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자격

하나의 우주를 낳았다.

by 마음의 정원


아이를 낳고나서 나는 이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세상의 진리를 알아가고 있는 듯 하다.


한 사람이 내게 오는 것은 하나의 우주가 오는 것이라고 했던가.


아이는 우주와 같아서 이 한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점점 더 느끼고 있다.


나의 아이가 나에게 가장 소중하듯 다른 사람의 아이는 다른사람에게 가장 소중할 것이다.


신기한 양가감정인데 내 아이가 너무 소중해 세상의 주인공이지만 동시에 내 아이만이 세상의 주인공이 아님을 알아가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이 두가지 감정, 두가지 사실은 너무나 잘 양립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말로 표현 못할만큼 와 닿는다.

뭐라고 설명 할 수 있을까.


나는 꽤나 경쟁적인 학창시절을 보냈다.


아마도 공부를 잘하지 못하면 세상에서 도태된다거나 돋보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지냈던 것 같다.

남보다 잘 해야하고 남보다 이것도 저것도 잘 하고 싶었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열심히 앞서나가야한다고 여겼다.

뒤쳐지면 주인공이 아닌 조연으로 살아갈 것 같아서...


아이를 낳고 뒤늦게서야 내가 오랫동안 빠져나오지 못했던 허물지 못했던 나만의 마음의 벽이, 도저히 내 힘으로 깨고 싶어도 깨지지 않던 벽이 허물어짐을 느낀다.


앞서야, 남들보다 잘 해야 주인공이라 여겼던 알 속의 나는 알을 깨고 나왔다.


나는 그저 나로써 하나의 우주이고 빛나는 주인공이었다. 그 자체로. 앞서지 않아도 말이다.


아무리 앞서려고 해도 이상하리만큼 나는 내 삶을 따라가지 못했다.


아무리 쫒아도 모래를 쥔 손처럼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에 대해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누군가를 이겨야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의 인생에서는 누구도 주인공이 될 수 없다.

남도, 나도.


내가 누군가를 앞서면 나를 앞서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리라.


변두리의 삶.

아무리 달려도 쥐어지지 않는 내 자신을 향해 뛰고 또 뛰고.


그러나 신기하게도 출산의 경험을 통해 내 자체를 인정하게 되고 역설적으로 다른사람들의 삶도 인정하게 되었다.

나도 남도 보이지 않던 계주 속에서 벗어났달까.


얼마나 시야가 좁았던 것일까.

그저 내 라인만 바라보며 뛰던 편협한 생각에서

나는 이기지 않고도 주인공이 되는 법을 알아버린 것 같은 희열이 느껴졌다.


그런데 신기하게 나만이 아니라 내 옆에 뛰는 타인 역시 주인공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세계4대 디자인대회를 석권하고 파슨스 디자인스쿨에서 최연소 교수를 역임한 배상민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우리는 크고 눈부시게 찬란한 태양같은 한가지 롤모델만 좆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은 별빛과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각자의 꿈을 가지고 자신만의 빛을 은은하게 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부모는

자신의 경쟁심리를 아이에게 투영하고 아이를 자신의 자존감 충족수단으로 여기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가 남보다 앞서지 않아도 진심으로 아이의 미소에 기뻐해주고 행복해하는 엄마의 모습은 선택이 아니라 엄마가 되기위한 필수 조건이 아닐까.


배상민 교수의 말을 나는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우리 모두가 태양처럼 가장 빛날수는 없지만

별처럼 자기만의 별자리를 가지고

의미를 가지고 또 방향을 가리키는 사람이 되기를...


아이가 남보다 앞서지 않아도 그 존재만으로 행복해하는 엄마가 되기를,

나는 내가 그런 엄마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간이라는 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