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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MIT였나. 왜 부동산 대학원이었나

유학에 앞서 고민해야 하는 것들

by 워싱턴 청년

MBA는 미국에 셀 수 없이 많은 것에 비해 부동산을 전문적으로 하는 대학원은 많지 않다.


동부에는 MIT, 하버드, 콜럼비아, 코넬이 있으며

NYU도 있긴 하지만 야간대학원이라 뉴욕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 오는 개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서부에는 버클리가 비슷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두 부동산전문 대학원이지만 부동산이라는 개념 자체가 워낙 넓다 보니 각 학교의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


대부분의 학교들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한국에 비해 미국은 각 학교의 성격뿐만 아니라 학교가 위치해 있는 지역에 따라 삶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런 것들도 고려해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럴 필요가 있는데 난 그렇게 못했다.

유학원에서 MIT와 콜럼비아 있으니깐 써보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심지어 하버드에 대해서 물어봤을 때에는 유학원에서도 정보가 없어서 ‘거긴 건축학과를 학부 때 했어야지 지원할 수 있다’는 거짓정보를 알려줬다.

(건축대학원이랑 헷갈린 것 같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건축대학원조차도 그 종류에 따라 건축학 학사 없어도 갈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아무튼 유학원이 가장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콜럼비아와 MIT를 지원했다.


콜럼비아보다는 MIT를 더 가고 싶었다.


두 학교 중에서 선호도가 있냐고 물어보면 MIT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당시 다니던 회사의 CEO와 CIO 두 분 모두 같은 대학원을 나오셨다.

워낙 연차 차이가 크기 때문에 두 분과 대화를 나눠보던가 할 수 있는 기회는 적었지만 ‘저분들이 선택하신 곳이면 좋은 곳이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두 번째로는 뉴욕보다는 보스턴에 살고 싶었다.

태생적으로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해서 복잡한 뉴욕보다는 보스턴이 살기 더 좋을 것 같았고 뉴욕의 살인적인 물가에 비해 보스턴은 그나마 조금이라도 나을 것 같았다.

(살아보니 조금이라도 낫긴 하는데 정말 조금이라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


학교 도서관에서 보이는 찰스강과 보스턴. 너무 아름다운 동네다.


마지막으로 교육 과정의 성격이 조금 다를 수 있다.


콜럼비아나 버클리는 부동산을 바라보는 관점이 '건축/디자인'에 포커싱이 되어있기 때문에 내가 원하던 '부동산 투자‘ 느낌이 덜 났다.

(두 학교를 다녀본 것은 아니라서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MIT는 포커싱이 부동산 개발이다.

이것도 완전히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부동산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자금 조달이 필요하고,

개발회사의 자금 조달은 곧 투자회사의 투자이기 때문에 원하는 바에 가까웠다.


그래서 내 생각이 맞았나

결과적으로 지원한 두 곳 모두 합격했고 MIT를 가기로 했다.

MIT를 졸업한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교육과정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장 핵심은 개발이지만 선택과목으로 부동산 금융 관련 수업도 적당히 있었어서 수업 내용에 있어서는 큰 불만이 없다. (없다는 건 아니다.)


그럼 추천하는가

본인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다.


학교 간판이라면 훌륭하다.

미국에 있는 다른 학교들에 비해서도 한국에서의 인지도가 높고 미국에서도 가장 오래된 프로그램 중 하나로 네트워크가 좋은 편이다.


반면 미국에서의 현지 취업이라고 하면 얘기가 완전히 다르다.

미국에서의 현지 취업이 목표라면 MBA가 유리하다.


MBA라는 정형화된 틀이 있기 때문에 우리 같은 작은 프로그램들이 받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기업들이 채용게시판을 통해 모집하고 일종의 규모의 경제에서 나오는 유리함이 분명 있다.

(결코 쉽다는 건 절대 아니다.. 오해 없길)

이건 MBA 다녀오신 분들이 더 잘 알기 때문에 여기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겠다.


유학은 도박이다

돈이 너무 많아서 어디에 쓸지 고민이라면 해당사항이 없겠지만 2년 동안 수익 없이 지출로만 3~4억은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큰 결심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그 돈을 투자해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를 정하고,

그것에 맞는 학교/프로그램 선택이 필요할 것 같다.


나는 죽어도 뉴욕에서 살고 싶다면 콜럼비아나 NYU를 고민할 수 있겠다.

(뉴욕에 사는 것이 가지는 네트워크적인 장점도 분명히 있다.)

커리어 공백이 길어지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MIT, 콜럼비아 둘 다 1년 만에 마칠 수 있다.

뱅킹이나 컨설팅이 목표라면 MBA가 리소스가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목적이 무엇이었는가

나는 큰 생각 없이 왔다가 점차 현지취업을 해야겠다는 확신이 생긴 케이스다.

처음에는 현지 취업 생각이 없었다고 하면 과장이겠지만 큰 기대가 없었다.


하지만 살아볼수록 여기서 회사를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고

동시에 잘하면 되겠다는 기대감도 생겼다.

그러나 욕심과 함께 취업 지원이 열악한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도 커졌다.


결과적으로 보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원하던 회사에 취업에도 했고 2년이 걸릴 MBA보다 빠른 1년 반 만에 졸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취업 과정이 순조로웠다고는 절대로 못한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취업준비 과정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쓰도록 하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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