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장인의 독서 모임 생존기 EP05.
트레바리 [무경계-러닝] 독서모임은 여러 번의 새로운 시도와 시행착오 끝에 멤버들과 함께 단단한 커뮤니티의 틀을 세웠다. 운 좋게도 좋은 멤버들이 오랜 시간 고정적으로 함께해 주었기에, 모객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서로 도우며 기쁘고 유쾌한 시간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책을 읽고 달리기를 한다는 단순한 시스템 덕분에 운영도 순조로웠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모임에 대한 애정이 커질수록, 함께하는 멤버들을 더 기쁘고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그들에게 ‘확실한 행복’을 주고 싶었다. 여기서 말하는 확실한 행복이란 멤버 스스로가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얻는 능동적인 행복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참여율’이었다. 많은 멤버가 함께할수록 모임은 더욱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쳤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100% 참여하기는 어려웠고, 적극적인 멤버를 만나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이런 고민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멤버들이 점차 운영자인 나를 자발적으로 도와주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모두가 바쁘고 고단한 본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모임만큼은 꼭 참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진 멤버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멤버들 사이에도 [무경계-러닝] 클럽에 소속되어 있다는 자부심과 기쁨이 자리 잡았다.
그들은 다른 모임에 가서도 늘 [무경계-러닝] 클럽을 칭찬하며 새로운 멤버 유입을 도와주곤 했다.
그리고 항상 덧붙이는 말이 있었다.
“우리 클럽은 인기 많아서 티켓팅을 해야 들어올 수 있어요.” 무척 귀여운 표정으로 자랑스럽다는 듯, 내게 연신 이야기하며 웃곤 했다.
클럽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무경계-러닝]은 트레바리 내에서도 손꼽히는 인기 모임이 되었다. 이제는 모임을 찜해두었다가 누군가 환불을 해야만 들어올 수 있는 모임이 되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애로사항도 생겼다. 마치 헬스장처럼, 등록만 해두고 실제로는 나오지 않는 멤버들이 늘어난 것이다. ^^;
결제를 해두고 모임의 규칙을 지키지 않거나, 내킬 때만 참여하는 멤버들도 조금씩 생겨났다. 꼭 의도적으로 그런 건 아니었다. 누구나 바쁜 일상 속에서 때로는 책을 다 읽지 못하거나, 러닝에 꾸준히 나서지 못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모습이 반복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함께 한다’는 감각이 약해지고, 다른 멤버들에게도 아쉬움이 남았다.
모두가 똑같이 참여하는 완벽한 모임이 아니라, 각자의 상황 속에서도 가능한 만큼 기여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임을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두 번째로는 독서에서는 편차를 느낄 수 없지만 러닝의 편차가 복불복이었다. 러닝 실력이야, 운영자인 나도 5km를 겨우 달려내는 수준이었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러닝’ 자체보다는 다른 운동도 꾸준히 하고 계시는 분들의 유입도 받았기 때문에 러닝을 시도해 보고 러닝은 자신 없다는 이유로 러닝 번개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렇게 될 경우 모임의 활기는 서서히 줄어들었다. 정규 모임만큼이나마 러닝 번개 역시 멤버의 참여 인원이 많아야 서로 건강한 자극을 주고받고 꾸준히 뛸 수 있기에, 잘 뛰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참여해 주는 멤버가 꼭 필요했다.
또한 “러닝에 관심 있다”는 이유만으로 들어온 이들 중에는 금세 싫증을 내고 환불을 하거나, 독서 모임에만 참여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무경계-러닝] 클럽을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히 독서가 아니라 달리기를 함께하는 것에 있었기에, 이런 경우는 모임의 취지와는 벗어나 균형감이 사라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런 편차 정도는 독서 모임을 운영하며 당연히 겪을 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멤버들이 모두 100% 참여하기를 바라는 건 어쩌면 내 욕심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멤버들이 모임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면서, 오히려 나에게 아쉬움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등록만 해두고 실제로는 참여하지 않는 멤버들, 혹은 러닝 번개나 챌린지에 소극적인 멤버들 때문에 아쉽다”는 것이다. 확실히 많은 사람이 함께해야 자신들도 참여의 흥이 올라간다고 말하며, 한 멤버가 이런 제안을 내놓았다.
