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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영 Aug 18. 2022

아기는 죄가 없다

#22

"XX아, 누가 애 낳으래?"

며칠 전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이른바 '비행기 난동 사건' 기사를 읽으며 손이 떨렸다. 한 40대 남성이 제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울고 있는 갓 돌 지난 아기와 부모를 향해 폭언을 퍼부었다. 항공기가 이륙한 지 불과 8분 만의 일이었다고 한다.


사건에 대해선 설왕설래다. 욕설며 난동을 부린 남성의 행동이 선을 한참 넘었다는 의견이 대부분인 듯 하나, 부모가 우는 아이를 사실상 방치하는 바람에 남자가 화를 냈다는 반응도 있다. 그 배경은 차치하고서도, 이런 사건이 자칫 '아이 혐오'를 부추기는 것이 아닐까 내심 우려스럽다. 어디까지 이번 일은 어른들의 문제이지, 아이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는 이제 막 돌을 넘긴, 그야말로 '아기'였다고 한다. 그 정도 아이가 할 수 있는 표현의 방식이라곤 우는 것이 거의 전부다. 초보 아빠인 나도 그건 안다. 배가 고파도, 졸려도, 불안해도, 불편해도 그저 울음을 터뜨린다. 그것 말고는 자신의 상태를 외부에 알릴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거대한 기체에 올라 생소한 '비행'이란 걸 경험한 아기라면 울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요컨대 아기에겐 죄가 없다는 말이다. 고작 만 1~2세 아기는 자신의 우는 행위로 주변에 피해와 불편을 끼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결국 어른 탓이다. 아이의 울음에 정신줄을 놓고 동반 승객 수백 명에게 불안감을 안겼다면, 우는 아기를 두고 쩔쩔매는 부모를 향해 폭언을 날렸다면, 혹은 부모가 우는 아기를 달래지 않고 그저 그대로 방치했다면, 모두 어른의 잘못이다.


이번 일을 두고 아내와 많은 얘기를 나눴다. '우리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지' '비행기 안에서 우는 아이를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 '어린 아기와 함께 여행하는 건 정말 부모의 욕심인 걸까'... 명확하고 확실한 답을 낼 수 있는 질문은 없었다. 그저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감당할 책임, 또는 고민해봐야 할 숙제 같은 게 아닐까 싶다.


다만 한 가지, 어떤 경우도 아이(언어적 소통이 불가하거나 스스로 판단하지 못할 만큼 어린)를 미워하거나 손가락질하는 사회는 아니길 바란다. 우리 모두 누구나 그런 시기를 겪으며 성인이 됐고 다시 누군가의 엄마 아빠가 됐다. 아이들에게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어른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한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결국 아이에 대한 어른들의 너른 이해(理解)가 요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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