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와
크로스백을 대충 던져놓고
소파에 털썩 앉는다.
괜스레 실실 나오는 미소가
얼굴에 번짐이 느껴진다.
집에 있어도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소리가 들릴 정도로
선선한 날씨인데도
왠지 목덜미에 땀이 난다.
그 사람과 이야기하느라
미처 다 마시지 못해 가지고 온 커피도 탁상에 두었다.
'자, 이제 저녁 준비를 해볼까'
마치 단잠에서 깬 사람처럼
자기 전의 기분과는 영 딴판인 내가 되어
서둘러 저녁 준비를 시작한다.
저녁 준비는 두 시간이 걸리는데
어째서 먹는 데는 이십 분이면 충분한 걸까
뭔가 항상 억울하다.
저녁상을 치우자마자
두말할 것도 없이
남편은 침대로 올라갔고
이내 티브이를 보다가 코를 곤다.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오늘은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지,
내일 스케줄은 뭔지,
등등..
늘 묻고 답하는 질문 말고
새로운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딱히 할 것이 없다.
늘 쳇바퀴 돌듯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주제란 평생 있을 수 없는 걸까
그리 많지 않은 설거지였지만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깨끗이 닦아 올려놓았다.
길던 해도 드디어 다 저물고
소파에 걸터앉아, 메시지 확인을 하자니
열어놓은 창문 밖에선
산책시키는 사람들끼리 나누는 이야기 소리,
큰 엔진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차들 소리,
아이가 어리광이 늘 대로 늘어 칭얼대는 소리
다양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 사람도 지금쯤 저녁을 먹고 쉬고 있겠지'
조용히 창밖의 캄캄한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늘따라 아주 날카로운 초승달이
하늘을 지키듯 떠있다.
내일은 비가 오려나..
괜스레 어깻죽지가 아려오는 것 같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