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에서 친정 엄마와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대중교통을 타고 갔는데 엄마가 자꾸 집에 들렀다 가라 하셨다.
줄 것이 있다고 가자고 하셨다.
예전 같으면 단칼에 거절했을 테지만 요즘은 “그래요"가 자동 발화된다.
엄마와 오랜만에 나란히 지하철을 타고 친정으로 향했다.
두 정거장 거리인데 지하철에서 엄마 지인 두 분을 만났다.
세 분은 나란히 경로우대석에 앉으셔서 대각선 건너에 앉은 내게 눈인사해 주시고 엄마 듣기 좋은 소리를 한마디씩 해준다.
"딸이 있어야 돼요 얼마나 좋으셔요"
나도 수줍게 웃으며 화답의 인사를 하고 내심 효도 한점 한 듯 기분이 좋아진다.
집에 올라가니 엄마는 바로 안방에서 베이지색 니트 바지를 들고 나오셨다.
바자회에서 사람들이 좋은 것이라 하길래 사서 나 주려고 뒀다며 좋은 건데 만 원 주고 샀다 입어보고 가져가라고 몇 번이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다지 안 내켜하며
"나 안 사줘도 돼요. 어디 갔는데 좋-은거 비-싼 거다 싶으면 사 오고 만 원짜리 바지는 나 준다고 안 챙겨도 돼~"라고 미운 농담을 하며 넣었다.
잘 안 입을 것 같다는 말도 굳이 붙였다.
엄마는 앉을 틈도 없이 이것저것 챙겨가라며 갖고 나오셨다.
나는 정색을 하며, 오늘은 대중교통 타고 가야 하니 아무것도 안 가져간다 무겁다고 거절했다. 요구르트 한 병도 짐이라며 쌩하니 굴다가 엄마가 끝까지 양보 안 한 니트 바지와 호두를 조금만 덜어 담았다.
꼭 하루에 다섯 알씩 먹으라고 신신당부하신다.
"엄마는 호두 주면서 금덩이 주듯이 말하네에~" 하고 바지와 호두를 챙겨 나왔다.
집에 가려다 어릴 적 살던 이 동네를 그리워하던 아이들이 생각나 필요한 거 있는지 문자를 넣어본다.
떡볶이를 사다 달라고 하였다.
"그래 사갈게 또 뭐 사갈까, 빵이나 만두 사갈까? "
떡볶이뿐이겠나 아이들이 말했다면 더 사가려고 했었다.
아이들은 바쁜지 그거면 됐다는 답문자로 대화가 끝났다.
떡볶이 2인분과 튀김을 포장하고 단골 정육점에서 아이들 잘 먹는 고기도 샀다.
오늘따라 팔에 거는 가방을 들고 나온 데다 주렁주렁 봉투가 늘어나니 제법 무겁다.
왠지 바지 때문인 것 같아 바자회 바지를 마뜩잖게 보며 '엄마는 괜한 걸 사 오셔서' 한번 더 불평하고 버스 정류장 벤치에 짐을 내려놓았다.
주욱 늘어놓고 보니 가장 무거운 것은 떡볶이 봉지이고 가장 가벼운 것은 바지와 호두 봉지 같다.
하나라도 더 챙겨 주려는 어머니에겐 툭툭 내뱉고,
제자식 주겠다고 봉지 두 개를 더 보태 들고 가는 나
말로만 듣던 내리사랑
나도 그거 하고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