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부터 어깨가 무겁더라니
아니나 다를까 새벽부터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에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깼다.
일어나 화장실을 가고 넷플까지 틀었는데도
남편의 코골이는 멈출 줄 모른다.
어딘가 모르게 곤히 잠들은 남편의 모습이
어릴 때 자주 보았던 하루 종일 일하고 돌아와
피곤에 지쳐 자던
우리 아빠의 얼굴과 비슷하다.
간밤에 온 메시지들을 확인한 후
잠시 동안 비 오는 밖을 쳐다본다.
내 인생에도 한 번쯤 저렇게 몰아치는 비 같은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너무나 단조로운 인생은
오히려 사람의 영혼을 갉아먹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생명체가 사라진 텅 빈 지구에
비가 쏟아붓는 것 같은 아침,
아무 의미 없는 다큐를 켜 두고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이내 조용히 잠이 든다.
'앗, 몇 시지??'
급히 놀라서 깨어 시계를 보니 이미 오전 열한 시.
텅 빈 침대를 보니
남편도 알아서 출근을 했나 보다.
출근길을 배웅하지 못해
뭔가 아쉬워 전화를 건다.
"오빠, 잘 도착했어? 나 이제 일어났어"
"응, 잘 잤어? 회사 잘 도착해서 일하고 있어.
오늘 쉬엄쉬엄 재밌는 일 하고 보내고 있어~~"
"응 알겠어. 오늘도 수고해"
까르르르륵
빨리 일어나는 날도
늦게 일어나는 날도
절대 지치는 법이 없는 내 배가
오늘도 어김없이 점심시간을 알린다.
오늘은 제일 좋아하는 비가 오는 날이니
대충 밥을 챙겨 먹고
책과 노트북을 챙겨
카페에서 반나절은 보내고 와야겠다고 생각한다.
비가 와서인지 다행히 카페에 사람이 없어
창 밖이 아주 잘 보이는 자리로 가 앉는다.
노트북을 열고
괜스레 같이 가지고 온 다이어리도 펴본다.
이럴 때
글 솜씨라도 뛰어나서 뭔가 적을 시라도 떠오른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하지만,
역시나 글을 쓰는 것보단 읽는 것이 더 좋다.
얼마 전
친구와 갔던 빈티지 샵에서 산
에코백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꺼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들은
알 수 없는 매력이 있어서
한번 읽기 시작하면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그의 책을 읽을 때면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책 속 주인공과 공존한다.
그 매력에 그의 예전 책들은 물론이고
신간은 발매가 되자마자 사서 읽어보는 편이다.
그렇게 몇 시간을 읽었을까
카페 앞 지하철 역에서 한두 명씩 퇴근을 해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무기력한 몸을 질질 끌고 겨우 출근한 그곳에서
집에 가자마자 축 늘어질 만큼의
일을 해내고선
다시 또 출근해야 할 내일을 위해
저리들 바삐 돌아가는 중일 것이다.
저기 길 건너편 약국에서 일하는 그도
그런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겠지.
잠시 그와 나누었던 그 날의 이야기들을
떠올려 보려고 한다.
왠지 모르지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이
그저 고요하지만 밝아졌던 내 마음속 느낌만 선명하다.
'뭐라도 살 겸 들려볼까'
고민하다가
이내 책장을 덮듯 알아서 생각을 접어버린다.
'오늘은 어떤 요리를 해서 저녁을 먹어야 할까'
애써 딱히 유쾌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들을 생각하며
그가 일하는 Walgreen 앞을 살며시 지나
집으로 향한다.
앞 일은 누구에게나 미지의 영역이야.
다음 모퉁이를 돌았을 때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그 모퉁이를 돌아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어.
짐작도 못하지
-1Q84 1권 중에서 -
To be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