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장인의 독서모임 생존기 EP 10.
책과 영화, 영화와 책. 아무리 유튜브, 숏츠가 대중화되었다고 해도 지구에서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콘텐츠는 책과 영화가 아닐까. 수백 년이 지나도 읽히고, 수십 번을 보아도 책 만한 것이, 그리고 영화만 한 것이 있을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이 둘은 궁합도 좋다. 대부분 책을 통해 영화가 만들어지곤 하는데 반지의 제왕, 파친고, 듄까지 많은 콘텐츠들이 책에서 영화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책의 매력은 무엇보다 보이지 않는 데 있다.
책 안에 사랑, 절망, 희망 등의 다양한 이야기는 있지만, 그 안의 장면과 인물은 읽는 사람의 마음과 머릿속, 상상 속에서 완성된다. 이야기는 같지만 각자가 생각하는 주인공은 다르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마음속에서 천천히 형태를 갖춰가며, 읽는 사람마다 전혀 서로 다른 세계를 만들어낸다.
반면 영화의 매력은 보이는 것에 있다. 감독의 시선과 배우의 표정, 빛과 음악이 만들어내는 한 순간의 완벽한 장면 속에서 우리는 감정의 밀도를 직접 체험한다.
그래서 책과 영화는 닮았지만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책은 상상과 마음의 세계로 우주를 건설하고, 영화는 감각으로 그 세계를 살아내게 한다.
그리고 두 세계가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는 비로소 ‘이야기’의 완성을 경험한다.
영화와 책의 만남, 트레바리 독서모임 중 인기 클럽으로는 북씨가 있다. 책과 영화를 페어링 한 클럽으로 책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즐거운 클럽이 되는 곳이다.
꼭 책에서 영화화되어 두 콘텐츠가 모두 같은 작품이 아니더라도, 오히려 전혀 다른 이야기의 작품일 경우 책과 영화 두 작품을 페어링 하는 것이 모임의 재미를 더한다.
예를 들면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와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보고 세계의 빈곤과 빈곤층의 가정의 양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고 <에브리씽에브리에브리웨어올앳원스>를 보고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읽고 세상 속 다정함, 허무주의, 혐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도 있다.
책과 영화는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보다 입체적으로 만들어주고 스펙트럼을 넓게 만들어준다.
특히 독서 모임에서 얻었던 삶의 수많은 힌트 중 ‘다정함’을 재료로 했던 <에브리씽에브리에브리웨어올앳원스> 영화와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의 조합은 참 좋았다.
다정함과 허무주의를 생각하며 퍽퍽한 인생을 잠시나마 희망을 가지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맛있는 음식에 어울리는 좋은 술, 여행지의 좋은 호텔과 맛집 등의 꿀조합을 찾는 재미처럼 책과 영화도 그렇다. 아직도 좋은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영화는 더 좋았던 그 책과 함께 좋은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마음과 욕심이 그득해진다.
책에 적힌 문장 안에서 정답 같은 마음을 발견하고, 영화를 보며 어떤 전율이 느껴질 때 둘을 굴비처럼 엮어 더 좋은 이야기가 몽글몽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굴비처럼 좋은 조합들을 엮고 엮어 절여두었다. 좋은 책과 좋은 영화로 엮인 굴비는 인생의 짠맛을 알려주며 생채기 난 마음에 소금을 뿌려 소독을 해주곤 했다.
삶은 즐겁지만 꽤나 어렵다. 어렵고 괴로운 삶 속에서 우연히 좋은 책과 좋은 영화를 만나면 그 안에서 우리는 기쁨과 희망을 발견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우리는 영화의 어떤 장면, 책의 줄거리 속 또 다른 이야기 안에서 삶의 힌트와 정답을 발견한다. 좋은 이야기를 전하는 책과 영화는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데 더 많은 정답을 찾게끔 도와준다. 그래서 두 이야기가 만나는 그 순간, 우리는 멋진 영화와 책을 동시에 만나면서 삶의 정답을 두 배로 발견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