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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벚꽃이 부럽다

chap.11 안 부럽다는 머루.

 


2024년 4월의 첫째 주였다.


벚꽃은 생각보다 빠르게 피었고


매년 느꼈던 거처럼


참 이뻤다.



나는 벚꽃이 부럽다.




주변 숲길을 걷다 보면

사람들은 벚꽃이 핀 구간 구간마다 멈추어서

그 아름다운 만개의 순간을 담는다.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날은 일요일 점심이었다.

우리는 막 점심식사를 했고,



근처 숲길을 산책하고 있었다.

역시나 벚꽃 속 

수많은 사람들이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나는 옆에 걷고 있던 오빠(=현남집사)한테 이렇게 얘기했다.




오빠, 나는 벚꽃이 부럽다.




오빠는 그런 나를 보며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그래?? 나는 벚꽃이 오히려 불쌍한데."


"왜?"



"아니, 저렇게 피었는데 빨리 지잖아.

저 이쁘게 필 순간을 위해서 오랜 시간 준비했을 텐데

매년 피는 게 고작 1-2주 정도밖에 되지 않잖아.

아쉬울 거 같아 나는.

내가 벚꽃이라면."



"그럼, 오빠는 어떤 꽃이 좋은데??"


나는 매화. 아무도 안 피고 추운 날에

굳세게 피어나는 매화꽃이 나는 참 이쁘더라.




그 얘기를 듣고 가만히 벚꽃을 보았다.


하긴, 정말 아쉬울 거 같긴 하다.


저렇게 이쁘게 피려고 매년 노력을 정말 많이 했을 텐데...

고작 몇 주, 1주 이렇게 피고 져야 한다면

많이 아쉬울 거 같았다.



3.27일 벚꽃이 막 피기 시작했을 때, 밤에 보는 벚꽃이 이뻐 찍어놓은 사진. 





그렇게

벚꽃 길을 걸으면서 오빠랑 담소를 나누었고


일요일을 마무리하고

월요일이 찾아왔다.




나는 여느 때처럼 화장품잡화점 알바가 끝나고


머루랑 창 밖을 보며

이쁘게 핀 벚꽃을 보고 있었다.





머루야


벚꽃 참 이쁘지 ㅎㅎ


우리 머루랑 아로는 벚꽃 산책은 힘든 게 많이 아쉽다.

1년에 1-2주 밖에 피지 않는 꽃들이야.


그래도 이쁘지 ㅎㅎ



어떻게 금방 지면서 꽃잎 날리는 거도 이쁠까.




창밖을 보며

나의 혼잣말일지 모르겠지만

머루한테 나는 벚꽃에 대한 나의 생각을 얘기하고 있었다.




다시 머루를 보니




머루는 창밖이 아니라 나를 보면서 지긋이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렇다.





머루에게는 아무리 이쁘게 피고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벚꽃일지라도




관심도 없는 것이다.





왜냐면 항상 머루의 앞에 있는 건




'나'이기 때문이기에




빨리 피고 빨리 지는 벚꽃이

머루에게 중요한 순간이 아닌 것일 수도 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나의 시간 속
항상 내 앞에 있는 소중한 존재들은 무엇일까




혹은 내가 사람들의 집합 속에서



나에게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고 있던 건 아닐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예쁘고 좋다 하는 그 추억이

나한테도 중요한 추억



어쩌면 그렇게 부러워할 만한

존재가 아닐지도 모르기에.....







머루는 빠르게 흘러가는 고양이 시간 속에서

나를 더 담아내고 싶은 거일 수도 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며


나는 머루를 가만히 쓰다듬어주었다.


앞으로도 내가 쓰다듬는 존재는 

머루, 아로일 것이다.





벚꽃은 그저 날릴 뿐이다.

시간은 오늘도 재각각 다르게 흐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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