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과 즐거움이 있는 곳

중년백수 일기

by 일로

오늘은 아내와 남양주 오남호수공원에 있는 후탄카페를 다녀왔다.

인근 진건면에 선산이 있어 추억이 많고, 그 지역 신상 대형카페가 언제부턴가 궁금하기도 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사능 근처 땅을 사셨고, 고 3 시험기간 할아버지 장사날에 못 가 혼자 버스를 갈아타고

묘지를 찾아갔다. 우연히 동네 어귀에서 땅을 판 분 아들을 만나 장지를 용케 찾아갔다.

내려올 날 벌레 한 마리가 묘지에서 산 아래 논두렁까지 계속 쫓아와 할아버지 영혼이라 생각했다.


그곳에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님 산소까지 있었다. 그 이후 이십 년 넘게 어머님이 정성껏 돌보다, 십 년 전쯤

전부 화장을 모셨다. 어머님께서 당신 죽으면 자식들 번거롭다며, 자신도 깨끗이 화장을 하라고 하셨다.

그 당시 너무 파격적인 결정이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어머님 선경지명이셨다. 바로 옆 왕숙지구를 지나면서,

아내가 왜 연애 시작할 때 이곳에 데려왔냐고 물었다. 결혼할 여자를 확신해 아버님께 인사드리고 싶었다고 하자, 당신처럼 운 좋은 사람은 없을 거라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맞장구를 쳤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카페의 압도적 크기와 전망까진 좋았는데, 갑자기 정전이 돼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미안한 마음에 돌아오는데, 아내가 내 선글라스를 사자며 잠실 롯데몰에 가자고 했다.

시원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많은 곳은 역시 도심이 최고라며 이틀 연속 가게 되었다. 어제 망설인 아내

셔츠와 치마를 사고, 아내가 사자던 선글라스는 안 샀다. 아직 쓰던 것도 괜찮고, 렌즈 가격도 만만치 않아

삼사 년째 버티고 있다. 백수가 최소한 염치는 있어야 살아남는다.


큰 딸이 어디냐고 톡방에 물어 카페 사진을 보내며, 내일은 함께 양평에 가자고 했다. 멀리 가봐도 별 것 없다는 걸 벌써 아는지 시간이 없다고 한다. 지하 식품매장에서 아이들 좋아하는 과일들을 사들고 즐겁게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대형카페가 생기면 호기심이 발동되는데, 막상 가보면 별것 없는 경우가 많다.

반면 아내는 새로운 곳 보단 자신이 검증한 곳을 더 선호한다. 나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멀리 헤매지만,

언제나 최고의 휴식과 즐거움은 우리 동네와 가족들에게 있었다는 생각을 해본다.