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에도 시스템이 있다! 독서모임 책 선정하는 법

평범한 직장인의 독서모임 생존기 EP 07

by 키키의 기분타운

Chapter1. 독서모임의 출발, 책을 고른다는 것


독서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언제일까. 독서 모임의 출발점은 책 선정에 있다. 트레바리 [무경계-러닝] 클럽을 운영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건 ‘어떤 책을 함께 읽느냐’였다. 실제로 멤버 10명 중 절반 이상이 선정된 책의 제목만 보고 호기심에 등록을 결정하곤 했다. 결국 책은 독서모임의 얼굴이자, 멤버들을 연결해 주는 나침반이었다.


나는 트레바리 독서모임에서 파트너로서 4개월 단위 시즌제 운영을 했고, 그중 첫 책만은 내가 고를 수 있는 특권이 있었다. 나머지는 멤버들이 다수결 투표로 선택했지만, 시즌의 첫 책만큼은 내 몫이었다. 1년에 단 세 번뿐인 기회. 그래서 더욱 신중했고, 한 권의 책에 담고 싶은 메시지를 곱씹으며 골랐다.


그렇다면 독서모임에 어울리는 책이란 어떤 책일까. 나는 몇 가지 기준을 세워왔다.


Chapter2. 생각을 위한, 생각에 의한 책 : 사유(Thinking) – 생각을 깊게 여는 책


우리는 하루에 몇 분 정도 한 가지에 대해 깊게 생각할까?


디지털시대, AI 시대의 편리함의 풍요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 것이다. 친한 사람의 전화번호를 외우지도 않고 오로지 스마트폰 연락처 내에 기입한 전화번호로, 카톡으로 연락을 하고 이제 모든 업무는 AI가 대신해 준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인기 급상승 동영상이 사라졌으며, 네이버등 포탈검색어에 실시간 검색어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제 개인의 알고리즘에 의지한 채 세상을 이해하고 읽어야 한다. 특히 우리는 무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시간이 없다.


직장에서는 주어진 업무를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최적의 성과를 만들 수 있고, 휴식을 취할 때는 쇼츠의 세계에서 많은 정보를, 최단 시간 안에 얻는 것을 원한다.


편리함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시대에서, 독서 모임에서 토론의 가장 큰 순 기능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깊게 생각할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의 깊이를 넓혀줄 책이 필요하다.


생각의 깊이를 전달해 주는 책으로는 1) 철학적 사유, 2) 과학적 문제의식, 3) 도덕적 딜레마를 다루는 책들이 그렇다.


예를 들면 올더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읽고 인간의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양자역학과 관련 있는 과학 책과 인터스텔라 영화를 보면서 시간과 차원의 개념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조금은 이상한 것을 믿는다> 책을 읽고 사람들은 왜 이렇게 MBTI, 미신, 사주, 사이비에 열광하는지를 이야기할 수 있으며, 도덕적 딜레마를 다룬 책과 영화를 함께 보고 사형제도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다.


정답이 없는 질문을 던지고, 정답이 없는 대답을 경청한다.

각자의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의 의견에 동화되면서 서로에게 설득되며 집에 돌아가서 더욱 깊게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가질 기회를 던져준다.

인간에게 자유는 무엇이었는지 철학적 사유를 던져줬던 올더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읽고는 5시간 이상을 토론했고,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인간의 번식 욕구와 생존 본능 그리고 이타심과 협력에 대해 이야기를 실컷 나눌 수 있다.


정답이 없는 책 질문을 던지는 책, 철학적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책이야말로 독서모임에서 가장 좋은 토론의 장을 열어준다.


Chapter 3. 찬성과 반대, 비판을 나눌 수 있는 책 -토론(Discussion) – 대화를 불러오는 책


비판은 대화를 확장한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토론 교육은 초·중·고등학교에서 일상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대학에 들어와서야 처음 본격적으로 토론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때 가장 낯설었던 건, 누군가의 의견에 반대한다는 행위였다. “내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부정해도 될까?”라는 망설임이 늘 앞섰다.


우리는 흔히 조화와 배려를 미덕으로 배우며 자라기에, ‘반대’라는 말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지곤 했다.


하지만 토론의 본질은 비판에서 시작된다. 상대의 의견을 비판해서, 이기고 지고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관점을 드러내면서 세상의 지혜와 관점, 인사이트를 배우는 데 있다. 서로 다른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서야만 비로소 새로운 시각이 열린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자리에서는 깊이가 생기지 않는다. 찬반의 논쟁이 중요한 이유는, 생각의 힘을 길러준다. 내가 당연하게 여겼던 생각을 누군가는 반대하면 그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왜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가? 이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단순히 반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기 사고를 더 치밀하게 다듬게 된다.


