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기침 같은
그 여자 이야기 Take #6
알람이 채 울리기도 전에
눈이 번쩍 뜨였다.
'주말 아침'이라고
공기 중에 써 붙여 놓은 거 마냥
주중과는 조금 다른 주말의 나른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아침 조깅하는 것을 즐긴다.
잠결에 오늘 잔업을 마저 하고 돌아오겠다며
이마에 뽀뽀를 살짝 해주고 나간 남편이 생각난다.
'참 착한 사람'
아침 조깅이라고 하기엔
이미 여름이 코앞으로 온 계절 덕에
해는 중천에 떠 있고
공기도 제법 텁텁해진 듯하다.
양치를 하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자니
예전에 생기 발랄했던 나는 어디로 갔나 싶은
서글픈 생각이 스친다.
'다시 예전의 나를 찾아야겠다' 고
생각한다.
대충 양치만 하고 나와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사실 난 요가를 오래 했고
최근까지 요가 지도자를 준비 중에 있었던 터라
운동복이라고 해봤자 요가복뿐이다.
오늘 아침에도 역시
아파트 현관 앞 낚시의자에서 끔벅끔벅 담배를 태우고 있던
월터 할아버지가 지긋한 눈빛으로 인사를 한다.
날씨가 참 좋다.
다 말라죽어 있던 때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제법 잎이 풍성해져 푸릇푸릇한 나무들 사이로
여름 냄새나는 햇빛이 파고든다.
딱히 선글라스를 쓰기보다
오늘은 따사로운 햇볕을 즐기기로 한다.
10분 정도 걸어가다 보면
아스토리아 공원이 나오는데
강가에 있어 제법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쉴 수 있는 곳이라
내가 좋아하는 장소중 하나다.
신호등을 건너려 하는데
코너 Wagreen으로 들어가
그 사람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사실 무슨 요일마다 일을 하는지도 모르지만,
글쎄, 오늘은 왠지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신호등 불이 두어 번 바뀌는 동안
건너지 못하고
괜히 발 앞에 작은 돌들을 탁탁 차내다가
들어가 보기로 한다.
'Welcome'
여느 때나 다름없이 직원이 밝게 인사를 해준다.
약국이 있는 저 안쪽으로
눈이 먼저 간다.
'아! 있다..'
오늘도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백 개의 약통들과 처방전들이
즐비한 그 공간에서
그는 오늘도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다.
오늘은 왠지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들을 접어두고
가서 반갑게 인사를 하고 싶었기에
침을 꼴딱 삼킨 후 그가 있는 쪽으로 걸어간다.
"안녕하세요!"
그가 뒤돌아본다.
내가 서 있는 것을 보며
적잖이 놀랐지만 제법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어쩐 일세요?"
"아, 오전에 조깅하러 가려다가 혹시 계신가 해서 인사하려고 왔어요 "
"아 그러셨구나, 오늘 주말인데 저는 일을 하고 있네요 하하"
밝지만 나를 왠지 편안하게 만드는 저 웃음이..
보고 싶었던 것 같다.
아주 잠시 멍-하니 생각에 잠긴다.
그가 알아챈 듯,
이내 다시 말을 건다.
" 제가 지금 일을 하는 중이라서요. 여기 제 번호가 있어요.
오늘 제가 오후 두시면 끝이 나는데
저번에 갔던 카페에서 볼까요?
전화번호 주시면 끝날 때쯤 연락드릴게요"
"아.. 네! 좋아요."
마치 학생 때 마음에 드는 같은 학교 오빠에게
번호를 줬을 때처럼
긴장 반 설렘 반으로 번호를 알려 주고
한 손엔 그의 명함을 손에 꼭 쥐고 나와선
무슨 정신인지 모르게 그냥 계속 걷는다.
한참을 걷다가 멈춰 서서
손에 쥐어진 그의 명함을 찬찬히 본다.
친근한 한국 이름도 들어가 있다.
'약사 이정우'
메고 온 크로스백에
마치 아무도 알면 안 되는 것인 거 마냥
그의 명함을 저 깊은 곳에 넣고
다시 공원으로 향한다.
왠지 모르게 서두르는 발걸음에서
살짝살짝 떨림을 느낀다.
잔디 위에 그렇게 한참을 누워 있다
폰을 확인한다.
'안녕하세요, Mia 씨, 저 이정우입니다'
앗, 시간이 벌써 두시가 다 되어간다.
급히 깔아놨던 비치타월을 가방에 욱여넣고
공원을 벗어나며 답장을 보낸다.
'네, 저는 지금 공원에서 카페로 가고 있어요. 곧 봬요!'
발걸음이 빨라지다 빨라지다
뛰고 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