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자녀
2026년 2월 9일, 야근 중이었다.
일을 하다가 말고 믹스커피를 타왔다. 믹스커피를 마시며 핸드폰을 만지는 동안 딸에게 메시지가 온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공부를 이렇게 꾸준히 하긴 오랜만이네요.]
딸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 한 순간 입가에 미소가 활짝 펴진다.
이모티콘과 메시지를 적어서 답장을 보냈다
[우리 딸 파이팅!!]
잠시 후 답장이 왔다.
[아버지도요.]
또다시 나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성적에 너무 신경 쓰지 마. 딸이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감사해요.]
곧바로 답이 왔다.
[으엄.. 취업은 해야죠. 감사합니다 :3]
[초롱초롱]
그리고 딸이 보낸 이모티콘
나는 딸에게 답장으로 관련 기사 링크 하나를 툭하고 보냈다.
[이거 어때?]
[오.]
딸에게 보낸 관련 기사 내용은 [전업자녀]에 대한 기사였다.
[부모님 돌아가시면 그 뒤로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라면서 딸에게 답장이 왔다.
그리고 나는 딸의 답장을 보며 당황했다.
[이 녀석 언제 이렇게 머리가 컸지?]
[그래도 요즘 애들의 직업 유망 1순위 기대 됩니다]
잠깐 당황하는 사이에 딸이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딸의 메시지를 보면서 애들은 정말 빨리 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우리 딸이 사회생활 하면서 스트레스받는 꼴은 못 보겠어.]
답장은 예상보다 빨랐다.
[예, 제가 회사 다 엎고 나올 것 같아요. 회사를 위해서라도 집에 있는 게 편할 것 같아요.]
[0. <]
[어쩜 이런 건 또 아빠를 닮았네.]
이런 걸 보면 내 딸이 맞는 거 같다. 정말 신기하다 우리 같은 마녀와 야수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사랑스러운 딸이 태어날 수가 있는 건지 운명은 정말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그럼 저 성인 되면 홈프로젝터로 받아주시나요?]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입가에 활짝 피어 있는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나는 답장을 보냈다.
[당연하지]]
[와, 그럼 기대하겠습니다.]
[수줍음]
딸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 종이컵 안에 담겨 있던 믹스 커피는 어느새 온 데 간데 없이 도망을 가버렸다.
이제 퇴근까지 30분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노동을 해야 한다.
다시 노동을 하기 전에 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빠 퇴근하면서 메시지 보낼게요 딸~~!!]
[네]
딸에게 답장을 받은 직후 다시 노동을 이어 나갔다. 어서 퇴근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집으로 향하면서 딸과 다시 메시지를 주고받고 싶다. 딸을 가진 다른 아빠들도 이 맛에 사는 걸까 궁금하기도 하다.
여전히 현장은 적응이 안 되는 기계음과 소음 그리고 미세한 쇳가루들이 목적지 없이 떠다니고 있다. 그래도 딸하나 잘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노동이 즐겁다.
시간은 금방 흘러 퇴근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퇴근하면서 딸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딸 너무 사랑스러워요!!]
[아빠 같은 사람을 부모로 둬서 행복합니다.]
[엄마랑 아빠는 우리 딸을 정말 너무 얻고 싶었거든.]
[?]
[엄빠 속도위반으로 결혼하신 거 아녜요?]
이 여 편 내가 쓸 때 없는 소리를 해버린 거 같다.
나는 웃으며 설명했다. 왠지 대답을 잘해야 할 거 같았다.
[딸이 생겨서 결혼한 게 아니라, 딸을 너무 얻고 싶었는데 와서 결혼한 건데?]
[그게 속도위반 이잖아요?]
[인정 못함]
[ㅋㅋㅋㅋㅋㅋㅋㅋ]
[ 엄마도 아빠도 딸이 너무 얻고 싶었는데 마침 또 우리 딸이 와주시네? 그게 또 그렇게 되더라고?]
잠깐의 장난기.
[우리 딸이 아들이었으면 안 키웠지.]
곧바로 반격이 왔다.
[그럼 나 보육원에서 자랄 수도 있던 거네요?]
[아닌데?]
[딸이라서 다행이다.]
[그렇지?]
[그래도, 속도위반이 맞군요?]
[인정 못함.]
[그래도 책임지신 거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엄마가 연애 내내 딸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거든.]
[오오. 썰 더 풀어주세요.]
나는 짧게 웃고 답했다.
[이게 끝인데?]
[잉…?]
[그럼 연애 시절 썰이라도요.]
[그건 엄마한테 허락받아요.]
메시지는 거기서 멈췄다.
아마도 딸은 지금쯤 엄마에게서 내 험담을 듣고 있을 거다. 또 자기 잘못한 거는 쏙 빼놓고 내가 잘못한 거만 열변을 토하면서 이야기하겠지. 이럴 때면 나는 자연스럽게 공공의 적이 된다.
그래도 참 즐겁고 행복하다.
가정이 있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딸이 있다는 것.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다짐한다.
딸보다 오래 살아야겠다.
존재한다면, 악마에게 내 영혼을 기꺼이 바칠 수 있다 적어도 딸보다 오래 살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이 유난히 밝다. 이런 맛에 사는 거다. 지치고 힘겨워도, 내가 무너지고 싶어도 무너질 수 없는 이유다. 이런 순간이 있으니 버틸 수 있다.
정말, 캔커피 하나가 데려온 이 운명은 너무도 소중하다. 죽어서도 소중히 기억하고 싶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