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도 찰랑거림이 느껴집니다
감각이 눌리면,
마치 누군가 돛단배를 타고 나타나
힘껏 노를 젓는 것처럼
더 높이, 높이 물살이 셉니다
어떤 날은 이마까지 물이 차있습니다
새벽동안 새어 나온 물은
베개만 알고 있습니다
아침 햇살이 얼른 빛을 뿜어
물자국을 말려줍니다
밥이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물이 입에도 가득 차서
아무리 밀어 넣어봐도
물에 젖은 밥알이
힘없이 흘러나옵니다
나는 원래 찰랑거렸을까요
아니면
텅 비어있던 속이
차곡차곡 쌓인 걸까요
많이 좋은 날엔 물이 맺히고
많이 슬픈 날엔
내가 잠길 지도 모릅니다
아,
그땐 옆사람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미 가라앉은 나는
뭐가 뭔지 알지 못합니다
그땐 특기인 배려도, 존중도
나는 모르쇠입니다
어린 나는
지금보다 더 찰랑거리다 못해
찰방거리다
첨벙거렸겠지요
그 요란함에
엄마도, 아빠도
단단히 나를 여물어주려
진이 빠졌을지 모릅니다
진 빠진 입이 나를 향합니다
또, 또
왜, 왜
그만, 제발 그만
나의 수심은
내가 어찌할 수 없이 깊고
댐이나 둑이나
그것들의 쓰임을
어린 나는 알지 못합니다
나는 그저
물이 많은 사람입니다
일부러 채우지도
일부러 흘려보내지도 못해서
그저 찰랑거릴 뿐입니다
그 찰랑거림에
고개를 대차게 저어
고치라 하는 것은
나를 나이지 말라하는 것이라서
어린 나는
다시는,
다시는,
물소리를 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모두가
고요하니
편안한 모양입니다
나는
그 편안함에
열렬히 기여하다 보니
도가 튼 모양이고요
더불어 어린 모습도 온데간데없으니
내 속의 물은
더 이상 물결도
파도도 치지 못합니다
그러나
침전된 물은
늘 전조 없이
가장 약한 틈으로
터져 나올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