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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고양이들이 나를 안 깨운다.

chap.04. 이 녀석들 집사의 마음을 너무 잘 안다.



최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거 같다.


내가 지쳐도 내가 챙기고 보살펴야 하는 존재들에게는 했던 거는 계속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런 날이 있다. 몸과 마음이 너무 지치는 날.


부모님의 마음도 이런 것인 걸까. 자식들과 나 자신의 미래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미래를 위해 돈도 벌고

자기 관리도 하시고 공부도 하시는 부모님들, 


그런데, 너무 에너지를 쏟아부으셔서 반겨주는 자녀들에게 

항상 높은 기운으로 반겨주지 못하는 그런 상태.


그런 상태에서 느끼는 미안함. 



카페에서 새벽 알바를 하며 포폴을 하고 있는 와중.

화를 조절하지도 못하고 언제 짜증 낼지, 함부로 말을 할지 모르는 그런 사람과 함께하는 카페 알바 환경, 

그리고 그게 쌓여가지만 그럼에도 나의 포폴에 집중하고 때로는 잠도 안 자는 나는


솔직히 누가 조금만 찌르기만 하면 폭발하기 직전일 때도 있고,

가끔은 방전이 되어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나의 극복 방법은

그냥 일단 낮잠을 잔다. 


그런데, 어떤 날은 정말 맞춰놓은 1시간 알람도 못 들을 정도로 

푹 자버릴 때가 있다.


오늘, 2023년 4월 12일,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나는 새벽에 카페 알바를 시작했고,

또,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나는 예상치 못했던 시점 같이 일하는 사장으로부터 짜증과 핀잔을 들었다.

이제는 하도 이상해 맘에 쌓아둘 틈도 없고 그때 기분 상하면 그만.



그렇게 한창 일을 하고, 

나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존재들 중 하나인 나의 고양이들에게 갔다.


아가들에게 습식을 챙겨주고, 가습기에 물도 채워주고,

아가들이 제일 좋아하는 최근 캣페어에서 산 스크래쳐 하우스도 꺼내주었다.


아로와 머루에게 츄르를 먹여주고,

나는 아로를 쓰다듬으면서 


"엄마가 오늘 유독 많이 지치네, 조금만 잤다가 놀아줄게 알았지??"


하고 나는 푹 잠에 들었다.





그러고 몇 시간이 지난 걸까. 



정말 일어나기도 싫을 정도로 무력감이 찾아온 날이었다.


그런데 참 눈을 뜬 순간이 행복한 날이었던 거 같다.


아직도 잊지 못한다.


머루가 가만히 나의 옆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킁킁거리면서 그냥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내 눈동자에 카메라가 달려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 순간 했던 거 같다.


보통 내가 너무 자면,

아로나 머루가 놀고 싶다고 자기를  봐달라고


"냐아아, 냐!!"


하면서 내 옆에 쿵 하고 온다.


늘 그랬었다.




그런데, 오늘 내가 그런 소리를 한 번도 못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머루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고,

아로는 조용히 컴퓨터 의자 위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아, 그 순간 딱 드는 생각.


"반려동물이 집사의 감정을 안다는 게 진짜구나."



말이 전혀 안 통해도 머루가 내가 오늘따라 많이 지쳤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그게 아니라면 머루는 그렇게 가만히 내 옆에서 나를 쳐다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게 그런 기분일까.


힘들게 일하고 집안 청소와 자식들 밥을 차려주고 잠깐 잠을 청한 엄마.

평소에 놀아달라고 보채고 울던 자식들이지만


유독 엄마가 힘들어 보이는 날에는 그냥 가만히 엄마 옆에 있으면서



엄마 오늘도 수고했어요. 사랑해요라고 해줄 때

엄마는 다음 날 일어설 힘이 생기는 것이라는 걸.


이게 가족의 소중함이구나.

서로 위로해 주고 공감해 주고 가만히 있어주는 것.

무슨 일이 있더라고 가만히 옆에서.



오늘은 머루의 눈빛이 나에게

그런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거 같았다.


" 엄마, 엄마는 못난 사람이 아니에요. 엄마는 누가 뭐라 해도 오늘 쉴 자격이 있고, 그동안 열심히 해왔어요 엄마.
엄마는 오늘도 잘하고 있어요. 푹 자요 엄마."



이 아이들에게 더 행복한 삶을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나는 아이들에게 밥을 챙겨주고 

다시 포폴에 임하고 있다.


그래 중요한 건 내 가족과 미래야.



(ps. 머루는 늘 내가 포폴 작업할 때 꼭 의자 위에 올라와 내 엉덩이 뒤에 딱 붙어서 자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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