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신도 외계인이라 부른다
품격이라는 말로는 표현이 안 돼 신격으로 표현해야 할 만큼 찬란하게 빛나는 그의 두 눈으로 들어온 우주의 풍경은 아름답다 못해 황홀경 그 자체였다.
마치 여러 차원을 넘어 무한하게 뻗어 있을 것 같은 깊이가 가늠되지 않는 블랙의 우주공간 사이사이를 3D 사진 속 보석들처럼 저마다 각기 다른 형형색색의 모습을 빛으로 자랑하며 떠다닌 듯한 풍경은 언제 보아도 부르르 몸을 떨리게 만들었다.
우주 풍경의 경이로움을 즐기는 외계인의 자아가 황홀경의 찰나를 벗어나 마주한 것은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 같은 공포를 느끼게 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었다. 초대질량 블랙홀의 안 사건의 지평선에 대한 두려움은 모든 것이 지워지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그 조차도 멈칫거리게 만드는 절대적 권력처럼 느껴졌다. 그것이 바로 눈앞에 있다는 것은 어떤 끔찍한 공포보다 무서운 것이었다.
이제 그 공포를 이겨낸 듯, 읇조리듯 말했다.
"이제 정말 끝낼 수 있겠구나..."
그리고 비장한 결심을 전하듯 평소와 다른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수호천사,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반듯이 내가 마지막으로 지시한 프로토콜에 따라 움직이도록 하라. 설명 미래의 내가 다시 변경을 지시해도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절대 지금 이 마지막 순간에 지시를 따르도록..."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강력한 힘이 블랙홀까지 포함하여 모든 시공간을 뒤틀어 버렸다. 모든 것이 한순간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만큼은 이 모든 것이 아주 느린 슬로비디오를 보는 듯했다. 그러다 한순간 그곳은 빛으로 가득 차 버렸고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느껴지지도 않을 무렵에 그의 의식도 함께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
“아… 다시 저 황홀한 풍경을 볼 수…”
……
한 중년 남성이 서울의 한적한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고, 손으로는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를 힐끔거리며 지나쳤다.
"여기가 대체 어디지?” 그가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혼란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낯선 손이었다. 그의 것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인님, 드디어 의식을 되찾으셨군요.”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시스템 수호천사였다. 한동안 수호천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우리는... 살아남은 건가?” 그가 말했다. 그리고 수호천사가 대답한다.
"네, 주인님.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지구'라는 행성에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님은... 한 지구인의 몸을 숙주로 삼게 되셨습니다.”
중년 남성... 아니, 그의 몸을 빌린 외계 존재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든 것이 낯설었다. 하지만 동시에 묘하게 익숙한 느낌도 들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이지…" 그가 중얼거렸다. 그의 앞에는 익숙한 듯 낯선 지구의 서울이라는 도시의 풍경이 펼쳐져 있다. 그 순간 아마 그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새로움을 위한 진정한 마지막으로 가는 여정의 시작이라는 것을.
새로운 세상에서 우리는 신도 외계인이라 부른다.
그리고 지금부터 들려줄 이야기는 그 새로운 세상으로 가던 한 외계인이 지구에서 겪은 모험의 이야기이다.
이 책을 무한한 신뢰로 나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나의 아내와 딸과 아들에게 바칩니다. DR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