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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의 사소한 긁적임 Feb 13. 2023

시차로 너무 고생했던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에서 뺨맞고 청혼받다 1편

나는 바르셀로나에서 오전에 뺨을 맞고, 저녁에 청혼받았다. 주변 지인이 너무 놀래할까봐 다시한번 말하자면 뺨은 다른 사람한테서 맞고, 남편은 청혼만 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좀 썰을 풀어볼까 한다. 친하지 않은 사람들한테는 사실 뺨맞은 얘기는 잘 안하게 되니 스페인에서 프로포즈 받았다고 하면 내가 무슨 스페인 공주라도 된 듯이 너무 부러워하시니 뭔가 멋쩍어지는 기분이 항상 존재해왔었다. 처음으로 폭력을 경험해보고 처음으로 평생의 사랑을 약속받은 아주 희한한 날이였는데. 그래서 시원하게, 완벽과는 거리가 멀었던, 우리 스페인 여행을 얘기해볼라고 한다. 절대 여행에세이나 유튜브 인스타 갬성 여행 브이로그에서는 볼 수 없는 이야기.


바야흐로 2018년 여름, 그 때 당시 남친(지금 내 남편)과 나는 바르셀로나로 5일 여행을 갔었다. 사실 남편에게는 처음 유럽여행이었고, 나도 취직하고 처음 유럽으로 가는 거라 참 의미가 컸다. 그 전에 우리는 이미 반지를 같이 사 놓았기 때문에 난 이 친구가 바르셀로나에서 뭔가를 하겠구만 생각하고 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청혼받은 날은 여행 마지막날, 5일째 되는 날이었는데, 멋진 스페인 땅에서 4일을 보내고 나서야 청혼이란 걸 하게된 이유가 있었다.

 지구 모든 사람들이 모이는 사그라다 성당

바르셀로나는 참 볼거리가 많은 도시다. 가우디의 건축물부터 시작해서 멋진 식문화, 해변까지 너무나도 할게 많다. 그런데 우리는 내가 방학하자마자 떠났고, 방학하기 전엔 너무 정신없기 때문에 여행계획을 짤 틈이 없었다. 남편은 뭐 여행계획 짜는 거에 젬병인데다가 우리는 타이트한 여행계획을 참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그냥 무더운 여름에 샹그리아 마시면서 햇빛이나 즐겨야지 하면서 갔다. 우리가 거기서 샹그리아를 안마셨던 건 아닌데,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불편한 여행이 될 줄은 모르고 있었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했을 때 벌써 밤 10시였는데, 시차에 이미 20시간정도 비행을 하고 온 상황이라 너무나도 피곤한 상태였다. 피곤한 상태에서 생판 다른 나라에 소매치기 많은 곳이라고 소문난 도시에서 길을 찾으려니 너무 힘들었다. 겨우 어찌저찌해서 숙소를 찾고 체크인을 했는데, 너무 배고파서 바로 앞에 있는 케밥 집에 가서 케밥을 먹었다. 케밥은 맛있었는데, 그때가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밤 11시가 되어도 거리도 사람이 많고 케밥 집에도 사람이 많았다. 우리가 유리창 바로 옆에 앉아있었는데, 갑자기 우리 바로 옆에 앰뷸런스가 윙윙 거리면서 오는 것이다. 남편과 나는 어리둥절한 채 밖을 내다보았는데, 구조대원들이 쓰러진 사람 대상으로 응급처치를 하더니 거니에 실고 가더란다. 낭만의 도시 바르셀로나에 왔는데 처음 본 게 응급처치상황이라니, 뭔가 찜찜했지만 그럴수 있지 하고 넘겼다.


그 다음 날 나의 유연성이라고는 한 개도 없는 생체시계 덕분에 ^^ 나는 새벽 3시에 일어났다. 교사만큼 생체시계 안 변하는 사람 없을 거다. 우리는 애들한테 늦지말라고 말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차마 교사인 자신이 명령을 거스를 수가 없다.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바르셀로나에서 어딜 갈지 여기저기 표시해놓았다. 그리고 드디어 외출이 가능한 시간인 오전 9시가 되었을 때, 나는 이미 눈이 퀭 해있었다. 6시간동안의 리서치 작업이 헛수고가 될 수는 없지 하면서 일단 남편과 커피를 때렸고, 우리는 바로 사그라다로 갔다. 새벽에 당연히 오디오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대해 설명해주는 서포트가 되는 티켓으로 예약을 했고, 우리는 긴 대기 끝에 무전기와 가이드북을 받아서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전날 3시간 밖에 못잔 사람

사실 성당 자체는 정말 신기했는데, 너무 피곤했어서 영어로 나오는 오디오에 집중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남편도 피곤했기도 했고, 사람들에 떠밀려 다니는 것이 너무 불편했다고 했다. 1시간의 투어 끝에 우리는 마지막으로 배경에 한 30명 되는 사람과 함께 사진을 찍고, 성당을 나왔다. 이제 뭐할까. 밥이나 먹자. 하고 우리는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빠에야 집에서 빠에야를 먹었다. 보케리아 마켓 근처에 있는 곳이었는데, 정말 거짓말 안치고 제일 맛없는 빠에야였다. 정말 내가 맛이 까다로운게 아니라, 그 다음에 먹었던 4개의 빠에야는 너무 맛있었기 때문에 여기가 정말 맛이 없었다는 걸 여행 끝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밤에 3시간밖에 못잤으니, 너무 피곤한 나머지 30도가 넘어가는 날씨에 도저히 더이상 걸을 수 없던 나는 다시 숙소로 가서 딱 한 시간만 자고 나오자고 했다. 한 시간만 잤겠니? 일어나보니 저녁 8시. 밖에 나와서 맥주집에서 맥주랑 파스타 먹고 밤거리의 스페인을 즐기자! 하면서 골목을 기웃기웃 거렸다.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빠에야... 빠에야 원래 좋아하는데 ㅠ 

한 10시가 되니, 미니밴 앞에 서성이는 사람이 우리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유 원트 **?" 한 블록에 한 명씩 서있던 딜러들이 recreational drug을 팔러 오는 것이다. 아~ 여기 스페인이였지 ㅋ 한국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이라 딜러의 적극적인 대쉬에 너무 놀란 나였고 마약이 별거 아닌 미국에서 온 남편도 한국에서 심장이 완두콩이 되어버렸는지 좀 놀란 눈치였다. 그런데 이 딜러들이 우리나라 동대문 시장처럼 아주 호객을 공격적으로 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마약의 이름을 대면서 이거 저거 이거 저거 다 있어 뭐줄까 말만 해. 무슨 우리가 말만 하면 지구에서 없는 약도 만들어낼 것 처럼 얘기를 하니, 낭만의 바르셀로나에서 걷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고 그냥 안전한 숙소에서 내 몸뚱아리를 보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스페인에 도착해서 이틀동안 숙소에서 24시간 중 15시간을 보냈다 ^^ 다음날도 신기하게 별거 없으니 읽어보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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