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데 불안할 때

by 동이

세상은 더할 나위 없이 고요한데, 오직 내 마음 안에서만 멈추지 않는 거센 태풍이 몰아칠 때가 있습니다. 모든 것이 평온해 보이는 일요일 오후의 나른한 햇살, 혹은 모두가 깊은 잠에 빠진 새벽의 정적 속에서 문득 정체 모를 불안이 멱살을 잡고 나를 어둠 속으로 끌어당깁니다.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없고 특별히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왜 심장은 이유 없이 세차게 두근거리고 등 뒤에는 기분 나쁜 식은땀이 흐르는 걸까요.

이 불안은 구체적인 형체도 없고 이름도 붙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 무섭고 막막하며 압도적인 공포로 다가옵니다. 마치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낯선 숲속을 혼자 걷는 것처럼,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듭니다.

"나는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게 맞을까?" "혹시 미래에 감당할 수 없는 나쁜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문들은 대답을 찾지 못한 채 차가운 허공을 맴돌고, 나는 고요함이라는 거대한 감옥에 갇힌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반드시 기억하세요. 폭풍 전야에 유독 고요함이 찾아오듯이, 우리 영혼도 커다란 도약을 앞두고 잠시 숨을 고르며 에너지를 응축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불안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역설적인 증거이며, 더 나은 삶과 자아를 갈망하고 있다는 간절한 소망의 뒷모습입니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은 결코 발전하거나 성장할 수 없습니다. 불안이 예고 없이 찾아왔다는 것은, 당신의 깊은 무의식이 당신에게 무언가 중요한 변화나 성찰이 필요하다고 다급하게 속삭이는 것입니다. 그 목소리를 무조건 외면하거나 밀어내려 애쓰지 마세요. 오히려 그 불안을 차가운 이방인이 아닌 따뜻한 손님으로 맞이하며 조용히 물어보아야 합니다.

"무엇이 너를 그토록 걱정하게 만드니? 내가 어떻게 너의 마음을 달래줄까?"

불안은 싸워 이겨야 할 잔인한 적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긴 여행길을 함께 걸어가는 조금 예민하고 까칠한 동반자일 뿐입니다. 고요 속의 불안이 극에 달해 숨이 막혀올 때, 나는 가만히 자리에 앉아 내 코끝을 스치는 호흡의 감각에만 집중해 봅니다. 깊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는 숨결 속에서, 나는 지금 이 순간 살아있으며 여기에 존재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세상이 마치 멈춘 듯 조용해도 나의 심장은 뜨겁게 뛰고 있고, 나의 혈관 속에는 생명의 에너지가 힘차게 흐르고 있습니다. 불안은 하늘을 떠도는 구름처럼 잠시 머물다 바람에 실려 지나갈 찰나의 현상일 뿐입니다. 지금 당장 당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먼 미래의 고민들에 소중한 마음의 공간을 너무 많이 내어주지 마세요. 정적은 당신을 해치려는 함정이 아니라, 당신의 내면 깊은 곳을 가만히 들여다보라고 우주가 마련해준 신성하고 고귀한 시간입니다.

"괜찮아, 다 지나갈 거야. 지금은 그저 쉬어도 돼."

스스로에게 건네는 이 부드러운 확신이 마음속의 태풍을 잠재우는 가장 강력한 방파제가 됩니다. 불안의 파도가 높게 일수록 당신의 뿌리는 땅속 더 깊은 곳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고요함 속에서 느끼는 불안을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어른이 되어갑니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하늘의 별은 더 초롱초롱하게 빛나듯, 고요 속의 불안을 묵묵히 통과한 영혼은 비로소 진정한 평온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당신의 내면에서 들리는 그 소란스러운 소음들은 사실 당신이 더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존의 외침입니다. 그 외침을 부정하지 말고, 마치 우는 아이를 달래듯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봐 주세요. 조용한 방 안에서 홀로 느끼는 그 고독한 불안이 사실은 당신을 보호하고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주려는 수호천사일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지나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면, 어제의 불안은 이슬처럼 증발하여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죽고 매일 다시 태어나며, 그 과정에서 불안은 우리를 단단하게 제련하는 뜨거운 불꽃이 됩니다. 그러니 이 고요함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 안에서 피어오르는 불안마저 당신의 일부로 받아들여 보세요. 당신은 충분히 강하며, 이 고요 속의 태풍을 이겨내고 더 맑은 하늘을 마주할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깊은 호흡 끝에 찾아오는 찰나의 평화를 붙잡고, 이제는 당신의 지친 마음을 고요의 품속에 온전히 맡겨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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