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백수 일기
오늘은 오전 9시에 집 앞 지인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4년 전에 받고 미뤄오다 운전면허증 갱신을 하려니 건강검진 기록이 필요해 서둘러 예약을 했다.
이번엔 대장내시경도 하려다 하루 전부터 음식을 못 먹고 힘든 관장 약도 먹어야 한다는 안내에 포기했다. 난생처음 수면으로 다 해보려다 하던 대로 위내시경만 무수면으로 했다.
항상 무수면 위내시경을 하다 보니 익숙해졌는지 오늘은 크게 힘들지도 않았다.
사실 평생 소화불량을 달고 살다 50쯤 건강검진에서 장상피화생이 나와 놀라고 신경이 쓰였다.
위암 전단계라는 등의 검색 정보에 더 소화가 안 되는 것 같아 코로나 기간 내내 불안했다.
코로나 이후 검사에서 장상피화생은 아니란 말에 갑자기 소화가 잘되기 시작했다.
백수로 지내다 보니 큰 걱정이 없어 소화가 잘된 것인지, 진짜 위 상태가 좋아졌는지는 모르겠다.
오늘 젊은 의사 선생님께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상세히 물어보니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일단 장상피화생은 나이가 들면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 있고, 헬리코박터균 치료도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란다. 무엇보다 나이에 비해서 나쁘지 않은 상태라는 말에 큰 용기를 얻었다.
숙제를 끝낸 홀가분한 기분이 되어 집에 돌아와 간단한 아침을 먹고 아내와 미용실에 갔다.
내 머리는 2주마다 아내가 집에서 깎아 주고, 아내 미용실 가는 날은 꼭 함께 간다.
아내를 기다리면서 공원 산책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고, 드라이브를 하고 오면서 오늘처럼 한강
서울웨이브 같은 카페를 찾아가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검진 결과 때문인지 즐겁게 이번 주 스케줄을 잡다가 옛 추억들까지 소환했다.
아내는 이런 말도 했다. 아이들 어렸을 때는 경제적으로 힘들었는대도 좋았던 추억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 최고의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겪는 고생이라는 김형석 교수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아마도 그때는 젊음 자체만으로도 좋았고, 이제는 아픈 곳만 없으면 행복이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