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도만으로 힘을 얻을 수 있다.

시작이 막막할 때

by 아는 언니

모든 승객의 안전바가 단단히 고정된 걸 확인하자 롤러코스터가 덜컹 소음을 내며 출발한다. 가만히 앉아서 대기할 때부터 요동치던 심장 박동이 이제는 롤러코스터의 최고 속도만큼 뛰기 시작한다. 이러다 놀이기구가 운행을 마치고 멈춰서기 전에 내 심장이 먼저 멈추는 건 아닐지 걱정될 지경이다. 롤러코스터 승강장을 벗어나자마자 내리쬐는 햇빛에 눈을 찡그렸다 뜨니 어느새 파란 하늘이 나와 마주하고 있다. 누워서 하늘을 대면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거리가 천천히 가까워지고 있음에 관자놀이에는 식은땀이 맺히고 안전바의 손잡이를 꽉 움켜쥔 손에도 땀이 흥건하다.


‘이 무서운 놀이기구를 같이 타자는 친구의 제안을 왜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해서 여기에 앉아있단 말인가? 높은 곳이라면 치를 떠는 내가 언제부터 그렇게 착했다고, 이 고생을 사서 한단 말인가? 도대체 왜?’ 정상에 도착한 롤러코스터는 전속력으로 달리기 전 호흡을 가다듬듯 조용히 멈춘다.

‘제발 제발 제발 기절이라도 해라!’고 비는 순간 곤두박질치는 움직임에 나도 모르게 입에서 험한 소리가 시원하게 뿜어져 나온다.


“야, 이 ㅁㅊㄴ아~~~~~~”




무언가 새롭게 시작할 때 막막함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이 방향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어서 주저해 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방법조차 찾지 못해서 좌절해 본 적이 있는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내 머릿속은 온통 이런 고민으로 가득했다.

‘전공 공부가 어려워서 대학교도 제대로 출석하지 않았는데 이십 대 후반의 내가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지? 학교에 가게 되면 최소 4년이란 시간과 등록금이 필요한데 우리 집 상황을 생각했을 때 취업해서 돈을 버는 게 낫지 않나? 애당초 학교를 졸업하면 삼십 대 초반인데 그때 취업은 가능할까?’




카페 제조 음료 중 가장 빠르게 나오는 음료가 뭘까? 바로 에스프레소다. 잔에 원액만 추출하면 되기에 금방 내어줄 수 있는데 오히려 맛은 원두 고유의 순도 높은 풍미를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커피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위독하신 상황에서 아무런 힘이 될 수 없었던 일을 계기로 학교로 돌아갈 것을 빠르게 결정했지만, 고민의 시간이 짧다고 해서 선택이 수월했던 건 아니다. 생각의 밀도는 깊었고 그 무게에 눌려 ‘회피’라는 선택지 역시 항상 염두하고 있었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자기계발서를 한, 두 권씩 빌려와 읽던 시기에 내 가슴속에 박힌 명언이 하나 있었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_ 아인슈타인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 중에 대학교로 돌아가는 것이 최고의 선택인데, 그 과정이 힘들고 어려울 거 같아서 포기하고 또다시 아무 일이나 시작한다면 결국 난 회전목마에서 내리지 않는 아이와 같을 뿐이다. 알록달록해 보이는 말들과 마차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앉는다고 해도 결국 스스로 내리지 않으면 다른 흥미진진한 퍼레이드나 놀이기구는 있는 줄도 모른 채 정해진 코스를 뱅글뱅글 돌기만 하는 아이로 남을 것이다. 수십 번이고, 수백 번이고 같은 움직임을 반복하면서.

그러니 두려워도 용기 내어서 한 발을 내디딜 필요가 있었다. 회전목마 위에서 바라보기만 하던 세상으로 나아가야 했다.




대학교에 돌아갈 것을 결심하자 제일 먼저 걱정된 것이 전공 공부였다.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아서 학사경고를 두 번이나 받은 내가 공부는 손에서 놓은 지 7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고민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일단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컴퓨터활용능력 2급 자격증에 도전했다. 예전의 안 좋은 기억으로 사무직 일은 다시는 못할 거라는 생각에 컴퓨터 관련 자격증은 공부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초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딸만큼 대중화되어 있었기에 쉽겠지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문제은행식에 맞춰 공부하니 한 번에 바로 합격할 수 있었다. 조금 자신감이 붙자 다음으로 유통관리사 2급 자격증에 도전했다. 카페에서 일할 때 본사 직원들을 보며 원두를 수급하는 시장이 앞으로 점점 커지겠다고 생각했는데 관련 있어 보여 선택했다. 문제집을 사서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무작정 외우며 공부했고 이것 역시 한 번에 취득할 수 있었다. 이제 조금은 학교 공부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전목마에서 내려 놀이동산을 둘러보다 나의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것은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롤러코스터였다. 타는 내내 고음을 내지르는 사람들 덕분에 얼마나 짜릿할지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회전목마만 알던 내가 단번에 저런 놀이기구를 타도 괜찮은 걸까? 너무 다른 난이도라 섣불리 결심이 서지 않자 일단은 조금 덜 위험(?)해 보이는 범퍼카를 시도했다. 생각보다 괜찮은 기분에 다음으로 높은 레일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하늘자전거를 선택했다. 고소공포증이 있어 타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칠 순 없었지만 코스를 마치고 나니 뿌듯함이 생겼다.


이제 저 험난해 보이는 롤러코스터에 도전해도 괜찮을 거 같다.




타는 동안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가파른 코스에 후회하는 순간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선택을 한 스스로가 원망스럽고 미울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별수 있나? 그냥 시원하게 험한 말 한마디하고 다시 털고 일어나야지.

“야, 이 ㅁㅊ~~~~~~”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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