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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영 Aug 17. 2022

섬집 아기

#14

22/06/12

육아를 하며 가장 힘든 시간 중 하나는 밤에 아기를 재울 때다. 잠투정으로 한 시간이 넘게 씨름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면 정말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정도로 지치기도 한다.


'섬집 아기'는 그 시간마다 내가 부르는 희망의 주문이다. '엄마가 섬그늘에~'로 시작하는 이 동요를, 아들이 조리원에서 돌아온 첫 날부터 불러줬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가사를 기억하고 있는 유일한 서정적 동요이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아들은 이 노래를 들으며 곧 잘 잠들었다. 그냥 잘 때가 돼서 자는 건지, 노래가 정말 효과가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후자쪽을 믿기로 했다.


1절만 주구장창 불러주다보니 2절 가사가 문득 궁금해졌다. 같은 노랫말만 반복하는 것이 싫증 나기도 했고. 2절 가사는 이러하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 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아이는 잘 자고 있을 테지만, 엄마는 혼자 두고 온 아기에 대한 노파심에 결국 서둘러 집으로 돌아간다. 평범한 노랫말인데 왠지 모르게 가슴이 찡해진다. 예전에 학교에서 따라 부를 땐 몰랐는데, 아기를 갖고 난 후 불러보니 '모성애'를 이렇게나 담담히, 또 진하게 담아냈나 싶다. 아기 자장가로 불러주다가 나도 몰래 눈시울이 불거지기도 한다.


아기는 키우면서 새삼스럽게 느끼는 것들이 있다. 처음 보고 듣는 것도 아닌데, 아빠 입장에서 새롭게 다가오는 감정들이 하나 둘 생긴다. 동요를 부르는 일도 그렇다. 그냥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 정도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른 혹은 부모가 불렀을 때 생기는 감정이 색다르다. 좀 더 과정돼 표현하자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주 조금 더 넓어지는 기분이랄까. 그나저나 섬집 아기는 엄마의 따뜻한 사랑으로 잘 컸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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