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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간병하는 병실을 선택할 때 보통 나는 2인실을 선택했다. 왜냐면 엄마 옆에서 자야 하는데 엄마는 다리가 불편했기에 휴대용 좌식 변기를 놓아두어야 했는데 6인실은 보호자 침대와 좌식변기를 같이 놓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6인실이든 2인실이든 항상 옆에 다른 환자가 있다. 내향적인 나와 엄마는 옆에 있는 환자와 유대관계를 맺는 편은 아니다. 보통 다른 환자나 보호자가 먼저 말을 걸면 대답을 했다.
나는 엄마가 심심해할 것을 알기에 항상 병원에 입원할 때는 태블릿패드 와 패드 거치대를 가져갔다. 그리고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 모든 ott 서비스를 가입하고 엄마에게 드라마를 보여줬다. 엄마는 병실에서 하루에 드라마 시리즈를 7~8편을 보곤 했다. 나 또한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하루종일 심심해하지 않는 타입이라 옆에서 조용히 간병을 할 수 있었다. 사실 집에서도 하루종일 침대에 있으라고 하면 좋아하는 타입의 나이기에 간병이 어쩌면 성향에 맞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보통 간병하는 사람들은 같은 공간 거기다 좁은 공간에 계속 있는 것을 힘들어한다. 외형적인 사람들은 특히 그런데, 여자보다 남자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그래서 엄마의 입원에 아들이 간병하는 모습을 보면 재미있는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첫 번째는 아들과 엄마의 통화해프닝이다. 엄마 환자들은 보통 아들이 옆에서 간병을 해주고 살뜰하게 챙겨주길 바란다. 평소에 그런 다정한 모습을 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 본인이 아프니까 아들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한다. 그러나 전화도 한 통 없는 아들의 무심함에 화가 나기 시작한다. 몇 번이나 전화를 보지만 부재중 전화는커녕 카톡 한통 없다. 엄마는 이제 폭발한다. 아들에게 전화를 해서 '너는 엄마가 아픈데 전화 한 통 없냐' 아들에게 일침을 놓는다. 그럼 미안하다고 하면 될 것을 10명 중에 9명의 아들은 변명을 한다. '아니 일이 바쁜데 전화할 시간이 어디 있어' 엄마는 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다시 본인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엄마모드로 돌아온다. '그래 밥을 먹고 하냐' '그냥 대충 먹었어' 아무리 진수성찬을 먹어도 이 때는 대충 먹었다고 말해야 한다 '엄마 몸은 좀 어때' '그냥 똑같아' 대화가 10번 이상 왔다 갔다 하지 않습니다. '그래 일하면서 밥 잘 챙겨 먹고' '응 그래 엄마 몸 관리 잘하세요' 그래도 엄마니까 자식걱정으로 통화가 종료된다.
두 번째는 아들과 엄마의 문병 해프닝이다. 아들과 엄마의 통화해프닝과 시작은 비슷하다. 엄마의 기다림-폭발은 똑같다. 아들에게 전화를 해서 '너는 엄마가 아픈데 오지도 않냐' 아들에게 일침 또한 똑같다. '아니 일이 바쁜데' 변명 또한 무서울 만큼 똑같다. 다른 건 아들이 결국 오긴 온다는 것이다. 엄마의 아들의 모습에 반가움과 서러움, 화남을 동시 느낀다. 아들은 병원에 문병 온 최초이자 최종 미션을 완수하였기에 더 이상 엄마와 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 엄마만 아들에게 질문을 한다. '직장은 어떻게 하고 왔니' '며느리는 잘 지내니' 등등 아들은 옆에 보호자 침대에 누워있다가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엄마 여기 편의점 어디 있어?' '엄마 뭐 사다 줄까' 그리고는 편의점을 가서 한참 있다가 온다. 편의점 비닐봉지에 잔뜩 사 온 간식봉지를 들은 아들은 처음으로 한 박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엄마와 함께 맛있게 먹는다. 맛있게 먹는 아들을 보며 지금껏 가졌던 서운함은 없어지고 엄마도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갑자기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아들이 자고 있다. 그렇게 낮잠시간이 지나면 이제 게임소리가 난다. 엄마는 아들에게 말한다. '이제 가라. 또 일가야지' 아들은 엄마에게 안부를 전하고 병실을 나선다.
