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파악 75

고양이

by 가비

들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


그것도 두 마리나.


이른 시간에 출근하게 되면 항상 아침을 거르게 된다.


굶주린 상태로 회사에 도착해서 폰 게임을 하고 있으면, 굶주림을 참지 못한 배가 잔소리하듯 쉬지 않고 꼬르륵거린다. 점심시간은 11시 20분이다. 그때까지 참을 만하면 근성과 패기로 버티고, 그러지 못할 것 같으면 회사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라면을 사 먹는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라면을 먹으러 들르던 그 식당에 들고양이가 터를 잡기 시작했다. 많이 아파 보이고 야위어 보이던 고양이였다. 식당 주인 이모도 나이를 드시긴 했지만, 그래도 자식을 키운 경험이 있는 여성으로서 모성애를 잃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생명의 소중함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이유 때문인지


식당 주인 이모는 그 고양이를 차마 내쫓지는 못하신 듯했다.


아침마다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식당에 들를 때면, 그 고양이는 나에게 몸을 비비며 만져 달라는 듯 다가왔고, 나는 그럴 때마다 가볍게 쓰다듬어 주곤 했다. 그렇다고 서로 정이 들 정도로 자주 그러지는 않았다.


그렇게 라면을 먹으러 가는 일이 반복되듯, 그 식당에 머무르는 고양이를 자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그 들고양이가 새끼를 낳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무려 두 마리나!


오늘 아침에도 결국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쉬지 않고 잔소리하는 굶주린 배를 어르고 달래며 식당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이모에게 인사를 건네고 라면을 주문했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폰 게임을 하려는 순간, 익숙하면서도 낯선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듣게 되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울음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다가갔다. 소리가 들려온 곳에서 걸음을 멈춘 나는 라면 종이 박스 안에 웅크린 고양이들을 볼 수 있었다.


그 안에는 어미 고양이와 이제 막 태어난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있었다. 두 마리는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서로의 체온에 의지하듯 붙어 있었고, 어미는 그 위를 감싸듯 몸을 둥글게 말고 있었다. 어미 고양이는 나를 발견하고는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듯 몇 번이고 짧게 울음소리를 냈다.


앙칼지게 하악질을 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경계 어린 눈으로 잠깐 나를 올려다보더니 이내 다시 고개를 숙여 새끼들을 핥아주었다. 나는 잠시나마 배고픔도 잊은 채 물끄러미 라면 종이 박스 안을 내려다보았다.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던 고양이가 갑자기 어미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역시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성애는 위대한 것 같다. 어쩌면 이 들고양이가 식당에 터를 잡은 이유도 뱃속에서 자라나는 생명들을 지키기 위해서였을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제 막 어미가 된 그 고양이가 대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들고양이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준 식당 주인 이모도 존경스러웠다.


당연한 일이지만,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낳으면서도 잘 버텨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어미 고양이마저 존경스러웠다. 사람이 동물을 존경한다는 것이 많이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 사람이었다면 혼자 키우는 것이 두려워서 아기를 낳아놓고 도망이라도 갔을 텐데 이 고양이는 그러지 않았다.


다른 의미로 어미 고양이를 존경하는 것이 과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조차도 친어머니한테 버림받은 존재니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부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부디 식당 주인 이모 곁에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


아직은 눈을 뜨지 못하고 있지만, 얼마 뒤면 두 눈을 뜨고 네 발로 걷기 시작할 것이고, 그러고 나면 또 네 발로 식당 곳곳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젊음과 청춘을 불태울 걸 생각하니 식당 주인 이모가 벌써 안쓰러워진다.


한참 종이 박스 안을 내려다보던 나는 괜히 발걸음을 조심하며 자리를 비켜주고는, 식당 이모가 끓여준 라면을 먹고 다시 현장으로 복귀했다.


이제 꼭 라면이라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식당에 자주 갈 이유가 생긴 것 같다.


종종 굶주린 배를 달래려 라면을 사 먹기 위해 들렀던 식당에 터를 잡은 고양이가 새끼를 두 마리나 낳았다. 그리고 그렇게, 들고양이는 어미가 되었다. 이제는 굶주린 배를 달래며 식당을 찾을 때마다 두 마리 새끼 고양이가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생겼다.


물론 새끼들이 충분히 건강하게 자라면 어미 고양이는 성장한 새끼들을 데리고 떠날지도 모르지만, 그때까지는 새끼 고양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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