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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하루

중년 백수 일기

by 일로

오늘은 모처럼 잠을 푹 자고 일어났다.

어제 11시경 잠이 들었는데 중간에 깨지도 않고 7시까지 잤다. 이런 날은 하루종일 예민하지 않고

컨디션이 좋다. 며칠 불편했던 속도 편해져 가벼운 운동 후 사과와 고구마를 먹고 거실 책상에 앉았다.

간밤 나스닥 상승이 부담스러웠으나 곧바로 하락 전환하며 내 포지션에 힘을 실어주었다.


11시경 큰 딸이 차돌박이를 넣은 파스타를 해주어 먹고, 1시경에는 아내가 맛있는 시금치 된장국을 끓여

주었다. 식사 후 아내 미용실을 데려다주고 함께 돌아와 집 앞 카페에서 라테와 아인슈페너를 사가지고

들어왔다. 3시경 아쉬워하는 아내를 뒤로 하고 라테를 들고 동네 도서관으로 차를 몰았다.

"휴먼카인드"를 읽고 청담공원으로 가서 산책과 평행봉, 철봉을 하고 돌아왔다.


해 질 녘 거실 책상에 앉아 유튜브와 블로그를 보면서 이것저것 주워 먹었다.

속이 느끼한 것 같아 컵라면을 만들어 먹고 있는데 아내가 나왔다. 내가 먹던 컵라면을 가져가 밥을

말아 총각김치에 다 해치웠다. 나는 반건시로 입가심을 하고 아내는 봉지 커피를 타서 방으로 들어간다.

도서관에서 빌려 온 "몰입의 즐거움"을 읽으려 책상에 앉았다.


잠을 잘 자서 그런지 거실 창 밖 건물들 불빛을 보면서 문득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일상은 아마도 내가 꿈꿨던 중년의 하루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치열했던 이십 대, 한 눈 안 판 삼십 대, 죽어라 일했던 사십 대의 보상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제 도착한 각종 유화용품들이 책상 옆 탁자 안에서 나를 올려다보는 꿈같은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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