또한 토론은 나와 다른 누군가의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나와 다른 반대 의견을 들을 때 우리는 불편함을 느끼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만 사고가 확장된다. 사회적 이슈든, 철학적 주제든, 혹은 일상의 사소한 문제든 찬반이 갈릴 때 대화는 생생하게 살아난다. 동의만 오가는 자리는 대개 금방 끝나지만, 반대가 존재하는 자리는 길고 깊은 대화로 이어진다.


결국 토론은 다름을 드러내고 다름 속에서 배우는 훈련이다. 누군가의 생각에 반대하는 것은 관계를 거스르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함께 더 나은 이해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렇기에 찬반의 논쟁은 독서모임에서도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다. 책이라는 같은 텍스트를 읽었지만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올 때, 모임은 가장 풍성해진다.

책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와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읽고 자본주의와 세계의 빈곤, 빈부격차에 대해 토론하며 자본주의는 여전히 가장 효율적인 경제 시스템인가?”라는 질문을 두고 찬반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책 <나는 옐로에 화이트 블루>를 읽고 차별과 혐오에 대해 이야기한다.


토론은 늘 하나의 답을 내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질문을 남기며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질문이야말로 우리를 다시 책으로, 다시 생각의 힘을 불러들이는 또 다른 힘이 된다. 찬반의 논쟁은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사고는 단련되고, 서로의 차이를 통해 우리는 더 넓은 세계를 바라본다.


Chapter 4. 우리를 연결하는 책 - 공감(Connection)


마지막으로는 공감을 불러오는 책이다. 세대를 넘어 읽히는 스테디셀러나,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깊은 울림을 주는 벽돌책들은 모두에게 공통의 언어가 된다. 또 재즈와 클래식 같은 문화예술을 다룬 책들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행위를 넘어, 그 안에 담긴 시대와 삶의 맥락을 함께 이해하게 한다. 이렇게 공감을 불러오는 책은 토론에서 생각을 깊게 하고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책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모임을 풍성하게 한다. 우리는 때로 치열한 논쟁보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야기에서 더 오래 머무르기도 한다.


특히 이 공감의 책은 대화의 불씨가 되어준다. 예를 들어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읽으며 우리는 ‘다정함‘이 사회에서 결코 사소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협력과 다정함이야말로 인간 사회를 지탱해 온 가장 강력하고 밝은 힘이라는 점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랑의 기술』을 읽고는 사랑을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능동적인 행위로 이해하게 된다. 사랑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길러내야 하는 삶의 기술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런 책들은 서로의 경험과 감정을 불러내어 대화를 확장시킨다. ‘나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라는 고백이 자연스레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모임은 단순한 독서의 자리를 넘어 일기장 같은 대화를 나누며 그 시간만큼은 서로에게 의지하게 된다.


나는 특히나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데, 부끄럽지만 개인적이고 사소한 대화를 나누는 힘은 실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하는 자기 고백의 힘은 스스로를 홀가분하게 만들고, 누군가의 고백을 듣고 공감하며 동시에 상대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복잡했던 고민을 덜어내기도 하며, 고백하면서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기도 한다.


부끄럽고도 개인적인 대화는 훨씬 더 우리를 가깝게 연결해 준다.


부끄러운 대화 안에서 서로 더 친밀해지며 그 친밀감 안에서 새롭게 생기는 소속감과 자기 해방감을 동시에 얻는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듣는 배움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책 속에 밑줄 친 문장보다 무언가를 고백하면서 얻는 배움은 여운이 오래간다.


독서모임의 파트너로서, 독서 모임의 책을 고른다는 것은 누군가를 어디로 데려다 줄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일이다.


‘친절’에 대해 그득하게 이야기하고 싶다면 책을 통해 ‘친절’의 세계로 데려다주기도 하며, 우리 시대의 아픈 역사를 알려주고 싶다면 역사책을 통해 그 역사의 현장으로 데려다주기도 한다.


한 권의 책은 곧 하나의 열쇠가 되어, 우리가 아직 가보지 못한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책을 통해 도달한 세계의 지면이 넓어질수록 몸과 마음의 지면 또한 넓어진다.


독서 모임에서 책을 고르는 일은 곧 사람들을 하나의 세계로 이끄는 일이다. 그래서 그 선택은 언제나 신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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