는 얼굴을 포함해서

다 좋지 않았다.




수학학원에 한창 열심히 다니던 때였다.

당시 나는 14살이었다.



나는 수학이 싫었지만 그래도

잘하고 싶어서


참고 열심히 했던 걸로 기억한다.


수학 선생님들도 내 머릿속에 기억이 떠오른다.


그중 유독 떠오르는 한 분이 계신다.




검정 긴 머리에

남색 옷이 잘 어울리셨던

요즘 말로 하면 '겨울쿨톤' 인간이셨던 차가운 냉혈한 여자 선생님


선생님의 성함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선생님은 수학을 잘 가르치셨고

또 엄격하셨기에


장난기 많은 친구들도 그 수업시간에는

조용했었다.


하루는 수업이 끝나고 숙제를 좀 더 하다 가고 싶어서

자습실에서 자습을 하다


선생님꼐 질문을 드리러 갔다.


선생님은 질문지를 내민 문제를 보지 않으셨다.


그리고 잠시 정적이 있었다.



나는 내가 혹시 잘못했나

순간 무서웠지만


이내 선생님의 입에서 나온 말씀




'지우야, 손등이 이게 아이고...

예쁜 아가씨는 자기를 소중히 대해야 돼요....




자기를 가꾸고 관리한 다는 거는
나 자신에 대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해결 과정이기도 해.'





당시 말이 정말 없던 나는

이 분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

눈만 껌뻑껌뻑거렸다.


선생님은 내 손을 보면서

책상 위에 놓인 'Atrix'라는 동그란데 납작한 핸드크림 통을 꺼내셨다.


선생님은 말없이 내 손등에 바셀린을 피가 나고 있는 부분 위주로

발라주셨고


핸드크림을 손 전체를 정성스럽게 발라주셨다.




감동받았다는 느낌보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관심받는 사람이구나.


그렇게 생각했던 거 같다.






잠시 생각에 잠긴 나를 머루는 또 무슨 생각하냐고 손등에 기대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머루에게 옛날 그 선생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 그러니까 엄마는


옛날 엄마가 힘들 때,


엄마 손등에 핸드크림 발라주시던 수학선생님이 생각이 났어.


머루는 엄마가 가끔 발바닥에다가

크림 같은 거 발라주지??


그런 비슷한 느낌일까나




그냥 핸드크림 그거 하나인데




정말 대단한 거 아닌데


겉으로는 냉정한 사람들이

속으로 오히려 더 따뜻할 수 있다는 것도

그때 알았고..




나 자신을 아껴주는 건



나를 아끼는 사람들에 대한 보답이다라는 것도 느꼈었던 거 같아.






머루는 씩 미소를 지으며

내 얘기를 들어주고 있었다.


머루에게도 나의 핸드크림이

잘 전달됐으면 하면서...


2024년

약 10여 년의 시간이 지나고

바르는 지금 이


핸드크림에서 나는

하얀 비는




옛날 추억의 기억에서

나를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살랑살랑 내리고 있었다.





이야기가 끝나고 머루 눈곱과 발바닥에 크림 발라주기 위해 안은 모습..살짝 삐진 거 같기도 하다.


작가의 이전글 이 또한 '한 여름밤의 꿈'이야 아로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