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깎아진 참외를 입에 넣는 일이 익숙하던 내가
정성스레 노란 참외를 가만가만 깎고 있다
접시에 올려진 참외 중 가장 끝 부분을
먼저 입으로 가져가는 일
크고 탐스러운 부분을 남겨 놓는 일
누군가를 많이 위한다는 말입니다
일상에 빈칸을 반드시 챙겨두는 일
단 몇 시간의 고요에 전념하는 일
스치듯 보면 평온할 나의 하루가
가만히, 가까이 살펴보면
누군가를 많이 위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모두 탈이 없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나를 빨랫줄에 옷을 말리듯
가만히 널어 둡니다
좋아하는 색이 있었습니다
초록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파랑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은 무엇이 좋으냐 물으면
그저 깨끗한 거, 밝은 거..
라고 중얼거립니다
어떤 색이 와서 구르든
돋보일 수 있게
헤아릴 수 있게
맑게 나를 두는 일
헤집는 것보다
내어주는 것이 더 편한 일
누군가를 많이 위한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