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새에 다가온

그 여자 이야기 Take #2

by Kate


정해진 약속이 있던 것도 아니고

지하철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닌데

황급하게 지하철을 탄

방금의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한다.


'뭐가 그리 급했을까..'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악명 높은 뉴욕 지하철은 평일 오전인데도

꽉 들어찬 사람들 덕분에

내려야 할 곳을 놓칠세라

지금이 무슨 역인지 한번 더 체크한 후

내릴 역이 몇 개나 남았나 세어본다.


'14th Street - Union Square'


쿰쿰한 여러 인종이 뒤섞인 냄새를 뒤로하고 내린

유니언 스퀘어는 제법 한산했다.


여름을 코앞에 두고

공원에는 푸릇푸릇 생기가 돌고

공연을 하는 사람들도

제 갈길을 가는 사람들도

모두 어딘지 모르게 상기되어 보이는 건

내 기분 탓일까.


이 맘 때쯤

아이스커피 한잔을 들고

계단에 앉아 사람 구경을 하는 것만큼 재밌는 것이 없다.


아직 긴 팔을 입은 사람들

벌써 여름인 양 민소매를 입은 사람들

계절을 알 수 없게 여러 겹 레이어드를 하고

이상스러운 색깔의 신발을 신은 사람들까지.


주변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사는 듯한

그들의 모습이

난 부럽다.


가만히 공원 벤치에 앉아

커피를 옆에 내려놓고

가방 안에서 가져온 책을 꺼낸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새 집에 가기 전

장을 보고 들어가 저녁을 하면 딱 맞을 시간이다.


때마침 남편에게서 전화가 온다.


"어디야 베이비?"


"응, 나 유니언 스퀘어에 나와 있어"


"그럼 내가 그리로 갈게. 저녁은 우리 좋아하는 일식집에서 먹고 집으로 갈까?"


"응, 좋아!"


내가 유니언 스퀘어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좋아하는 레스토랑들과 편집샵이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일본 가정식 집인데,

연애할 때 여행 와서 종종 갔던

일본 가정식 집이다.


꽤 심플하지만 맛이 있어서

입맛 까다로운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이 되었다.




"오늘 회사는 바빴어?"


"응 요샌 제법 일이 바빠지네."


매일 똑같이 묻는 일상적인 질문과 대답을 끝으로

본격적으로 시식에 들어갔다.


우리는 꽤 오랜 연애 후 결혼을 한 터라

신혼부부지만 아주 오래된 부부의 냄새가 있다고들 한다.


때론 그것이 좋은 점도 있고

때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애써 좋은 점만 생각하려 넘어간다.



집 앞 지하철 역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길.


괜스레 아까 들렀던 Walgreen을 한 번 더 들여다본다.


'그 사람은 퇴근했으려나?'


아차, 순간 그 생각을 한 나 자신에게 놀라

남편에게 괜스레 잔소리를 한다.

"집에 가자마자 씻어! 쉬다가 그냥 잠들지 말고"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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