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는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중요한 보고서 마감일은 코앞이고, 밀린 청구서들이 덧없이 쌓여서 작은 탑을 이루고 있습니다. 핸드폰 알림은 할 일 목록의 재촉으로 끊임없이 울리고, 내 머릿속은 '이것을 해야 한다', '저것이 급하다'는 비상벨 소리로 가득합니다. 마치 거대한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조각배와 같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몸은 침대와 하나가 된 듯 꼼짝도 하지 않고,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천장의 무늬를 해독하려 애씁니다. 할 일이 너무 많을 때, 오히려 뇌는 과부하가 걸려 기능을 정지해 버리는 것 같습니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모든 선택을 거부하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에 빠지는 것입니다. 이것을 해야 할까, 아니면 저것부터 해야 할까,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과업처럼 느껴져 결국 모든 것을 회피하게 됩니다.보지만 무거운 중력에서 벗어나, 무중력 상태에서 둥둥 떠다니는 기분입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는데, 나는, 흐름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창밖으로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보며,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는 죄책감이 가슴을 짓누릅니다. 그 죄책감은 다시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무거운 족쇄가 되어 발목을 잡습니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느끼는 고통이, 그 일을 시작하는 고통보다 덜하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자기 파괴적인 마비 상태입니다. 나는 내 방에 갇혀 있지만, 사실은 내 안의 거대한 무기력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지금 무엇을 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마 '생각'을 하고 있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머릿속으로 쓰고, 지우고, 재배열하는 끝없는 정신적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실체가 없는 공허한 움직임일 뿐, 현실에서는 단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습니다. 몸이 움직이지 않으니, 마음만 더 복잡해지고 피로해집니다. 이 피로는 육체의 피로가 아니라 영혼의 피로입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이 상태가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다는 사실입니다. 무기력이라는 달콤한 독약에 취해, 나는 스스로를 방치하는 것에 점차 무감각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일어나 작은 일 하나라도 시작하면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음을 알면서도, 그 작은 움직임을 위한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가 없습니다. 마치 늪에 빠진 사람이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이 가라앉는 것처럼, 나는 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더욱 깊은 무력감으로 침잠합니다. 오늘 하루도 그렇게 무중력 상태로 표류하다가, 밤이 되면 내일은 반드시 달라질 것이라는 공허한 다짐과 함께 잠이 들 것입니다.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조금 더 용기 있는 사람이기를, 그리하여 이 무거운 무기력의 껍질을 깨고 세상의 중력 속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뒤에 숨겨진 이 고독하고 날카로운 불안이야말로, 내가 치러야 할 가장 비싼 대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이 불안을 나의 새로운 동반자로 인정하고, 이 높은 곳에서의 삶에 익숙해지는 법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함을 의미합니다. 그 빛이 너무 밝고 눈부셔서, 나는 차라리 익숙한 어둠 속에 머물기를 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새로운 아침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을. 그 날이 오기까지 나는 이 그림자의 무게를 짊어지고 또 하루를 살아낼 것입니다. 다만, 그 언젠가를 위해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놓아줄 용기의 씨앗을 몰래 심어두고, 언젠가 스스로 싹을 우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