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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범진 작가 Feb 17. 2024

사람을 만날 때 힘을 빼야 하는 이유

관계 11

사람을 만날 때 힘을 빼야 하는 이유는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서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서로를 평가한다. 그래서 자기의 상대방에 대한 평가가 상대방의 자기에 대한 평가와 같지 않다. 사람들은 이렇게 서로 다른 평가를 확인할 때 사람에게 실망한다.      


힘을 뺀다는 것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한다는 것이다. 즉 자기가 상대방을 만날 때 상대방이 자기에 대해 반응할 두 가지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자기는 상대방을 좋아하거나 싫어할 것이며, 상대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마음이 겉으로 드러나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문제일 뿐이다.      

시간이 되어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하였다. 친구는 나의 전화를 반기며 만나자고 하였다. 며칠 후 친구를 만나 식사하였다. 그런데 친구가 무언가에 쫓기는지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여 내가 불편했다. 너무 바쁜 친구를 억지로 불러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나의 전화에 마지못해 만나자고 한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다. 순수한 마음으로 만났지만, 친구는 내가 먹고살 만하다며 자랑하러 왔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다.     


‘그래! 내가 싫었다면 처음부터 만나자고 안 했을 거야.’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바빠 보이는 친구를 괜히 불러낸 것 같아 미안했다. 나는 나의 경험과 지식으로 친구의 말투와 행동을 감시하고 있었다. 나를 환대하지 않을까 봐 조바심을 내고 있었나 보다. 그러나 설사 내 마음의 소리가 맞는다 해도 친구를 만나 기뻤다면 그만이라며 이상한 생각을 떨쳐 버렸다.  

   

사람에게 너무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 딸이 아픈 엄마를 위로하고 싶었다. 그래서 딸은 순수한 마음으로 엄마를 만나 식사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딸은 엄마가 재산 때문에 만나러 왔다고 생각할까 봐 불안하였다. 그러나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엄마는 순수한 마음으로 딸을 만나 식사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엄마는 딸이 재산 때문에 만나러 온 것은 아닐까 걱정하였다. 이렇게 만남은 서로 다른 시각으로 해석되어 서로 다른 추측으로 끝날 수 있다. 그렇게 내린 추측이 맞는다는 합리적 근거에 도달하면 그때부터 마음에 상처받는다.     


사람을 만날 때는 힘을 빼고 만나야 한다. 설사 상대방이 자기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생각해도 상처받지 않으려면 상대방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부정적인 평가가 확인되었어도 미리 그럴 수도 있다는 백신을 맞았다면 그 충격은 덜할 것이다.            


사실 사람을 만날 때 힘을 빼기는 쉽지 않다사람에 대한 기대와 편견은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을 지배한다그러나 세월은 사람을 만날 때 힘을 빼는 방법을 알려주었다그것은 상대방이 나를 마음대로 생각해도 돼.’라는 포기 아닌 자신감이다그 자신감은 기대와 욕망을 저버린 대가로 얻은 마음의 평안이다어쩌면 상대방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사랑하는 마음일지도 모른다상대방이 죽을 때까지 어리석음에 갇혀 살든지 말든지 내가 상대방을 편안하게 생각하면 된다그렇게 해야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렵지 않고 세상사가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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