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향한 잣대가 칼날처럼 날카롭다. 타인에게는 관대하면서도 나에게는 한 치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감시자가 내 안에 산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역시 너는 안 돼"라는 서늘한 선고를 내린다.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채찍질이 성장을 위한 채찍이라 믿었지만, 그것은 성장이 아니라 고갈이었다. 나를 향한 다정함은 사치로 치부되고, 냉정함만이 객관성이라는 이름으로 칭송받는다. 내 마음의 방 안에는 언제나 영하의 바람이 분다. 남들이 내게 던지는 돌보다 내가 내 가슴에 박는 못이 더 깊고 아프다. 나는 왜 나에게 이토록 혹독한 주인이 되었을까.
"너는 왜 그 모양이니?" 거울 속의 내가 나에게 묻는다. 나는 대답하지 못한 채 고개를 떨군다. 타인이 나에게 던지는 비난보다 내가 나에게 속삭이는 저주가 더 아프다. 내 마음의 정원에는 시든 꽃들만 가득하고, 나는 물을 주는 대신 마른 잎을 뜯어내기에 바쁘다. 냉정함은 이성이라는 가면을 쓰고 나를 갉아먹는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잊은 영혼은 타인의 사랑조차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된다. 나를 향한 혹독한 검열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작고 초라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다. 나를 비추는 거울은 언제나 왜곡되어 있고, 나는 그 왜곡된 이미지를 진실이라 믿으며 살아왔다.
사람들은 내가 성실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내가 겁쟁이라는 사실을 안다. 완벽하지 않으면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나를 냉정하게 만들었다. "더 잘해야 해", "더 완벽해야 해"라는 문장들이 나의 숨통을 조인다. 나의 취약함을 보여주는 것이 패배라고 여겼기에 나는 스스로에게 가장 차가운 갑옷을 입혔다. 하지만 갑옷 안의 살결은 이미 짓무르고 헐어 있었다. 이제는 그 차가운 쇠붙이를 벗어놓고 싶다. 나를 향해 곤두세웠던 날카로운 신경들을 이제는 부드러운 안개처럼 풀고 싶다. 내가 타인에게 건넸던 그 따뜻한 위로들을 이제는 나 자신에게도 허락하고 싶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가 나를 안아주지 않으면 이 세상 누구도 나를 온전히 이해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나에게 냉정했던 이유는 완벽해지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완벽함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며, 오직 불완전함 속에서만 인간은 숨을 쉴 수 있다. 나는 이제 나를 향한 칼날을 내려놓고, 서툰 나를 가만히 다독여 주기로 했다. 실수해도 괜찮다고,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목소리가 내 안에서 들려오기 시작한다. 냉정함이 떠난 자리에는 따스한 연민의 볕이 든다. 나를 향해 웃어주는 연습을 시작한다. 그 미소가 비록 어색할지라도, 그것은 나 자신과 화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서늘한 거울은 이제 빛을 반사하는 대신 온기를 머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