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기애가 모성애를 앞서는가

by 헤리나

자기중심적 시선과 말하기는 본능일까 내가 지닌 단점일까


첫째는 중학교 친구 몇몇과 흩어져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그중 한 친구의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 성함이 아들 이름과 같았다.

첫 시험 후 친구들을 만나고 오더니

“엄마, 수호 학교 국어선생님이요…” 하며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나는 아이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매너 없이 말을 이었다.

“응응 수호네 국어 선생님 이름이 엄마랑 똑같다며?”

“아니요오? 그건 중학교 때고요 수호네 학교 선생님은 저랑 이름이 같다고 했잖아요”

“아 맞다 ㅎㅎㅎ”

“하여튼 자기중심적이야”

무언가 더 대꾸하려는데 말문이 막혔다.


나로부터 출발하는 나 중심의 듣기는 얼마나 많은 입력 오류를 일으켰을까.

열심히 설명했는데 상대는 상대 기준으로 이해하고 끝난 대화는 얼마나 많을까.


친정 동네에 살다가 이사 나온 나는 새로운 동네에서 사귄 친구들과 친정 동네로 맛집나들이를 갔다.

일본식 튀김 요리를 먹고 새로 생긴 유기농 브런치 카페도 갔다가 돌아가는 길에 엄마를 마주쳤다.

엄마는 우리 네 명을 보자마자 마치 만날 줄 알고 준비한 듯 덕담과 칭찬을 쏟아내셨다.

“엄마! ㅇㅇ성당 언니들이에요”

“안녕하세요”(일동 인사)

“아 그래요 언니들이 어쩜 모두 그렇게 예뻐요. 우리 애보다 언니라 하면 안 믿겠다.”

“호호호”(일행 웃음)

“잘 놀다 가고 또 와요~ 에유 다들 예뻐서 남자들 따라올라 겁난다 조심해서 가요오!“ 하시고는 총총 사라지셨다.

“까르르”

암만 나이 들어도 예쁘다는 소리는 웃게 만든다.

차로 향하며 언니들이

“헤리나가 어머니 닮아서 예쁘구나” 보답의 인사말을 해줬다.


다음날 엄마께 전화를 걸었다.

나는 아마 이런 내용을 기대했었다.

‘너희 동네 친구들도 다 좋아 보이더라. 너랑 잘 어울려 지내니 내 맘이 좋더라’ 같은 말을.

전화를 받은 엄마가 바로 물어보신다.

“어제 지나가면서 ”헤리나가 어머니 닮았구나~“하던 사람이 누구야?”

”뿅뿅 언니예요. 그런데 엄마는 어쩜 보자마자 마치 준비했던 것처럼 줄줄줄 칭찬에 덕담을 좍해요? 나 진짜 깜짝 놀랐잖아요.”

“응 니 좋으라꼬 니캉 잘 지내믄 좋잖아 ”

”음“ 감동할 틈도 없이 재차 물으신다.

“헤리나가 엄마 닮아서 예쁘구나 카데?“

괜히 놀리고 싶다.

“그 언니들도 그냥 인사로 그랬겠지 엄마처럼~”

내 말은 안 들리신 것 같았다.

“응 그랬는지 몰라도 아무튼 어머니 닮아서 예쁘다 카더라.“

그 순간 큰아이의 말소리가 귀에 들린 듯했다

“어쩜 이리 자기중심이실까”


오늘 12년 전 사진을 발견하고 친구들 톡에 올리며 추억 한 스푼을 풀었다.

겨울 대만 여행 중 찍은 사진이었다.

“얘들아 사진 보는데 내가 짠하더라. 사진 속 나는 엄청 춥고 피곤해 보여, 그런데 애들 보호자라고 아이 둘 감싸 안고 있는데 그때의 내가 막 안쓰러웠어. “

하며 사진을 공유했다.

사진을 본 친구 중 한 명은 그래 보인 다며 호응해 줬고 다른 한 명의 명랑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얘! 정연이(큰아이)가 더 춥고 피곤해 보이는데??”

다시 보니 사진 속 몹시 지쳐 보이는 첫째의 얼굴이 보였다.

“어머 그러네? 난 나만 봤어.”

그룹 메시지 창에서 우리는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정말 사람은, 아니 나는 어쩜 이렇게 내 중심으로 사고가 흐르는 걸까.


나는 엄마를 닮은 것인가,

사람은 다 그런 것인가.

다시 보니 나보다 더 춥고 지쳐 보이는 첫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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