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90년대생인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매년 장래희망을 작성해서 학교에 제출해야 했다. (부모님이 원하는 장래희망 + 학생이 원하는 장래희망) 처음엔 TV나 책에서 보고 멋져 보이는 직업을 장래희망으로 삼았고 고등학생 정도 되었을 때는 성적과 흥미 관점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직업을 갖기 위한 진로를 찾았다.
흔히들 진로를 정하기 위해서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깊게 생각해 보라고 한다. 요리를 좋아하는지 과학을 좋아하는지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지 한 번쯤은 고민해 보는 시간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싫은 것도 그렇고 좋은 것도 없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수학이 좋냐 싫냐로 문이과를 결정하고 이과에서는 의대를 갈 성적이 아닌 경우 물리가 좋은지 화학이 좋은지 물리 중에서는 기계가 좋은지 전기가 좋은지 등을 생각해 보고 진학하고 싶은 대학교 학과를 결정한다. 그마저도 사실은 성적에 맞추거나 그 시대에 인기가 많은 학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단순히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과목, 분야로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정말 최선일까?
사실 정답은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나에게 너무 중요하고 큰 것이라면 좋아하는 길을 위해 올인해도 좋다. 직업적으로 감수해야 할 부분들이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명확하다면 그 길로 가면 된다는 뜻이다. 어차피 이런 경우에는 다른 길로 가더라도 돌아 돌아서 결국 다시 원했던 길로 가게 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난 죽어도 이 일을 하고 싶다' 정도로 좋아하는 것이 명확하지는 않다. 때문에 우리는 직업을 선택하기 전에 그 직업의 '특성'에 대해 그리고 그 특성과 내가 잘 맞는지에 대해 먼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내가 생각하기에 진로를 결정하기 전에 한 번쯤 고민해 보면 좋을 내용을 정리해 본다.
꾸준히 배우면서 성장하는 직업이 좋은지, 배우고 익숙해진 것으로 반복업무를 하는 것이 좋은지
무조건 수도권이나 도시에 일해야 하는지, 지방도 상관없는지
사회적으로 명망이 높지 않은 직업도 상관없는지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직업도 괜찮은지
경쟁이 치열한 직업도 상관없는지
교대 근무도 괜찮은지
몸을 써야 하는 일도 견딜 수 있는지
비교적 적은 급여도 괜찮은지
사람을 많이 대하는 서비스직도 괜찮은지
시험을 쳐서 합격해야만 자격이 부여되는 직업도 상관없는지
학사 졸업만으로 취업이 가능한지
어떤 일에 아무리 열의가 넘치더라도 결국 일은 일상이 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직업의 특성이 나와 잘 맞는지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 꿈과 희망 없이 본인의 성향만으로 진로를 정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꿈을 좇기 전에 스스로에게 한 번쯤 저런 질문들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있다면 다른 것들은 그다지 상관없는 사람도 있고, 돈, 안정성, 명예 등 다른 조건이 더 중요한 사람도 있다. 좋아하는 일보다는 잘하는 일이 편한 사람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고 일은 그저 경제활동일 뿐 좋아하고 잘하고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정답은 없고 중요한 것은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만 가면', '취업만 하면' 많은 것들이 해결될 것 같다고 느끼지만 막상 대학에 간다고, 취업을 한다고 인생의 고민이 끝나진 않는다. 오히려 큰 고민 없이 열심히 노력만 하며 살다가 이십 대 후반 삼십 대 초반이 되면서 뒤늦게 직업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경우도 많다.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조금이나마 덜 후회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ps #1. 나는 외우는 공부보다는 수학이 나아서 이과를 선택했고, 어느 정도 흥미는 있다고 생각한 학과에 수능 성적 맞춰서 입학하고, 주변 사람들 하는 대로 취업준비해서 취업했으나 결국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다시 대학원에 진학했었다. 어찌 보면 나도 주변만 봤지 나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서 후회가 남는다. 이 글을 보는 진로를 고민하는 누군가는 스스로에게 한 번쯤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