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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의 사소한 긁적임 Jan 08. 2022

대학원 입학통지, 그리고

대학원 입학을 축하한다는 교수님의 메일

대학원 진학을 위해 연락해왔던 교수님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장학생 선정 위원회에서 나를 장학생으로 추천하였으며, 우리학교로 입학하기를 희망하니 장학금을 주겠노라고!

입학통지 받았을 때의 내 표정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가면서 이 메일을 읽고, 처음에는 감동의 물결로 가득찼다. 와~ 대출받아서 유학비용을 충당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장학금이라니! 내가 학업계획서를 그렇게 잘썼나? 내 영어 점수가 되게 좋았나? 우리 교수님들이 추천서를 잘 써주셨나? 내 교육경력이 대단한가? 한 시간동안 에헤라디야 혼자 자화자찬을 하면서 학교로 출근했더란다. 하지만 학교에 도착해서 다시 이메일을 읽고는, 고민에 가득 빠졌다.


교수님이 메일 맨 아랫쪽에 'Teaching Assistant 장학금(풀 펀딩)을 주고싶었으나, 자리가 이미 차서, Graduate Scholarship(partial funding)을 제공하므로 이해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써놓았는데 그것을 이제야 읽은 것. 미국 대학원은 대학원에서 연구하거나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생활비에 학비까지 모두 받는 풀 펀딩(전액장학금)이 있는 반면,  partial funding이라는 부분장학금이 있다. 학교마다 부분의 정도는 다르겠으나, 이때부터 나의 자신감은 무너지기 시작했고 내가 지원한 학교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인간의 마음이 참 간사한게, 입학이 결정되기 전에는 입학만 되면 대출을 때려박아서라도 유학가야지 생각을 했었는데, 입학이 결정되고 나니 풀 펀딩이 아니면 partial funding은 구미에 안당기는 것이다. 부분장학금이라면 대학교에서 꼴랑 백만원 주고 부분장학금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 순간부터 굉장한 걱정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한 학기에 천만원 돈이 넘는 이 학비를 내가 과연 충당할 수 있을 것인가? 적금을 깨야하나? 가서는 어떻게 살아야하나? 왜 나는 이 학교밖에 지원을 안해서, 다른 학교에서 펀딩이 올 거라고 생각을 안했을까! 그 학교에 내 전공이 없어도 좀 전공을 바꿀걸! 배보다 배꼽이 큰 걱정을 하기 시작하며 안색이 어두워졌다. 대학원 입학만 잘 되면 모든 게 잘 풀릴 줄 알았는데. 내 경력과 맞는 Teaching Assistant 자리로 진짜 풀 펀딩 나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럼 그렇지 내 인생이 똑바로 풀릴 리가 없지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 같은 대학교, 다른 석사 프로그램을 지원한 남편한테 전화하니, 남편은 물론 축하해주었지만 자신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가득 담긴 '축하해'를 수화기로 얘기하더란다. 자신의 지도교수였던 사람에게서 약속했던 추천서를 못받고 있는 상황이라 입학지원도 사실 수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벌써 자기 와이프는 입학통지를 받아 펀딩을 받는다고 얘기를 들으니, 자신은 합격되지 않고 나만 합격된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그리느라 머리가 허여졌을 남편. 물론 친정엄마아빠한테 얘기를 꺼냈을 땐 자신의 일처럼 기쁘게 축하해주셨지만, 나이 서른 넘으니 친정엄마아빠의 자랑스러움 보다는 같이사는 남자의 인정이 자존감을 채우게 되는 것 같다. 


이러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교수님에게 내가 받는 장학금의 구체적 설명을 요청드리는 이메일을 보냈고, 이틀 후에 답이 왔다. 결론적으로는 굉장히 희망적이었다. 주립대학교이기 때문에 해당 주 밖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매기는 요금이 있는데, 그게 한 학기 등록금보다 비싸다. 하지만 일단 그 금액을 제해주고, 등록금의 90퍼센트도 제해주며, 남은 금액은 대학원에서 일주일에 5시간정도만 근무하면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풀 펀딩을 원하면서도 걱정이 되었었던게, 풀 펀딩을 받으면 생활비가 꽤 나오는 만큼 근무해야하는 시간이 길다. 그러므로 논문 읽고 수업 따라가느라 바쁠텐데 일까지 풀 타임으로 해야한다그러면, 휴직의 의미가 없다. 그리고 한국으로 오기 전에 미국에서 공부하는 내용을 교직과 연결시키는 데에 있어서 따로 연구할 시간도 따로 필요하니, 시간이 남들보다 더 필요한 나로서는 좋은 조건이지 싶다.


유학 등록금은 대체적으로 해결이 잘 된 것 같아 굉장히 안도가 된다. 학교에도 말씀드렸는데,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모두 축하해주시고, 다음 학년도 업무조정도 배려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더란다. 침대에 눕는게 제일 좋은 정예성이가 미국 대학원에 간다니, 참 반전이다. 하지만 남편의 입학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아마 남편의 좋은 소식이 있기 까지엔 계속 이렇게 똥줄타는 기분일 듯 하다.


대학원 입학만 잘 마무리되면 아무런 걱정도 없을 것 같았는데, 참 코웃음이 나온다. 성인이 되어서 가장 많이 배우는 교훈이, 조건을 가지고 있는 행복은 허무의 감정이 함께 온다는 것이다. '이것만 잘 되면 행복할거야' '이것만 하면 행복해질거야' 라고 외우는 우리의 주술은, 정말 주술일 뿐이다. 인생은 우리의 단순한 유쾌의 상태가 유지되지 않도록 다양한 허들과 걸림돌을 놓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목표로 가는 과정이 너무 험난하고 불행하지 않게 우리 자신을 맛있는 음식이나, 시원한 음료나, 좋은 사람들로 토닥여야 할 것 같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호야와 그의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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