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사랑은 없다고 생각해

그것도 한쪽이 주기만 하는 사랑은

by 헤리나


나의 엄마이자

내 아이의 할무니


자식에게 헌신적인 엄마였던 나의 어머니는 늘 내 믿는 구석이었는데 내가 첫아이를 낳자 손주에게로 그 사랑이 옮겨갔다.

첫 손주는 스무 살이 되었고 할머니와 손자가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아들은 내가 하하 큰소리로 웃는 것도 남들에게 스스럼없이 말 거는 것도 눈치 주는 까칠함을 가졌다.

우리 어머니는 큰소리로 웃으시고 옆사람에게 사람 좋게 말을 거는 분이다. 지하철 노약자석에서 만난 동년배의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이야기 나누시는데 아닌 걸 아는 내가 봐도 혹시 지인이신가? 하고 듣게 되는 친화력을 가지셨다.


이렇게 다른 둘이 여행을 가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혹시 아이가 할머니의 투박한 패턴에 반응하고 할머니는 아이의 까칠함에 상처받고 그러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 것이다.


여행 중인 아이가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사진 속 엄마의 표정이 환하다.

이어서 점심 사진, 둘의 셀카 사진 등의 톡이 이어지자 마음이 놓였다. 아들의 재롱으로 내가 효도하는 듯한 만족감에 어릴 적 아빠가 친할머니께 자꾸 나를 보내시려던 마음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최근 살이 많이 빠지고 입맛도 없다 하셨는데 여행 중에 저런 식욕과 식탐의 경계를 넘나들고

밤에는 푸푸 곯아떨어지셨나 보다.

아이의 톡을 읽다 보니 의아해진다.

내가 했다면 아이가 다섯 번도 넘게 잔소리했을 모습들인데 아이는 내내 걱정하고 관찰하고 보살피는 느낌이었다.


‘짜식 뭐지 참을 수 있네 엄마인 나는 안되던데 할머니는 되는구나 섭섭하네’

하다가 사랑의 색깔과 관계 안에서 달라지는 이해심과 인내의 정도에 대해 생각해 본다.


빽빽 울던 저를 업어 달래고 크는 동안 한결같이 반한 눈동자로 지켜보는 할머니의 사랑을 안 것이지

그러니 할머니 한정 너그러움 무한정인 것이고


사랑을 주기만 하는 사람도

받기만 해도 되는 사람도 정해져 있지 않을 것이다.

사랑받은 기억이 주는 사랑의 크기도 키워 줄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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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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