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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게 중력을 덜어준 어느 집사의 이야기.

chap. 13. 중력은 조절 못하지만 '머루'와 나 사이의 중력은 강해



'중력'은 어떻게 보면 아이작 뉴턴 선생님이 사과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유심히 관찰한 덕에


'물리'를 배우는 모든 학생들에게 몰라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또, 그 '중력'은 왜 우리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는 지까지도 설명하게 된다.


'신기하다.'라는 느낌이 드는 중력이면서도

때로는 '안쓰럽다'는 생각이 드는 힘 '중력'이다.


우리의 시간이 모든 생명체에게 같이 흘렀으면 좋겠건만


그렇지 않은 거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중력'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게 된 계기는

영화 '인터스텔라'이다.


우주에 대해서 잘 표현한 시각적인 요소들도 있지만

무엇보다 나는 '중력'이라는 개념으로


사람들에게 큰 감동과 애잔함을 줄 수 있었다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중력'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 간의 시간이

엄청난 격차로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겠다는 부분을 보며


나는 분명 '고양이'를 지독하게 사랑하는

'물리학자' 라면 이런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싶어

글을 써본다.




" 데이지는 사실상, 1개월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1876년 영국의 '런던'


노아는 자신의 고양이 '데이지'에게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창가에서는 노아의 심정을 대변하듯

기차의 소리가 철컹철컹하고 지나가고 있다.


" 브라운 씨, 그래도 데이지는 17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한 겁니다.

브리티쉬 숏헤어 고양이 평균 수명보다 오래 살고 가는 것이니

스스로 자책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데이지가 사람 나이로 치면 약 90살이나 산 거나 다름이 없는 것이죠. "


노아에겐 아무리 누가 '할머니' 고양이라고 데이지를 불러도

데이지는 늘

영원히 노아에게 아기 고양이일 것이다.


그런 노아는 마지막 희망이라도 붙잡고 싶어 했다.


" 선생님, 데이지에게 약 처방이라도 해주셨음 합니다.

저도 과학자고 충분히 상황은 이해가 갑니다만,

그래도 데이지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해 지켜주고 싶습니다."


수의사 선생님은 '노아'와 같은 집사를 자주 봤다는

표정으로 종이에 만년필로 뭔가를 흘겨 적는다.


" 자, 이거를 들고 약국에 가보세요 브라운 씨.

하지만 명심하십시오!! 데이지는 순간순간이 매우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러니, 평소에 하던 거처럼 데이지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맛있는 밥도 주는 게 '데이지'에게도 좋을 겁니다."


노아는 수의사에게 건네받은 종이를 고이 접어

재킷의 주머니에 조심히 넣는다.


그러고, 데이지를 케이지에 넣고 근처에 있는 '약국'으로 향했다.


'노아!! 오랜만일세. 오늘은 무슨 일인가?'


스미스 씨는 '노아'의 처방전을 건네받으며

이제 올 게 왔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노아, 무슨 말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구려.. '데이지'에게는 자네와 함께하는 순간들이 행복한 묘생일 걸세."

이리저리 주섬주섬 처방전을 보며 안경을 치켜올리려던 스미스 씨는

실수로 펜을 떨구었다.


"아이고, 덜렁거리기는 참. 그러다 지난번에 약통도 깨지 않았어요?

조심하세요 여보."


스미스 부인이 스미스 씨에게 꾸지람을 하는 동안


'노아'에게는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생각이 스쳤다.


그 깨지는 소리가 어떤 이에게는 가슴이 살짝 철렁 거리는 소리였을 수도 있지만

그 깨지는 소리는 어떤 이에게는 하나의 번뜩이는 희망을 주기도 했다.


희망을 갖게 된 이는 바로 '노아'다.

물리학자인 '노아'에게

어떤 게 떠올랐을지 잘 모르겠다면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물리의 중요한 힘을 발견한 '뉴턴'을 떠올리면 된다.


'그래, 중력이다.

중력이 데이지에게 남은 1개월을

조금 더 늘릴 수 있지 않을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을까.

나는 물리학자다.


과학자지만, 이 거만큼은

그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


중력은 시간을 빠르게도 만들며 느리게도 만든다.

중력은 사건에 영향을 주는 시간을

늦출 수도 있는 것이다.


'노아'는 함께 같이 받는 중력이어도

'데이지'에게만 더 빠르게 시간이 흘러가는 게 야속하기만 하다.


물론, '데이지'의 내부 생물학적 구조가 인간과 다르다는 점을

감안 안 할 수 없지만


'노아'는 물리학자여도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중력'을 '데이지'에게만 느리게 작용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 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함께 지구 위에 있는 이상


'기술적으로도'

'물리학적으로도'


가능한 가설은 없다.


약국에서 데이지의 처방약을 받아오고

급하게 집에 오자마자 '노아'는

방 한편에 있는 칠판으로 다가갔다.


그러고 생각나는 모든 계획들을

적어보고 공식을 적어가며 계산해 보기 시작했다.



수많은 논리 속에서 희박한 희망을 찾기 위해.



