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26
부모와 자식 간에 돈거래 하면 안 되는 이유는 돈의 중력이 균형을 잃어 가족이 파탄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식은 품 안의 자식이다. 자식이 품 안에 있을 때는 돈의 중력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어린 자식은 부모가 주는 돈만 받는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독립하면 자식에게도 돈의 중력이 생긴다.
돈은 인생의 허무를 달래줄 허상(虛像)에 불과하다. 그러나 돈이 없다면 인생이 허무해지므로 돈을 인생의 목표로 잡는다. 돈을 인생의 목표로 잡는 순간 돈의 중력이 생기며, 돈의 중력을 통제하지 못하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
태어나면서 당연히 가지게 되는 것이 부모이다. 부모가 없었다면 자기 존재가 없었을 것이며, 자기 존재가 단단하게 자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부모와 자식 간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천륜(天綸)지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돈의 중력은 천륜지간도 끊어버릴 수 있다.
돈의 중력이 균형을 잃어버리면 부모는 성인 된 자식의 돈을 빨아들이려고 하고, 자식은 성인이 되었는데도 부모의 돈을 빨아들이려고 한다. 부모의 중력은 인생의 목표인 돈을 위해 급기야 자식의 중력까지 파고든다. 자식의 중력은 인생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부모의 중력까지 파고든다. 서로의 중력이 부딪치면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적대관계가 되며 가지고 있던 가족마저 잃게 된다.
내 돈은 내 돈이고 남의 돈도 내 돈인 심보가 가족에게까지 적용되는 인지 오류를 일으킨다. 부모는 자식이 성인이 되었는데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믿고, 자식은 성인이 되었는데도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믿는다.
자식이 성인이 되면 부모와 자식은 돈의 중력이 미치지 않는 거리에 있어야 한다. 가족의 정을 운운하며 돈거래가 시작되면 돈의 중력은 점점 가까워지고 서로를 빨아들이려고 한다. 결국 중력의 충돌은 돈과 가족 모두를 잃게 만든다.
돈은 인간이 인생의 의미를 찾다가 실수로 만든 발명품이다. 그런데 인간은 그 발명품을 인생의 의미로 착각하여 가지고 있던 가족마저 무너뜨리고 빨아들인다. 따라서 돈에 눈이 멀면 가족이 사라지고 인생의 의미도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