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고집 우리네 부모님

by 동이

보통 자녀들은 어릴 때 주로 부모들에게 조언을 듣기만 하다가 나이가 들수록 조언을 하는 입장이 된다. 부모님이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드리는 조언인데, 부모님들 중에는 자녀들의 조언을 듣지 않는 고집이 센 분들도 계신다. '아픈 것 참지 말고 병원에 자주 가라' '눈이 오거나 빙판길이 있는 날에는 밖에 나가지 마라' 등 부모님께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드리는데 아픈 것을 참다가 큰 병을 키우거나 추운데 기어코 나가셔서 넘어지시곤 한다.


자식들은 '우리 부모님은 왜 이렇게 고집이 셀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식들이 부모를 걱정해 주는 말을 할 때면 부모들은 처음에 너무 기분이 좋다. 어리기만 했던 자녀들이 이제는 커서 오히려 나를 걱정해 줄 만큼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흐뭇하다. 그러나 흐뭇함과 행복함도 그것이 익숙해지면 어느새 본인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녀 입장에서는 처음에 '엄마 추운 날에는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해' 하는 작은 조언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바로 장갑을 착용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기억한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엄마 임플란트는 잘하는 데서 해야 되니까 조금 멀더라도 이곳에서 하자. 엄마가 아는 곳은 뭔가 전문적이지 않아 보여'라고 말했는데도 굳이 동네 아는 치과로 가고, '아빠 이번에 주변 어르신들 국가 건강검진 말고 돈 더 주고 정밀검사 많이 하시더라 아빠도 해봐. 내가 예약해 줄게'하고 조언을 하면 '뭐 하러 그런데 돈 써!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호통을 듣게 되면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부모님들은 왜 자식들의 조언을 안 들을까?


사실 말 안 듣는 건 자식도 만만치 않다. 어렸을 적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말을 잘 듣는 자식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어느 순간 자식이 부모에게 조언을 해줄 나이가 되면 어느새 본인의 행동은 잊어버리고 부모님이 조언을 안 듣는다고 툴툴대기 쉽다.


어르신들의 선택과 행동에는 인생이 담겨있다. 요즘처럼 검색이나 sns가 발달되어 있는 환경에서는 정보에 의해 속기도 하지만 유용한 정보를 찾아 적용하기 쉽다. 그러나 어르신들의 삶에서는 본인이 했던 선택에 많은 시행착오와 시간,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다. 그래서 어쩌면 그 방식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자신의 삶과 에너지를 부정당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고 자신의 행동을 바꾸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자신이 경험하고 기억하는 시간이 지금 나오는 말 한마디보다 더 신빙성이 있다고 느낀다.


보통 누군가에게 조언을 할 때, 우리는 중요한 포인트만 알려주면 될 것 같은 착각을 한다. 자녀가 부모님의 건강검진을 싸고 믿을만한 병원에 예약을 했을 때, 자녀들은 보통 자신의 병원 선택과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쉽다.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정보를 알게 되어 부모에게 효도도 하고 싶어 조언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부모는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한다'라는 행위에 함축된 수많은 조건들에 영향을 받는다. 누가 동행할 것인지, 어떻게 동행할 것인지, 내가 지금껏 건강검진을 해보지 않았는데 내 떨리는 마음을 누가 위로해 줄 것인지, 하루동안에 많은 검사를 할 수 있는 체력이 되는지, 만약 검사에서 결과가 안 좋으면 어떻게 되는지, 누가 날 치료해 주러 데리고 다닐 것인지, 병원비는 어떻게 할 것인지, 자식이 힘들지는 않을지 등 수많은 조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른다. 심지어 자신이 어떤 조건을 떠올리고 있는지 언어화할 수 없고 감정적으로만 떠오른다. 사실 일반 성인의 경우 가장 중요한 병원과 가격만 해결되면 다른 것들은 본인이 해결할 수 있지만 어르신들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자녀들은 보통 자신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부모도 중요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부모는 자식의 생각보다 훨씬 더 미래에 일어날 일까지 끌어다가 걱정을 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50년 이상을 살아오신 부모가 '아픈 것 참지 말고 병원에 가라'라는 말을 자식으로부터 들었을 때, 하기 힘든 이유는 그것이 본인에게 실천하기 어려운 미션이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에게 비슷한 조언을 누군가 한다면 '평소에 돈 모아서 휴가 때 혼자서 태국여행 다녀와라' 수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빙판길에 나가지 마라'는 왜 안 지키는가라고 반문할 수 있을 텐데 부모가 빙판길에 굳이 나가는 이유를 자식에게 되물었을 때 여러 가지를 말할 수 없다면(예를 들어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놓으면 부부싸움을 한다던지,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빙판길을 뚫고 지인을 찾아간다던지, 빙판길을 녹을 때까지 기다렸는데 안 녹아서 병원약을 처방받아야만 한다던지 등) 부모의 행동이 단순히 고집스러운 행동으로만 이해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를 안다면 해결이 될까? 아쉽게도 우리 부모님들은 본인의 감정과 걱정을 본인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식이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고 행동과 환경조성으로 보여주고 그것이 부모의 기억에 자리 앉은 후에야 그런 말을 들을 것이다. '아프기 전에 병원 가야 하는 네 말이 맞더라' '다른 부모들은 그렇게 빙판길에 다니더라. 그것 참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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