처음에 '노아'는 중력의 영향을 조금이라도 덜 받게 하기 위해

'헬륨' 가스가 담긴 풍선에

'데이지'를 매달아 바닥에 닿는 시간을 늦추는 것을 시도해 보았다.


그러나 '데이지'가 강제적으로 올라가는 것을 너무 싫어했기에

또한 '헬륨' 가스의 위험성 요소도 배제할 수 없기에 그 도안은 버려야 했다.


'노아'는 '중력'의 영향을 덜 받게 하기 위해

'데이지'의 속도를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 위에 태워서

함께 세계 구경도 할 겸.

태워보는 건 어떨까 했다.


그러나 역시

'고양이'라는 동물들은 그렇게 외출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노아' 역시 잘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데이지'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건강 체중으로 줄여보면 어떨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데이지'의 기운 없는 모습을 볼 때마다

밥을 더 주지

덜 줄 수는 없다는 것을 '노아'는 알고 있다.


'이론'과 '실상'이 자유자재로

연계가 되어

솔루션이 뚝딱 나오는 세상은 어떨까


아니, 어쩌면 노아는 '물리학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론을 자신의 마음대로 조절해

'데이지'가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지는 거일 것이다.


절박할수록 '이론적'이기는 쉽지 않은 법.



'노아'는 벽의 한켠에 세워진

칠판에 하루 종일 끄적인 도안들을 보며


창 밖의 노을을 다시 쳐다보았다.



'데이지'가 아픈 동안만큼은 저 태양도 조금 더 느리게

내려갈 순 없나.


야속하다고 '노아'는 생각했다.



그렇게 잠이 들었고


'노아'는 부스럭부스럭 슥슥

나무 바닥에 질질 끌리는 천 소리에 잠을 다.


거실로 나가보았다.


왠 검은 중절모를 쓴

검은 복장의 사람들이

'데이지'를 쓰다듬고 있었다.


'노아'는 '데이지'를 납치하러 온 도둑들이다고

생각이 들어

옆에 있는

막대기를 드는 순간


'노아' 우리는 너를 헤치러 오지 않았다.



'노아'는 깜짝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노아, 데이지에게는 딱 3일이 남았단다.

데이지에게 물어보니


'노아' 너랑 며칠 더 보내겠다고

부탁을 하더구나.

'데이지'가 원하는 것은


 네가 더 이상의

가능성을 찾지 말고


너의 일상적인 그 모습을 보고 떠나고 싶다고 하는구나.


'데이지'는 9개의 인생 중 3번째 묘생을 너와 함께 보내는 거고

4번째 묘생의 3일을  끌어와 너와 함께 하겠다고 부탁을 했단다.



그러니 너도 '데이지'의 신중한 결정을 존중하고

남은 3일을

'데이지'의 3번째 묘생의 평범하지만 행복한 일상으로

마무리해 주렴.


'노아'는 워낙 데이지가 더 오래 살기 간절했기에

그들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누군지 모르는 존재들이기에 '노아'는 경계를 풀 수 없었지만


'데이지'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반기는 것을 보면

분명 나쁜 존재들은 아닌 듯했다.


"나는 물리학자이지만

저승사자를 조금이라도 속일 방법을 찾고 있소

그대들이 저승사자인지

천사들인지

경고자들인지


나는 잘 모르겠소만.


데이지의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어느 정도 늦추고 싶은데

방법을 생각해 봤는데


데이지에게 작용하는 중력의 영향을 줄여주는 것이지.


물론, 나도 과학자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일 수는 있소.


그렇지만 나는 '데이지'를 정말 아낍니다.


'데이지'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짓이라도 해보고 싶소.


당신들은 알 방법이 없소??



내가 생각해 봤소


'중력'이요.


'중력'은 우리 사이를 가깝게 할 수도

우리 사이를 멀어지게 하여 시간의 흐름을 다르게 만들 수 있소.


나는 '중력'이

우리 사이의 '추억의 거리'에 비례했으면 좋겠소.


당신은 인간 이상의 힘을 가진 존재이지 않소


그 길을 알지 않소.



대답을 해다오."




그 존재들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아무 대답이 없다


"노아

중력은 어떤 현상에든 작용하고 있단다.

그렇지만 우리 마음대로 들어주기에는

중력은 또 다른 위대한 존재란다.


놓아주는 거도

마지막 마무리를 아름답게 선물하는 거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며


너와 데이지의 순간들을 하루하루 허락해 준

중력에 원망하지 않되 감사하길 바란다."



'노아'는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왜 눈물은 흐르게 내버려 두면서

노아와 '데이지'의 삶이 끝나가는 시간을 늦출 의지는 없는 것인지

'중력'은..


눈물을 흘리며


순간적으로 몸이 너무 뻐근하다 느껴져


어깨를 잡아보니


어느새 '노아'는 바닥에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어깨 옆에는 '데이지'가 그릉그릉 거리며

옆에 기대고 있었다.


어느새 해는 다시 떠오르고 있었다.


"쳇, 해는 '중력'한테 아부라도 했나. 아주 본인이 갖고 노는 구만."