“퀴즈 클럽으로 바꿔서 허들을 조금 더 높여보면 어떨까요?”
퀴즈 클럽이란, 트레바리에서 일정 설문을 바탕으로 운영자가 지원자를 평가해 ‘통과/불통과’를 나누는 방식의 모임이다. 다시 말해 돈만 낸다고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퀴즈에 통과해야만 가입이 가능하다. 아이디어를 제안한 멤버는 과거 자신이 참여했던 퀴즈 클럽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곳에서는 멤버들의 참여도가 훨씬 높았다고 했다. 심지어 연장 멤버들도 다시 퀴즈를 제출해야 하고, 그동안의 활동을 기준으로 운영자가 통과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꾸준히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제안을 듣고 잠시 망설였다. 혹시 멤버들에게 지나친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생각했다. 적어도 러닝에 대해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멤버라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퀴즈 클럽의 허들을 ‘러닝 경험’으로 설정했다. 책 읽기에 허들을 두기엔, 기준이 모호했고 우리 클럽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러닝의 기준을 둔다면 충분히 러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1차 기준: 러닝에 단순히 관심만 있는 사람이 아니라, 최소 6km 이상을 주 2~3회 달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
- 2차 기준: 10km 마라톤을 최소 1회 이상 완주한 경험이 있는 사람
대부분의 러닝 크루는 번개 러닝에서 최소 5~6km를 함께 뛴다. 이 정도 거리를 함께 달릴 수 있어야 번개 참여율이 높아지고, 모임도 활기를 띨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번째 기준인 10km 마라톤 완주는 [무경계-러닝] 클럽에서 가장 즐거운 경험 중 하나였다. 마라톤을 신청하는 순간부터 메달을 손에 쥘 때까지, 서로 목표를 인증하고 완주를 함께하는 경험은 말로 다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그래서 이 경험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두 번째 허들을 두게 되었다.
하지만 걱정도 뒤따랐다. 물론 멤버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퀴즈 클럽이었지만, 신규 모객보다는 연장 멤버가 재퀴즈를 치러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혹시라도 불통과로 인해 불만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고민이었다. 그래서 “연장 멤버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불통과하지 않는다”라는 조건을 두고, 대신 처음 들어올 때의 허들을 높여 달리기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만 올 수 있도록 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갑작스러운 규칙 변경과 방향성에 멤버들이 당황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나는 마음을 담아 긴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실제로 연장 멤버를 불통과시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 들어온 이상, 이후에는 모두 자연스럽게 연장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점차 우리만의 뾰족한 우리 다움을 함께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긴 편지를 썼다.
멤버들에게 불편한 과정을 거치게 한 만큼 모임에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운영할 것이라고 다짐했고 조금 더 [무경계-러닝]의 취향에 집중하며, 우리 다움의 뾰족함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었다.
다행히 멤버들은 오히려 이런 방향성에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었다. 퀴즈 클럽으로 전환된 후, 더 높아진 허들에도 불구하고 모임의 인기는 오히려 커져갔다. 누구나 들어올 수는 없지만, 누군가를 위해 존재한다는 조건이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몇 번이고 재도전 끝에 합류한 멤버도 있었고, 이 모임에 들어오기 위해 러닝 연습을 하고 가입했다는 멤버도 있었다. 신기하게도 러닝이라는 단단한 기준을 세운 뒤부터는, 멤버들 모두가 러닝에 대한 애정을 더욱 뜨겁게 보여주었다. 나 역시 그랬다. 내가 ‘러닝’이라는 기준을 둔 이상 꾸준히 달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책임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준을 뾰족하게 설정하고 나니 기본적으로 러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기에 인증 활동도 활발해졌고, 서로가 서로에게 건강한 자극이 되면서 모임의 에너지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것을 더욱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나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허투루 시간을 쓰지 않았다. 그만큼 온 마음을 다해 [무경계- 러닝] 커뮤니티에 나의 마음을 실컷 실어 보냈다. 그리고 명확하게 기준을 두고 그 기준을 분명히 함에 있어서 내가 휘둘리지 않아야 했다. 멤버들이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만들어 주는 것 그것만 보고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