부모가 병이 생기는 나이가 보통 70대라고 치면 그때 당시 자식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한창 아이를 키우고 있을 때이다. 부모가 되는 순간 개인시간이 사치라고 느껴질 만큼 바빠진다. 그리고 직장에서도 여러 책임을 지고 있을 때 부모도 아파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자식의 어깨의 짐이 더 늘어나게 된다. 늘 은행나무처럼 옆에 있을 것만 같던 부모가 아프면 자식은 마음이 아프다. 부모보다 많은 정보탐색력을 가진 자식은 인터넷을 뒤져가며 메이저병원을 예약한다. 그때 병원진료와 관련된 일처리와 부모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감성적인 과정 두 개 모두 필요한데, 일처리가 급하다 보니 자식들은 감성적인 과정을 놓치기 쉽다. 거기에다 자식이 여러 명이면 일처리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에너지 낭비보다 자식 간의 균등한 일처리 분배 때문에 스트레스를 추가로 받는다. 그런데 부모는 일처리에 대해 모를지언정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선 모든 걸 안다. 자식이 본인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것을 말이다. 근데 자식은 부모가 모른다고 생각하기 쉽다.
다시 세 번째 해프닝을 말해보면, 지방에서 서울 메이저 병원에 오는 어르신에 대한 간병 해프닝이다. 간담도췌장내과에서는 다양한 병들이 있는데 그중에 만성췌장염으로 주기적으로 스탠트 시술을 받는 분들이 있다. 2인실에 배정을 받으면 처음에 통로자리였다가 창가 자리가 비면 웬만하면 창가자리로 옮기는데 엄마와 나는 화장실이 근처에 있는 것이 더 편해서 옮기지 않았다. 그러면 창가자리에 여러 환자가 오간다. 그중에 한 분이었는데 지방에서 혼자 버스를 타고 스탠트 시술 전날에 맞추어 올라오신 분이었다. 자식들 몇 명은 서울경기권에 있고 아마 좋은 병원에서 치료받게 하고자 서울메이저 병원에서 진료를 보도록 한 것 같았다. 오시자마자 딸에게 전화를 했다. 여러 가지를 묻는 엄마와 달리 딸은 퉁명스러웠다. 하지만 엄마에게 부드럽고 자상하게 말하는 자식이 얼마나 있으리라. 어쨌든 시술날인 다음날 온다는 내용이었다. 다음날 딸이 왔고 한창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 같았다. 스텐트 시술의 경우 한 달에 한 번씩 받는데 매달 엄마가 지방에서 올라와서 스텐트 시술을 받고 딸들의 간병을 받다가 다시 대중교통으로 내려가는 것 같았다. 만성췌장염도 아주 힘들고 스텐트 시술을 계속 받아야 한다면 더더욱 힘들 것이다. 한번 스텐트 시술로 올라오면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도 입원을 할 수 있다. 그동안 딸이 매번 와야 하니 힘들 만도 해 보였다. 그리고 2명의 딸이 있어 보였는데 서로 역할 분담이 되어 있어 보였다. 아주 긴 시간을 대중교통으로 올라왔는데 한 여름이라 버스 안에 에어컨을 세게 틀었는지 감기가 걸리신 것 같았다. 몸에 열도 나고 기침이 자꾸 나오는데 지금 스텐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딸도 엄마에게 따뜻한 말이 한번 오가지 않았다. 현재 관련된 일처리에만 집중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환자는 스텐트교체라는 일처리에 집중하고 며칠 있다가 다시 혼자서 지방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나는 그 환자분이 부러웠다. 지금 시한부 삶을 받은 엄마보다 그분이 나아 보였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