'노아'는 옆에 있는 '데이지'를 보았다.

'데이지'는 '노아'를 초롱초롱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그래, 네가 원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와 함께하는 묘생이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기억되길 바랄게.

나도 우울하게만 있지는 않을게 '데이지'."



그렇게 3일이 흘렀다.

3일 동안 '노아'는 평소와 똑같이

연구에 전념하고 '데이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상생활 속에 전념하였다.


그런 후 3일의 마침표에

모두가 예상했겠지만


'데이지'는

조용히 생을 마감하였다.


딱, 아침 해가 떠오르는 그 순간이었다.


늘 일어나 보면

'데이지'가 그르릉 거리며 자신을 깨워주는.


'노아'는 조용히 '데이지'를

자신의 형제 무덤 옆에 묻어주었다.


왜냐, 그 자리는 나중에 '노아'가 묻힐 자리니까.



세월 더 흘러

'노아'도 검은 존재들을 맞이했습니다.


그들은 '노아'에게 죽음을 알렸고,

'노아' 역시 그들을 따라 이승을 향해 갔습니다.


그렇게 그들을 따라 알 수 없는

길을 걸어가는 중,


먀아아옹


익숙한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허허, '데이지', 네가 여기 왜 있는 거니.

왜 다음 생을 즐기지 않았니."


'데이지'는 늙은 '노아'에게 다가오며




믿을 수 없는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사야, 



나는 다음 묘생을 살기 위해

다음 문을 열 수 있었지만

집사한테 고맙다는 말을 꼭 입으로 전해주고 싶었어.


내가 만났던 다른 집사들도 있었지만

나는 집사가 앞으로도 제일 생각이 많이 날 거 같아서...

안 가고 기다리고 있었어.


꼭 알아듣는 말로 얘기하고 싶었거든.


집사가 그토록 고민했던 '중력'이라는 힘이 정말

모든 사건에 영향을 주고 인연을 맺게 해 준 다는 점이

신기해서


'집사'의 시간이 끝날 때까지

내가 좀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고 물어보고 했어.

유령이 되어 몰래, 물리학 연구실에서 강의도 엿듣고

그랬지.


그래서 뭘 얻었냐고?

중력에 의해 흘러가는 '시간'?


'나는 알아도 모르겠지만, '중력'은 참

알기 쉽지 않은 거 같아.



그리고 집사야


나는 그래서 '집사'의 고양이로 살았던 묘생이 고마웠다고


얘기하고 싶었어.


그리고 '집사'야

나도 중력이 원망스러웠어.


내가 '집사'랑 같이 늙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그 생각 안 했던 거 아니야.


근데, 우리가 서루 아꼈기 때문에

'이별'이 더 우리의 추억을 강하게 만들어 주었던 거는

아닐까 생각도 드네.


그래서 더 그리운 거지.


'집사' 그래도 중력이 지금 이 순간은 왠지

허락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


이상한 힘이야.


암튼!!

'집사' 우리 또 만나쟈!


얼른, 또 다른 삶을 살 준비 하러 가보쟈.

따라와 집사


중력이 맘대로 하든 말든 알바야

우리가 서로를 아끼면 되는 거 아니겠어."



나이가 든 '노아'는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는 '데이지'를

보며,



다음의 문을 열었답니다.





이 이야기를 5월에 쓰기 시작했던 거 같은데,

6월 중반에 마무리하는 나에게


원망하기보단


나 또한, 상상하기가 너무 힘들 일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만남과 이별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중력'이 작용한다는 것을


짧지만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기에

좀 더 시간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하고 이야기를 써내려 간 거 같다.



나는 '죽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간다.


왜냐면, 그래야 하루하루를 좀 더 가치 있고


부정적인 거도 긍정적으로

내가 나를 더 보호하는 데 애쓸 수 있으며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을 더 바라보고

돌보는 힘이 생기기 때문에


'죽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런데, 사랑하는 이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평소에 논리적으로 생각하다가도


어떻게든 이기적으로 비이성적으로

'죽음'을 피해가게 하고 싶은 게 인간이다.


우리가  그럼에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보다 먼저 갈 걸 알면서 그들을 키우는 이유가 대체 무엇일지

나는 고민해 보았다.


내 생각은 이렇다.



'인간'은 항상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언제든 우리를 배신할 수 있다.


그런 외로움을 아는 존재들에게


'반려동물'은

'배신'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사랑'만 할 줄 알기 때문이다.


뭐,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암튼, 이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단편 소설로 엮을 마음이 생긴다면

 

물리도 심도 있게 다시 공부하면서(나, 전활수는 사실 이과였다. 제일 처음 쓴 이야기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그중, '물리'를 좋아했었다.)

좀 더 아름답지만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로도 탄생시키면 좋을 소재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더 내가 발전해야 하는 이유가 생겨버렸다 젠장.


그럼 이만, 나는 다음 이야기를 쓰러 가보겠다.


역시, 일요일에 푸른 나무들을 보며

왁자지껄한 카페에서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은

나에게 필요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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