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장인의 독서모임 생존기
‘ 아, 일 벌이고 싶은데..?’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나름 단단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갈 때쯤 멤버들에게 새로운 기쁨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모임 커뮤니티를 잘 만들어 나가고 루틴처럼 잘 운영하고 있었지만 무언가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때 마침 나는 『아무튼, 달리기』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아무튼, 달리기』 는 김상민 작가님이 쓴 책으로, 달리기에 대한 에세이다. 달릴수록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작가님은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게 된 그날부터 파리 마라톤을 도전한 생생한 도전의 기억까지 달리기에 대한 사랑을 담백하게 글로 적어내 옮겨 적었다.
이 책을 읽으면 금방이라도 운동화 끈을 질끈 묶고 달리기를 하고 싶어진다.
나는 러닝이라는 표현보다 달리기라는 표현을 더 좋아한다. 이상하게 달리기라는 단어는 러닝이라는 단어보다는 폼나진 않지만 손안에 가득 담긴 느낌이다. 러닝보다는 달리기라는 단어는 편안해 보이고 가깝다. 그래서 좋다. 누구나 운동화만 있으면 그저 속도만 내면 언제 어디서든 달릴 수 있다는 그 단어가 러닝보다는 달리기라는 단어가 더 적합해 보인다. 아마 이 책이 아무튼, 러닝이었으면 무언가 프로페셔널한 포스가 나서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지 ‘라고 선뜻 손에 닿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물론 이 책의 작가님은 프로페셔널한 달리기 실력을 충분히 갖추고 계시지만, 속도를 내는 이야기보단 꾸준함을 이야기하는 단락이 많다.
하루키 작가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책도 좋아하는데, 하루키는 이미 성공한 사람이고 달리기 또한 그 성공의 비밀스러운 루틴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조금은 ‘저기 먼 곳의 이야기’ 같았다. 스스로를 이미 증명한 사람이, 자신만의 방식을 증명하듯 들려주는 노트를 훔쳐보는 기분에 더 가까웠다.
반면 『아무튼, 달리기』는 책은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진다. 이 책은 훨씬 가까운 지점에서, 나와 같은 “오늘도 흔들리고, 내일을 고민하는 보통 사람”의 언어로 말한다.
어쨌든 아무튼 달리기 책이 좋은 이유는 작가가 나와 비슷한 ‘직장인‘이라는 점. 취미로 시작한 달리기가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줬다는 생각이 나와 비슷하여 더욱 책을 읽으며 몰입을 하게 되었다.
달리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에 대해 호들갑을 떨지 않고 꽤나 명료하고 단정하게 쓴 이 글은 달리기 글 맛이 참 좋다. 아무튼 달리기 책을 읽고 작가님을 꼭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 들었다.
그래서 작가님에 대해 찾아보았다. 나와 같은 독서모임 플랫폼 트레바리를 하고 계신 것을 알았고 작가 김상민 님이 하는 트레바리 클럽을 무작정 찾아갔다. 트레바리에는 놀러 가기라는 시스템이 있어서 다른 클럽을 놀러 갈 수 있었다. 그래서 마주한 작가님은 마케팅 관련 독서 모임 클럽을 운영하고 계셨고 독서 모임이 끝난 후 내가 직접 모임에 찾아온 이유를 말씀드렸다.
트레바리에서 러닝과 책을 읽는 독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그래서 아무튼 달리기를 읽고 꼭 멤버들한테 작가님을 소개하고 싶었다는 진심을 말씀을 드리고 나니까 작가님은 감사하게도 흔쾌히 기쁨을 표시하면서 고맙다고 하시면서 초대에 흔쾌히 응해주셨다!
그래서 24년 6월 1일(아직도 그날이 생생하다), 드디어 책 아무튼 달리기 작가의 김상민 작가님을 초대했다. 독서 모임이자 러닝 커뮤니티로 하나로 모아진 우리에게, ‘달리기’에 대해 글을 쓰는 작가님을 처음 초대한다는 사실은 꽤 깊은 의미가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작가님을 모셔오긴 했지만, 그 이후가 진짜 시작이었다. 보통 평상시 독서모임은 파트너인 내가 주축이 되어 질문을 리딩하고 발제문에 따라 추가 질문을 유도하면서 모임의 톤 앤 매너를 맞춰가는데 작가님이 함께할 경우 작가님에게 관객과의 대화처럼 질문과 답을 유도할 수도 없고, 아무래도 토론을 하러 오는 멤버들이 있으니 멤버들에게도 충분히 발언권을 많이 줘야 했다. 그 정도의 균형과 차이를 어떻게 배분할지라는 것과 그러면 작가님 앞이라서 멤버들이 책에 대한 감상에 대해 말을 거르고 거르지 않을까 고민이 맴돌았다.
