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이에게 상처받은 당신에게

by 동이

가장 날카로운 칼날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낯선 이가 던진 돌멩이는 그저 피하면 그만이지만, 믿었던 사람이 건넨 가시 돋친 말은 피할 새도 없이 심장 깊숙이 박히고 맙니다. 우리는 타인에게는 경계의 벽을 높게 쌓으면서도, 내 사람이라 여긴 이에게는 무방비하게 마음의 빗장을 열어둡니다. 그래서 그 안쪽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은 더욱 시리고, 그 배신감은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당신은 지금 멍하니 서 있을지도 모릅니다. 화가 나기보다는 도무지 믿기지 않아서,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나 싶어 자꾸만 기억을 되감아보고 있을 겁니다. '내가 예민한 걸까?', '혹시 내가 실수한 건 아닐까?' 착한 당신은 상처받은 순간조차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으려 애쓰고 있군요. 하지만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믿음을 준 것이 죄가 될 수는 없으며, 진심을 다한 것이 어리석음일 수는 없습니다.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예의가 생략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가까울수록 더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했던 당신의 마음을, 그들은 익숙함이라는 핑계로 함부로 대했을 뿐입니다. 친밀함이 무례함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들은 잠시 잊었나 봅니다. 금이 간 그릇을 억지로 붙여 다시 쓸 수는 있어도, 예전처럼 뜨거운 물을 담을 수는 없듯, 한 번 깨진 신뢰는 묘한 거리감을 남깁니다.

지금 느끼는 그 상실감을 억지로 외면하지 마세요. 사람을 잃는다는 건, 그 사람과 함께했던 내 우주 일부가 무너져 내리는 일과 같습니다. 충분히 아파하고, 충분히 슬퍼해야 비로소 떠나보낼 수 있습니다. 관계에 유효기간이 다했다면, 이제는 놓아주어야 할 때인지도 모릅니다. 손에 꽉 쥐고 있던 끈이 당신의 손바닥을 파고들어 피를 내고 있다면, 그것을 놓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용기입니다.

이제는 그 누구보다 당신 자신을 지키는 일에 집중하세요. 타인의 감정을 살피느라 너덜너덜해진 당신의 마음을 먼저 돌보아야 합니다. 상처 입은 당신을 안아줄 사람은 결국 당신 자신입니다. 거리를 두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건강한 거리는 당신을 고립시키는 벽이 아니라, 당신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되어줄 것입니다.

모든 인연이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계절이 바뀌면 옷을 갈아입듯, 인연의 옷도 낡으면 갈아입어야 할 때가 옵니다. 당신을 아프게 하는 사람에게 에너지를 쏟기엔 당신의 삶은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답습니다. 빈자리가 생겼다고 해서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 비워진 그 공간에는 분명 더 따뜻하고 다정한 새 인연들이 채워질 것입니다.

오늘 밤은 당신을 위해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리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세요. 당신의 가치는 누군가의 평가나 태도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온전하고,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입니다. 폭풍우가 지나간 자리에 더 맑은 하늘이 열리듯, 이 아픔 끝에 당신은 사람을 보는 더 깊은 눈과 단단한 마음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자책하지 말고 편안히 잠드세요. 당신은 최선을 다해 사랑했고, 믿었으며, 그 관계를 지키려 노력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빛나는 사람입니다. 상처는 아물고, 당신은 다시 웃게 될 것입니다. 반드시 그럴 것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라지고 싶은 너에게 보내는, 낯선 바람의 초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