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았다
사람의 마음은 물처럼 한 방향만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가끔은 멈추고
가끔은 거꾸로 흐르고
가끔은 나를 던져버리고 흩어진다는 것을
믿음을 줬던 날들은
조용히 눈송이처럼 쌓였고
그 위에 따뜻한 마음과
작은 희생과
보이지 않는 기대들이 쌓였다
그런데 어느 날
아무 예고도 없이
그 눈 위에 발자국이 찍혔다
깊고 선명하게
그리고 잔인하게
갑자기 세상이 흔들렸다
가만히 서 있는데도
내 마음만 흔들리고
내 발만 무너졌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목이 메이도록 되물었다
“왜?”
대답을 듣지 못하는 질문만
머릿속에서 울렸다
신뢰는
쌓는 데 오래 걸리고
무너지는 데는 단 한순간이라는 말을
나는 그때 이해했다
단어가 아니라
몸으로 이해했다
아픔으로 배웠다
배신은
내 인생을 흔들었고
그 사람의 손끝에서 시작되었지만
결국 내 마음에 남았다
발등에 떨어진 돌은
내 발이 아프듯이
내 가슴에 떨어진 말과 행동은
내 마음만 조각냈다
그날 나는
손으로 눈을 가려도
눈물이 먼저 흘렀고
귀를 막아도
기억이 먼저 들렸고
발걸음을 멈춰도
마음은 계속 걸어가고 있었다
아픈 마음을
어디에 내려놓아야 할지 몰랐다
누구에게 위로받아야 할지도 몰랐다
그런 날이
살다 보면 찾아온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짜증과 원망과
서운함이 뒤섞인 한숨이
숨 대신 가슴을 들락거렸다
끝내 누구도 대신 내쉬어주지 않는
내 한숨이었다
조언 하나
감정이 고요해지기 전엔
절대 자신을 탓하지 말자
상처받은 날에는
원인을 분석하는 것보다
상처를 감싸는 게 먼저다
그건 이기적인 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숨이다
그리고 또 하나
배신을 한 사람은 잊어도
그 사람으로 인해 배웠던 선함은
버리지 말자
아픔 때문에
내 아름다운 부분까지
스스로 꺾어버리지 말자
나는 안다
세상엔 나쁜 마음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선한 마음과
따뜻한 말과
진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결국
그들을 만나 살아가게 되어 있다
배신을 당한 그 날은
사람을 잃는 날이었지만
나를 조금 더 알게 된 날이기도 했다
내가 얼마나 상냥했고
얼마나 믿었으며
얼마나 다 줬는지를
돌아보게 되는 날이었다
거울 속 내 모습은
예전보다 조금 고단했고
눈가가 더 젖어 있었지만
내가 덜 소중해진 것은 아니었다
남의 선택이
내 존재의 가치를 흔들 수는 없었다
시간은 흘렀고
상처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아프지 않게 만지는 법을 배웠고
더 단단하게 서는 법도 배웠다
불신을 품지 않고 살아가는 힘도
거기서 조금 얻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문득 알게 되었다
배신은 나를 무너뜨리려고 온 것이 아니라
내가 더 단단해질 기회를 남기고 간 것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나니 보였다
살다 보면
믿었던 사람에게 상처받는 날이 찾아온다
그럴 때
세상이 끝난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정말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사람이 빠진 자리에서
새 마음이 시작될 뿐이다
괜찮다
울어도 된다
주저앉아도 된다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도 다시 걷기 위한 과정이니까
힘들었던 그날이
언젠가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래도 결국
나는 나 자신을 잃지 않았다”
그날은 잔인했지만
나는 아직 아름답다
아프지만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믿을 수 있다
상처 때문에
내 마음을 닫아버리지 않았다
그게
내가 지켜낸
가장 소중한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