그래도 토론의 분위기는 유지를 해야 해서 책에 대한 발제를 하고 멤버들이 대답을 하면 작가님이 자연스럽게 토론에 함께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그래, 그때까지 내 머릿속에는 나름 균형 잡힌 토론 시간이었다.
가장 먼저 작가님을 환대해야 했다. 그래서 작가님만을 위한 케이크를 제작했다. 한국의 하루키라는 카피로 케이크 카피를 작성하고, 작은 선물을 마련했다. 환대의 준비는 끝났다.
드디어 모임 날이 다가왔다.
분명 내 머릿속에는 작가님과 멤버들이 어우러져 균형을 맞춘 모임 이어야 했는데 나는 작가님을 처음 모셔봐서 진행도, 질문도 제대로 못했다. 작가님도 , 멤버들도 함께 신경을 쓰다가 작가님의 발언을 잘하지 못하게 하는 허둥지둥하고 정신없는 독서모임을 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날 모임에서는 작가님이 소외되는 순간들이 분명 있었다. 멤버들의 의견을 최대한 담아내려고 애쓰는 사이에 정작 작가님이 말할 타이밍을 제대로 드리지 못했다. 바쁜 시간을 내주어 준 사람에 대해 그 부분이 제일 죄송스러웠다.
작가님, 멤버 앉아있는 모두가 ‘함께’ 만드는 자리를 생각했으나, 나는 그 ‘함께’를 끝내 잘 만들어내지 못했다. 멤버들도 챙겨야 하고, 작가님 발언도 자연스럽게 연결해야 하고, 시간도 살펴야 했는데 그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내 머리 위로 쏟아지듯 두서가 없었고, 나는 긴장했다. 결국 나는 어느 한쪽도 제대로 균형 잡지 못했다.작가님을 충분히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지 못했고, 멤버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자연스럽게 길을 열어주지도 못했다.내 평생 최악의 모임 진행이었다. 아직 내공이 많이 부족했다.
물론 진행의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은 분명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 모임은 내게 큰 의미가 있었다.
왜냐하면 바로 이 모임이 계기가 되어, 멤버들과 함께 인생 첫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교토로 해외에서!
‘아무튼, 달리기’의 작가님을 만나고 나서는 달리기에 대한 나의 사랑이 확실히 더 깊어졌다.
매일 5km씩 펀런으로 가볍게 뛰던 내가, 어느 순간 ‘나도 뭔가 목표를 정하고 해냈다’는 감각을 가져보고 싶어진 것이다. 특히 작가님이 완주했다는 파리 마라톤 이야기를 듣고, 파리 메달을 직접 만져보고니 나도 문득 파리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런데 이 생각은 나만 가지고 있는 생각이 아니었다. 독서모임에 있는 멤버들도 모임을 진행하는 동안 작가님이 파리 마라톤 완주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비슷한 생각을 했다. 달리기에 ‘목표’를 붙여보고 싶다는 생각을 같이 한 것이다.
이제는 그냥 뛰는 게 아니라, 한 번쯤 제대로 해내보자라는 마음 그리고 일상의 달리기를 넘어서 스스로를 넘어서는 달리기의 한 단계로 더 나아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동시에 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멤버들에게 물었다.
우리 같이 해외 풀코스 마라톤 뛰어볼래요? 도전해 볼래요?
이렇게 해서, 그저 매일 5km 뛰는 러닝 초보였던 내가 독서 모임 멤버들과 함께 마라토너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한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해외에서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해 보기로 한다. 물론 같이 도전하는 멤버 중에는 이미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한 멤버도 있었지만 몇 명의 멤버는 첫 풀코스 마라톤을 도전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출발선은— 2025년 2월 교토마라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