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가이

중년백수 일기

by 일로

드디어 어제부터 아내의 여름휴가와 내 일이 시작되었다.

벌써 휴가 끝나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며 휴가 시작이 싫다는 아내를 신기한 듯 바라봤다.

가지 호박전으로 점심을 먹고 아내와 동네 티티엠 카페로 차를 몰고 갔다. 주말이라 한가한 카페에 있다

들어와 아내는 찬양페스티벌 축하 모임을 갔다. 저녁 늦게까지 혼자 침대에 누워 프로야구를

보면서 아내의 휴가 첫날 업무를 무사히 마쳤다.


내년 졸업인 대학생 큰 딸이 이번 엄마 휴가 때는 자기들도 하루 데려가 달라고 한다.

맨날 엄마 아빠만 재밌게 다닌다며 투덜댄다. 오늘은 어딜 갈 건지, 어제는 어디서 뭘 먹었는지 궁금해

한다. 아이들 어렸을 때는 함께 다녔는데 대학생이 되면서 뜸해졌다. 이번에는 양평이라도 두 딸들과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아내는 나보고 일 년 중 유일하게 하는 일이니 휴가계획을 잘 짜보라고 한다.

이번 주에 롯데몰, 한남동, 성수동, 양평을 하루씩 다녀오면 얼추 일 년 농사가 끝날 것이다.


오늘 주일 예배와 교구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다 집에 그냥 들어가기 아쉬워 아내와 드라이브를 했다.

신집사님 부부와 점심과 커피까지 먹어 어딜 가기도 애매해 망설이다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팔당대교를 넘어 미사리 쪽으로 크게 한 바퀴 돌고 성수대교쯤 오는데 아내 전화가 울렸다. 찬양페스티벌을

함께하며 아내와 친해진 여집사님들이었다. 어디냐고 물어 하남 쪽으로 드라이브를 갔다 온다고 하자

남편분이 너무 로맨틱가이라는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들어 본 칭찬이 아닐 수 없다.


지난주 예배 후 교회 근처에서 점심을 먹다 그 집사님들이 들어와 인사를 했다. 먼저 먹고 나오면서 그분들

식사 계산을 해드렸더니 고마웠다며 만나자는 것이다. 집 근처 골목에서 기다리던 집사님들이 반가워하며

바샤커피를 건네주셨다. 주일 오후 할 일 없어 무작정 아내와 드라이브를 한 것뿐인데, 남들에게는 그게 더

로맨틱하게 보였나 보다. 졸지에 얼굴에 로맨틱이 써있다는 말까지 듣고 민망했지만,

아내에겐 백수 남편 어깨가 올라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