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투자가 위험한 이유

돈 22

by 박범진 작가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하면서 너무도 닮아버린 도시의 모습을 본다. 우후죽순 들어선 아파트들은 도시의 특색을 잠식하며 공장에서 찍어낸 장난감처럼 우뚝 서 있다. 주거 형태는 다양하지만, 어느새 우리는 아파트에만 살아야 할 것 같은 고정관념이 생겼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아파트가 투자 대상이 될 수 있고 더 나은 삶을 위해 필요하다는 건설사 홍보 덕분이다.


앞으로 아파트 가격이 더 올라간다는 주장과 더 내려간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사람들이 아파트 가격에 민감한 이유는 아파트를 순수한 거주 목적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거주 목적의 아파트 가격은 건설사의 분양가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토지에 농사를 짓거나 공장을 져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면 자연스럽게 토지의 가치는 오를 것이다. 대한민국의 부동산 가치가 높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지금 기술 경쟁력은 많이 사라졌고, 수출은 몇 개월째 감소하여 부동산 가격에 의문이 생긴다.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압축 성장 과정에서 부자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부동산은 생산요소보다 투자 대상으로의 의미가 더 커졌다. 부동산의 적정 가격은 부동산의 부가가치에 의해 결정되지만, 미래의 수요 가능성이 반영되면 투자가치도 생긴다. 즉 미래의 가치를 현재로 가져와 부동산이 과대 평가되는 것이다.


지금 아파트는 거주에 따른 행복 가치보다 돈을 벌게 해 줄 투자가치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체 가구 수 중 10% 미만이 다주택자이고, 나머지는 1주택자이거나 무주택자라고 한다. 공급되는 아파트 중 일부는 여전히 투기 세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투기 세력은 공급 부족을 이유로 아파트 가격을 올려서 매도하고 아파트 가격은 다시 오른다. 무주택자는 투기 세력이 뱉어 버린 값비싼 아파트를 빚을 내어 사야 한다.


사람들이 아파트를 투자 대상으로 보는 이유는 아파트가 돈을 벌어 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러한 믿음은 뇌를 마비시켜 PIR이 높은데도 아파트를 누군가에게 팔 수 있다고 착각하게 한다. PIR은 주택 가격을 가구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모든 물가는 올랐지만, 급여만은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자산 거품의 대표적인 예로 튤립 전쟁이 있다. 17세기 네덜란드 사업가들은 사업으로 거둬들인 막대한 부(富)를 어디에 투자할지 고민하였다. 그때 튤립은 부의 상징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투자 자금은 튤립 시장으로 흘러들었고, 희귀한 튤립의 가격은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치솟았다. 그러자 가난한 서민들은 인생을 바꿀 마지막 기회라며 튤립 재배에 전 재산을 투자하였다. 그러나 튤립 가격은 4개월 만에 90% 가까이 하락하였다. 튤립 가격이 하락한 이유는 사람들이 튤립의 본질인 꽃이 이렇게 비싸도 되나 하는 의문을 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투자 대상의 본질보다 수요와 공급의 논리에 몰입하여 가격 거품을 만든 것이다.


한국은 2022년 신생아 수가 25만 명을 밑돌면서 합계출산율이 0.78로 떨어졌다. 주식을 단기 매매하듯 아파트를 얼른 사서 누군가에게 떠넘기면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떠넘길 인구가 급감하고 있다.


한편 건설사가 어떻게 짧은 기간 내에 이렇게 많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건설사가 자기 자본으로 아파트를 지었다면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지역에 공급하지 못했을 것이다. 건설사 등 개발업자는 일단 이자가 비싼 브리지론으로 땅을 매입하여 인·허가와 시공사 보증을 받은 후, 이자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로 갈아탄다. 그리고 아파트 분양대금으로 PF 대출을 상환한다. 결국 건설사는 남의 돈으로 아파트를 지어 막대한 차익을 거둬들인 것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아파트는 무조건 오른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분양 완판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사기 위해 먼저 돈을 지급하는 이상한 관행이 건설사의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돈벌이를 가능하게 하였다.


현재 많은 시행사는 브리지론에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로 갈아타지 못해 막대한 이자를 물고 있다. 언제 부도 처리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이유는 아파트 가격이 더 이상 오를 수 없다는 사람들의 인식 전환 때문이다.


1990년대 일본의 도쿄를 팔면 그 돈으로 미국의 뉴욕을 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지금은 일본 사람들이 부동산 투자를 부담스러워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가격은 적정한 가격이 없다. 그 가격은 사람들의 인식으로 만들어지는 허상이다. 일본 사람들은 부동산 가격이 오를 이유보다 오르지 못할 이유가 더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의 아파트 가격이 오를 이유와 오르지 못할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아무리 입지가 좋아도 몇십 년간 빚의 노예로 살 가치가 있는지 자문해 본다. 백세 시대에 반백 년을 빚 갚는 데 사용한다면 인생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 아파트를 구매한다는 것은 단순히 대출 문제가 아니라 인생을 걸어야 한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못할 이유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면 미래의 기회를 위해 인내가 필요하다. 반면에 오를 이유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면 미래의 수익을 위해 인생을 걸어야 한다. 아파트 전망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 어느 선택이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하는지 자명(自明)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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