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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mi Feb 10. 2022

04. 지하철A

dark ver. 

퇴근을 바라며 출근하는 A사람,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장소에 가는 B사람,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지만 그 두 사람에게 공통점이 있다.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나 또한 매일 아침 사람들에게 치이며 꽉끼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고, 저녁이 되면 또다시 사람들에게 끼이고 밀려서 지하철을 타는 생활을 하고 있다. 보통 음악을 듣는다거나 영상을 보고, 가끔은 책을 읽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날은, 지쳐서 마음이 허할땐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사람들을 쳐다보곤 한다.

다들 나랑 비슷한 처지인가, 다들 얼마큼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하루는, 한없이 깊은 우울함에 빠져있는 날, 누군가 툭 치기만 해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날이 있었다.

그런 날도 어김없이 출근길 지하철에 올랐고 유독 사람이 많았던 그 날, 여느날과 같이 사람들에 치여서 지하철에 탔는데 조여오는 답답함에 우울함이 터져버렸는지 눈 앞이 울렁이기 시작했다. 고개숙여 핸드폰 하는 사람들이 울렁이기 시작했고 나는 환승역에서 내리지 못한채 그대로 서서 계속 울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어떻게 그렇게 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울었는데 주변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어쩌면 다행이었다. 누군가 괜찮으세요? 라고 말을 건다면 주변 모두가 알아차릴게 뻔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끝까지 울고 나서,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고, 핸드폰을 꺼내 부장님께 출근하지 못할 것 같다는 연락을 남겼다. 나 너무 무책임한가, 싶다가도 살고싶단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상태로 출근하면 회사 화장실에서 얼마나 울지 모르겠어서, 회사로 걸어가는 길에 차에 치여버렸음 좋겠단 생각이 들거같아서, 지금 내가 살려면 도망쳐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무책임해도 어쩔수 없단 생각이 들었다. 그냥 정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정상으로 돌아가야 했다.


부장님께 문자를 보내고 다시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 쉬라고 답장올 게 뻔하고, 그런 답장이 아니라면 더욱 피하고 싶어질테니. 그와 동시에 요즘 우는 걸로는 사람들의 관심 축에도 못끼는구나, 지하철에서 잠을 자거나 하품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여겨질 수 있는건가? 하는 생각을 하고 창밖을 보니 한강이 지나가고 있었다.

다 울고 나서 개운한 감도 있었고, 어두운 지하를 지나온 뒤여서 그런지 속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 To be continued




지하철이라고 하면 그저 사람많고 붐비고 내리고싶은 교통수단이란 생각이 든다. 집과 직장, 출발지와 목적지를 이어주는 매개체정도. 매개체정도로 밖에 지나지 않아 그저 지하철을 이루고 있는 철제 회색빛, 그 안에 검은 패딩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찬 검은, 어두운 공간. 

하지만 1인칭 시야를 3인칭으로 살짝 바꿔 보면 철제로 이루어진 공간속에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시야를 바꿔서 본 그 공간은 어떻게 느껴지는가? 출근길에 1인칭으로 보면 지옥 그 자체라고 느껴지는데 3인칭으로 보면 뉴스 한 장면이나, 어쩌면 다큐, 어쩌면 시트콤으로 보이는 느낌이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다르게 보이겠지만. 찰리채플린이 말하지 않았는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나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그 말을 생각한다. 벗어나고 싶은 공간을 좀 나은 공간으로 만들어보려고 3인칭으로 본 내 모습을 상상하며 노력한다. 지하철은 작은 레고집이 되고, 나는 그 안에 움직이는 레고다. 아니면 지하철은 무대가 되고, 나는 극을 진행하는 배우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지하철은 나름 재밌는, 가변성있는, 카멜레온 같은 공간이 된다. 



Q) 당신에게 지하철은 어떤 공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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