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반듯한 내 다짐과 함께 아이들로 붐비는 이곳에서 어느 날부터 어떤 이야기가 내 귓가를 두드렸다.
아이들의 대화마다 꾸준히 등장하는 곳.
학교 건너편 즐비한 가게 중에서 가장 알록달록한 곳.
그리고 그곳에 아이들의 관심을 듬뿍 받는 부러운 한 사람이 있다.
키가 큰 아이든 작은 아이든, 6학년이든 2학년이든 상관없이 하루도 빠짐없이 아이들의 입에 머무는 사람.
‘문구점 사장님이~’
‘문구점 사장님이 그러는데~’
‘사장님이~’
그때까지만 해도 내 기억 속에 학교 앞 문구점을 지키던 사장님은 이랬다.
흰머리가 살짝살짝 눈에 띄는 인자한 아주머니, 또는 안경을 쓰고 사탕 하나씩을 공짜로 주던 할아버지.
공간과 사람의 어울림에 단 한 번도 의문을 갖게 하지 않던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상상하며 아이들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커져서 퇴근길에 바라본 학교 앞 문구점.
카페 앞에서나 본 적 있는 어닝이 달려 있고 그 밑으로 긴 벤치가 놓여 있다.
비가 와도 해가 떠도 잠시 머물다 가기에 충분해 보이는 곳.
그리고 활짝 열린 문구점 문 앞으로 어떤 아이와 가위바위보를 하는 커다란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팔근육 탓에 입고 있는 티셔츠가 울상이었고 큰 키는 열린 문만큼이나 높았다.
가위바위보가 아니었다면 함께 있는 아이의 표정을 살피고 싶어지는 커다란 체격.
대체 그런 몸을 왜 여기다 쓰는지 물음표 스티커를 와다다 붙여 주고 싶은 그런 모습의 남자.
그동안은 왜 몰랐을까.
언제부터 저 안을 지켰던 걸까.
그날을 시작으로 나 혼자 출퇴근길 눈도장을 찍으며 커다란 몸의 쓰임을 하나씩 수집하게 되었다.
그 남자는 아침마다 한참 멀리 떨어진 가게 앞까지 빗자루를 들고 다녔고, 매일 도착하는 꽤 많은 택배 상자를 안으로 들여놓기 바빴다.
종종 작은 아이들은 그 남자의 등에 업히거나 어깨 위에 앉아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주 수요일이었나.
다음 날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수업 준비로 평소보다 늦게 퇴근하던 날이었다.
불이 꺼진 문구점 앞에 서 있던 그 남자.
그 앞에는 나보다 키가 큰 남자아이 두 명이 서 있었는데 멀리서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져 최대한 천천히 그 앞을 지나쳤다.
“남의 자전거를 타고 가버리면 어떡하냐, 이 녀석들아~”
두 아이의 표정이 찍어낸 듯 똑같다.
“잠깐 빌린 거라니까요~”
굳게 다문 입에 따가운 눈빛.
나였으면 이미 마음에 금이 갔을 표정들.
그 눈빛들을 똑바로 마주하고 있던 그 남자.
“허락도 없이 가져가는 게 빌리는 거구나?
그건 그렇다 치자. 문구점 앞에 다시 갖다 놓으라고 했다던데, 애는 왜 때렸지?”
곧이어 두 아이가 차례로 고개를 숙이고 갈 곳 잃은 시선들이 땅으로 향한다.
전혀 의도가 없더라도 그 큰 몸집은 말썽꾸러기들을 얌전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지나가는 이들이 걱정스럽게 주변을 멈칫거렸다.
덩달아 내 마음도 콩닥거렸다.
그러나 아이들을 다그치던 건 위협도 고함도 아닌 그 남자의 차분하고 다정한 음성이었다.
“너희들이 지금 힘이 좀 센 거 같아도 점점 그 힘이 설 자리를 구분하게 될 거다.
사랑하는 사람의 옆이거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 말이야.
중요한 건 힘을 키워서 내세우는 게 아니라 힘을 감당할 만한 마음을 키우는 거고.”
발걸음을 멈출 명분이 없어 아쉽게도 뒷말들을 뒤로한 채 걸어야 했다.
그날 밤 잠이 들기 전까지 내 마음은 그 남자가 들려준 세 문장에 머물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