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8
학벌에 주눅 들면 안 되는 이유는 학벌이 진정한 나 자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학벌은 살면서 얻게 되는 껍데기 중 하나일 뿐이다. 나의 진정한 가치를 학벌에 맞춰버리면 내 인생도 빈껍데기가 된다.
내가 K고등학교에 S대학교를 나와 유학을 갔다 왔다면 이런 생각을 못 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나는 지방 출신에 지방대학교를 나왔고 어렵사리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물론 KS를 나와 유학을 갔다 오신 분들이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얼마 전 한 여학생과 진로에 관해 상담한 적이 있었다. 얘기인즉슨 지방 사립대 출신이라 대기업에 취업할 수 없을 것 같으니 목표를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용기를 주었다.
“너의 소중한 인생을 왜 너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는 사회적 기준 때문에 망치려고 하느냐? 운 좋게 돈 많은 부모를 만나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였고 상대적으로 유학도 쉽게 갔다 와서 좋은 지위에 사는 사람들 때문에 너의 인생을 망가뜨릴 거냐?”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네가 정치하며 싸움이나 하는 사람들, 책임과 의무보다 체면과 권리만을 앞세우는 사람들 그리고 쉽게 얻은 지위로 속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며 이익만 챙기는 그런 사람들보다 못하다는 말이냐? 너는 이 세상에 태어난 지 고작 20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 기간에 얻게 된 사회적 배경 때문에 남은 인생을 너보다 잘났다고 믿는 사람들 밑에서 고개 숙이며 살아갈 것이냐?”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고 그 바뀐 생각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열정과 시간을 쏟아붓는다. 나는 사람의 능력은 모두 같다는 전제하에 사람들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네가 다니는 학교가 좋든 안 좋든 인생을 사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너는 지금 네가 살아오면서 어쩔 수 없이 얻게 된 사회적 배경이 너 자신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에 고민하는 것이다. S대학교에 들어간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머리가 좋아서 들어간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 때 S대학교를 가고 싶다는 열망이 그 누구보다도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너는 고등학교 다닐 때 그 열망을 다른 곳에 쏟아부었을 것이다. 그냥 너는 너니까 세상이 정의하는 사회적 허구에 너를 가둬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녀는 여전히 “대기업이 지방 사립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저를 뽑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또 이렇게 대답했다.
“대기업이 너를 뽑지 않는다면 그렇게 하라고 해라. 대기업이 사회적 잣대에 갇혀 너를 평가한다면 너는 그 평가를 달게 받지 마라. 대기업이 너를 뽑지 않은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도록 열심히 살면 된다. 세상을 살아가는 길은 하나만 있지 않은데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이유로 너의 인생 전체를 부정하지는 마라. 그러나 너의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도전해야 한다.”
나는 어렸을 때 사회적 장애물에 부딪히면 책임을 전가할 무언가를 찾는 데 급급했었다. 지금은 그 사회적 장애물이 아주 먼 옛날이나 지금이나 항상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나 자신을 추스르고 내 방식대로 살아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를 함부로 깎아내리는 잘못된 시선들에 인생을 망가뜨릴 필요는 없다.
결국 나는 나이고 내 인생은 그냥 나의 것이다. 내 인생을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하려는 거지 근성만 버린다면 온전히 나로 살아갈 수 있다. 사회적 기준에 나 자신이 맞지 않는다고 내가 부족하고 못난 사람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사회적 기준은 언제나 모순(矛盾)이고 달라지기 때문이다.
끝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수많은 시간 속에 쌓여온 사회적 기준들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그 기준들은 겉으로는 사회적 합의로 이루어진 것 같지만 누군가에 의해 자기 입맛대로 왜곡되어 설정된 것일 수도 있다. 그 기준을 진실이라고 믿고 네 인생을 그것에 맞추려 한다면 결국 너는 너의 인생을 제대로 살지 못할 것이다. 충만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자기 내면에 집중하며 노력해야 한다. 세상 탓만 하며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