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머루가 나에게 유독 특별한 고양이인 이유.

chap. 17.  머루가 기운이 없어 보이던 날.

2024년 7월 1일이다.


점심시간이었다.


나는 늘 내 점심을 먹으면서 아가들

습식을 챙겨준다.(물론, 1주일에 3번)


오늘은 아로와 머루가 가장 좋아하는

알모네이처 회사의 연어 습식을 까서 그릇에 놔줬다.


평소, 머루는 좋아하는 습식은 깔끔하게 설거지하는 버릇이 있다.

그런데, 오늘따라

머루는 내가 덜어준 습식 40g의 4/1밖에 먹지를 않았다.


그렇다고 건식을 오늘따라 유난히 많이 먹은 거도 아닌데,

나의 아가가

침대 밑에만 숨어 있고,


평소의 머루의 모습이 아니었다.


집사의 직감으로


머루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챈 나는

인터넷에 막 찾아보기 시작했다.


아무리 찾아봐도

기운이 없는 거는 맞는 상황인 거 같아서


아이가 어떤 상황인지 봐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제 머루와 레이저포인터로 세게 논 게 문제였던 거 같긴 하다.


최근에 머루와 아로를 위해 주문한 장난감들이

배송이 되어

언박싱을 했다.


그중 유독 아이들의 흥미를 사로잡은 건

1600원짜리 레이저포인터였다.


그냥, 바닥이든 벽이든

어디든 포인터를 비춰주면


아이들은 미친 듯이 뛰고

달려들고


어제는 머루의

마이클 조던 자세도 보았다.


두 마리다 너무 재밌어했던 거 때문이었을까


그날따라 아이들이 지치지를 않았다.


그날 총 2번 놀아줬는데

1번째 놀아줄 때, 20분 정도 놀아줬다면

2번째 놀아줄 때는 30-40분 정도 놀아줬다.


그 결과

머루가 신나게 놀다

혓바닥을 내밀고

개구호흡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예전엔 개구호흡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지만


올해 1월 머루의 정기검진 결과 내용 중

머루가 '심근비대증'이 높은 확률로 올 수 있는

아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지금의 나는 매우 걱정되었다.


어제는 우선 아이를 진정시키고,

어제 하루를 그렇게  마무리했었다.


그런데, 오늘 머루가

기운이 없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어제 과격하게 놀아준 게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았나 싶었다.


'머루야!!

머루!!'


아무리 불러도 나오지 않았다.


역시, 평소의 머루가 절대 아니다.


머루는 다른 사람이 불러도 아는 척하지 않지만

내가 부르면

토끼처럼 총총 뛰어와 내 앞에 착지하는 버릇이 있다.


오늘의 머루는 망부석이었다.


일단, 아이를 너무 자극하지 않는 게 좋겠다 싶어


점심 다 먹은 것을

조용히 설거지하고 있었다.



다 끝나갈 때쯤

뒤를 돌아보니


나의 발 밑에서

머루가 웅크리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사의 직감으로


머루가 도움을 요청하는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양이들은 아플 때,

숨어 있고, 도움을 잘 요청하지 않는 그 습성은 잘 알지만


그냥 머루와 교감을 계속 해온 나는

머루가 나한테 도와달라고 한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런 머루를 가만히 안아줬다.


평소 머루는 정말 안기는 것을 안 좋아하는데,

조금만 발버둥 치더니


가만히 내 품 안에 안겨있었다.


나는 머루를 가만히


머루와 아로의 집중 관리 파우치(발톱깎이, 발바닥 닦아주기, 눈곱 닦는 가재수건, 머루 심장순환 보조제 등등이 들어가 있다.)를 꺼냈다.


머루에게 우선 심장순환 보조제를 먹였다.


오늘따라 조용히 잘 삼키는 머루다.

심장에 조금 자극이 갔던 게 분명하다.


잘 삼키는 머루를 확인하며


머루를 가만히 앉고 토닥이면서

나는 이렇게 얘기해 주었다.


"머루야, 아픈데, 그거 굳이 꾹 참아가면서 엄마 옆에 있으려고 하지 마.
물론, 나도 너랑 더 오래 같이 있고 싶지.

그렇지만, 네가 나중에 상황이 더 안 좋아졌을 때,

아픈데도 꾹 참고 너무 아등바등 안 버텼으면 좋겠어."


머루는 정말 똑똑하다.


내가 이 말을 하니

나를 올려다보며


눈을 한 번 천천히 깜빡였다.


집사들은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 것이다.

 

나는 머루의 가슴 쪽을

잡아주며 이렇게 얘기해 주었다.



"머루는 심장이 다른 친구들보다 빨리 뛰어.

그래서 너무 무리하면서 살아갈 필요 없어.


당연히, 엄마가 머루가 좀 더 편하게 건강하게

살라고 오메가 오일도 맥이고

보조제도 맥이는 건 아마 너도 알 거야.


다, 대비해서 미리미리 챙기는 거지.


그래도!!

너는 목숨이 9개니까


떠나야 되는 순간인 것을 알 때는
너무 엄마한테 미련 남기고

힘든 몸 이끌고 더 살려고 하지 마.

다음 생에 더 건강한 고양이로 태어나서
더 재밌게 살아.

가끔 엄마도 보러 오고.


물론, 엄마 고양이든 강아지로 태어나면 더 좋지만 ㅎㅎ

다음에 태어나면 머루는 분명,

똑똑한 믹스견 아니면

보더콜리로 태어날 거 같긴 한데,


알아보겠지. 우리가 처음 그랬던 거처럼."


머루는 갸르릉 거리며

또 내 말이 끝나자마자


눈을 한 번 더 깜빡였다.


씩 웃어 보이는 그런 표정이었다.


아이를 토닥이고

바닥에 내려주고


머루가 가장 좋아하는

'조공' 브랜드의 츄르를 맥였다.


머루는 노란색과 연노란색 츄르를 가장 좋아한다.


다행히 츄르는 열심히 먹는 것을 보니

심각하게 아픈 거 같지는 않지만


놀아 줄 때 시간을 쟤고

내가 좀 더 제어해 줄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포폴을 만들고 있었다.


옆에서


'메에에에'

울음소리가 들려 보았다.


염소 울음소리를 내는 고양이는

'머루'다.


'머루'는 내 무릎 위에 껑충 올라왔다가

클래식 음악이 나오고 있는


모니터 밑에서 조용히 잠을 청한다.






머루가 왜 나의 소중한 고양이인지

언젠가는 좀 더 상세히 기술한다 했는데,



오늘이 딱 그날인 거 같다.


머루와 아로가 양 옆에서 얌전히 자고


나 또한 포폴에 살짝 신물이 난 상태이니


내용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첫 만남


머루와 아로를 입양하게 된 이야기는

이 이야기 시리즈의 프롤로그에 간단히

언급을 했었다.


그런데, 아마

왜 굳이 이 아이들이어야 했냐고


궁금해하지는 독자들도 있으실 거다.


음.. 사실은 지금(2024. 여름 초 이후)은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처음에 당시 남집사가

기념일로 고양이를 입양하자고 제안했을 때,

나는 꼭 '유기묘'를 입양하고 싶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었다.


그런데, 그는 어떻게 하든

끝까지 키우는 게 중요하니

마음에 맞는 고양이를 입양하자고 강력히 제안했으며


또, '유기묘'를 나중에 입양하게 돼도

고양이들에 대한 노하우가 많이 없는 지금 상태,


그리고 나는 아직 취준생 상태이므로

경제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을 했다.


그의 제안을 받았을 때,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중에 혹여나 헤어지면 어떻게 하려 그러는 거지...?'

'이 사람은 나랑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지금 이렇게 엮이는 수단을 만드는 건가.'

'아니, 미래를 함께해도 '유기묘'를 꼭 입양하고 싶은데.. 흠..'

등등


복잡한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이런 생각들을 안고


그가 주위에 수소문을 해

'브리더'님을 알아보았고


우리는 그 '브리더'님의

아이들을 보여주는 장소로 향했다.



처음에 갔을 때,

많이 보였던 아이들은


'브리티쉬 숏헤어'가 주였다.


맨 처음에 나의 눈에 들어온 아이는

2개월 밖에 안 된 러시아블루 아이였다.


사연을 들어보니 그 아이는

원래 입양 가기로 했었는데,


전 입양자가 감당을 못 하겠다고

입양을 하지 않아


브리더님이 관리하고 계시는 상황이었다.


너무 아기였다.


많이 울길래, 나는 더 마음이 갔었지만


당시 남집사는 너무 아이를 감당하려면

처음에 많은 생각과 현실적인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얘기를 해줬고,


브리더님 또한,

자신의 원칙은

'3-4 개원된 아이를 보내는 것'

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이유는 그 정도 되면

종합예방주사도 맞고 면역력이 어느 정도

생기게 되는 기간이고,

어미의 보살핌을 받는 시기에

받은 아이들이

향후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적다는 것이다.


그 말씀을 듣고

나는 다시 다른 3-4개월 된 아이들을 보았다.


그러던 와중

남집사가 나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지우야, 얘 좀 봐.. 얘는 성격이 말이 안 되는데?'


그쪽 방향을 보니

회색털과 흰색 털이 섞인 조그마한 브리티쉬 숏헤어 먼치킨 아이가 바닥에 배를 보이며

널브러져 있었다.


그 아이를 지켜보니

내가 그 아이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나에게 쫄레 쫄레 다가와 또

내 앞에서 널브러졌다.


'얘, 원래 이래요? 브리더님??'


브리더님은 살짝 으잉 하는 표정으로 그 아이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얘가, 성격이 좋기는 한데.. 이렇게까지 들이대지는 않아요...'


그때까지도 그 아이를 입양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고,


고민을 하면서

거기 있던 아가들이랑 낚싯대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또 유독 띈 아이가 바로 그 아이였다.


나는 '유기묘'든 브리더님에게 분양받는 아이든

입양하고자 하는 기준 1번이 있었는데


바로 '활발함'이었다.


예전에 책을 읽었었는데,

강이지든 고양이든

어릴 때, 활발하고

호기심을 많이 보이는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집사들과 교감이 잘 되며,

머리도 좋을 확률이 놓다는 구절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런 연유로 나는 '활발함'을 우선순위로 두었는데,


그 아이는 거의 뭐

낚싯대를 제일 먼저 잡으려고

활발하게

날뛰고 있었다.


그때, 나는 결정했다.


'오빠, 얘가 머루야.'



남집사도 거기에 동의를 했다.


당시, 우리는 아이들을 입양할 때,

각자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했었다.


물론, 너무 고맙게도

입양비는 남집사가

기념일 선물로 전부 지불하겠다고 했었다.


(물론, 그 이후로 병원비 80프로+모래비용=남집사/

식비, 간식비, 기타 등등 관리 비용= '나'가 담당하고 있다.)



아무튼 그 입양비를 지불하면서

남집사가 서류를 쓰고 있는데,


또 내 옆으로 머루가 와서

대짜로 발랑 뒤로 누워 있었다.


2022.12.11. 당시 말도 안 되는 모습이어서 사진으로 기록해 두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성격의 고양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봤는데, 그렇게 내가 좋을까.



그렇게 내 주위에서 맴돌던 머루가

주황 고양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정말 놀랍게도


그 고양이를 나한테 데려오고

그 주황 고양이도 나에게 배를 보여주며

아양을 부렸다.


그 주황 고양이는

남집사의 마음에 쏙 들어왔고,


마침 브리더님에게 여쭤보니

'머루'가 어릴 때부터 가장 친하게 지낸 고양이라고 하셨다.


그게 너무 신기했다.

아니 아무리 같은 브리티쉬 숏헤어라도

다른 어미 밑에 다른 종인데, 둘이 이렇게 친할 수 있지??


이 또한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두 마리 그렇게 입양하게 된 것이다.




이야... 아직도 기억난다.




머루는 아예 본인을 아는 척해달라고

내 옆에 매달려서

'메에에에' 하고 울기도 했다.


심지어, 잠깐 화장실 가는데도

따라 나오려 하고....


그날 입양 서류를 다 작성하고,

주의 사항을 듣고


데려갈 날짜를 정하고

그곳을 나오는데,


머루가 쫓아 나오자.


브리더님이


'아이고, 얘야!! 너 입양한단다.

그만 어필하렴.'이라고 할 정도로


정말 내 껌딱지였다.




물론, 처음 집에 왔을 때,

두 마리 모두 적응하는 데 기간도 있었고,


머루가 많이 숨었었지만


다시 환경에 잘 적응해


지금은 다시 그때의 그 모습으로 많이 돌아왔다.


좀 더 얌전한 버전이랄까. 지금은..



하트 손 무늬 하고 공청기 위에 앉아 있는 머루.



내가 작업하는 와중에도 꼭 신체 일부를 갖다 대야 하는 머루.


추가로

머루가 머리가 좋은 고양이라고 자주 언급을 했었다.

그렇게 생각했던 여러 포인트가 있었는데



그중에 한 일화를 얘기해 보자면



아로의 첫 헤어볼 사건.


아로가 아가 때,

켁켁 거리며

숨을 못 쉬어서 힘들어하는 순간이 있었다.


입양한 지 30일도 안 된 날이었는데



우리는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하나 안절부절 못 하고 있는데,


머루가 저 구석에서 혼자 놀다

쫑쫑쫑 오더니


아로의 뒷목을 콱하고

물었더니


아로의 목에서 헤어볼이 튀어나왔다.


우리는 그때, 머루가 생각보다

똑똑한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황을 이해하고

자신의 친구를 도와줬다는 부분이 그러했다.


'본능'일 수도 있겠다만...





뭐, '머루'가 나한테 소중한 아이라는 걸 설명하려면


첫 만남 이야기를 자세하게 풀어낼 수밖에 없었다.


'머루'는

주변 사람들과

병원 원장님, 간호사분들이 보셔도


착한 성격에

똑똑한 아이라는 것을 많이 인정받은 친구다.


그런 나의 첫 고양이이자

소중한 아이가


심장이 약하다는 게

아직도 속상하지만


그래도!!


삶이 언제 끝날 지 모른다는 것을 알기에

이 아이의 하루하루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지만 또 다른 좋은 영향도 있는 거 같다.


그래도 나는

내가 어떻게 급여하고

관리해 주느냐에 따라


조금의 영향이지만

큰 나비효과로 아이에게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언제나처럼

꾸준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본 오늘

머루의 미소도


분명, 그런 의미였을 거 같다.


나는 전생이 있다고 '머루'와 '아로' 때문에 더

믿고 있다.


왜냐하면


나는 고양이에게 목숨은 9개라는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머루를 안고 눈곱 닦고 이빨 닦다가 자세가 너무 귀여워서, 동영상으로 찍었던 장면 중 일부. 이렇게 가만히 있을 정도로 얌전한 머루이다.







 


이전 17화 두부를 보며 생각하는 나의 취업 플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